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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삼례이야기] 무식한 배삼례

1998년 2월 1일

점호시간이면 삼례의 고참은 물론이고 한 넉 달 쫄병까지도 삼례를 놀리기가 일쑤였다. 특히 삼례가 서있는 내무반 라인이 키가 큰 사람이 많아서 (나를 포함) 키를 가지고 많이 놀렸는데, 하루는 참다못한 삼례가 한 마디했다. “그래도 밖에 나가면 170까지도 봐요.” 그 말을 들은 고참 왈 “야 너 170도 안 되냐?” (우리들도 170은 될 줄 알았다.)

TV에서 [마지막 승부]가 한창 인기를 끌 때, 침구에 누워서 드라마를 보던 삼례는 장동건이 여성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인을 하는 모습을 보자 부러웠는지 한마디 했다. “나도 진작 농구에 전념했으면 저렇게 됐을 텐데.” 그러자 옆에 있던 고참 김 병장이 말했다. “야. 피그미족 농구팀이냐? 너같은 놈 농구를 시키게.” 그러자 삼례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에이 말을 해도 피래미족이 뭐예요?”
삼례는 피그미족이란 말을 몰랐다.

멍청하면 입이라도 잘 돌아가던지. 혀가 짧은 건지 머리가 짧은 건지 삼례는 좀 생소한 단어는 무조건 헤맸다. 한번은 ‘클리퍼’, ‘클리퍼’하길래 프로그래밍 언어 얘긴가하고 들었더니 ‘실베스통이 나오는 클리퍼’ 어쩌구 하는 것이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나오는 클리프 행어가 정답이었다.
한번은 휴가를 다녀오더니 약혼을 했다는 거였다. (내무반원 아무도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어디까지 지어내나 보자고 자꾸 질문을 던졌다. 무슨 중국집에서 약혼식을 했는데 생소한 중국음식을 많이 먹어봤다는 말이 나오자 사람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뭘 먹었는데요?” “음…(빨리 생각하는 중) 팔보치… 이끼만두… 양자피…”

배삼례의 물건이나 책에 보면 하나같이 B.A.S라는 사인이 있다. 언젠가 삼례가 새 책에 또 B.A.S라고 쓰고 있길래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다. 삼례는 무식한 놈이라는 듯 나를 쳐다보더니 “내 이름을 영어로 쓰면 이렇게 쓰잖아”라고 말했다. 배삼례의 본명을 영문이니셜로 쓰면 B.S.W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