2003년 7월 1일

영화. 수없이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난 영화매니아가 아니다. 그냥 옛날부터 영화를 좀 많이 (진짜 매니아들에 비하면 절대 많지도 않다) 봤고 거기에 대해서 주절주절 말이 많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수다쟁이일 뿐이다)
간혹 주말마다 영화를 보는 것을 주례행사로 맞춰놓고 뭘 볼까 고민하는 인간들을 보게 되는데, 참으로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보고싶은 영화가 있으면 보는 거지, 영화보는 날을 잡아놓고 볼 영화를 고르다니! 마치 “올해는 책을 몇권 읽겠다”라고 목표를 세운 후에 무슨 책을 살지 골라서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엉뚱한 일이다. 영화를 보고 책을 보는 게 무슨 계획 세우고 목표 잡아서 할 일인가? 그냥 땡기는 영화 있으면 보고, 땡기는 책 있으면 사는 거지.
글쎄, 나쁘게 보면 단순히 내가 계획성이 없어서 그런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일단 영화를 본다, 고 전제한 뒤에 볼 영화를 고른다는게 앞뒤가 바뀐 것 같아 영 이상하다. 영화를 보는게 세끼 밥먹듯 꼭 해야되는 것도 아닌데. 아아, 물론 영화관람을 세끼 밥먹듯 제때제때 꼬박꼬박 해줘야되는 사람들도 있을게다. 그런 사람들이 진짜 영화매니아라는 거겠지. 나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