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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소재로 한 영화 베스트 5

2005년 12월 30일

미리 말씀드리는데, 저 교회 안다닙니다. 하지만 성경은 한번 다 읽어봤습니다. 이런 이야기하면 놀라는 사람 있던데, 그냥 뭐랄까, 그리스-로마 신화 읽는 기분으로 순전히 재미삼아 읽었습니다. 그뿐입니다, 네. 그래서 교회 안다녀도 여호수아니 아브라함이니, 요셉이니 야곱이니, 엘리사니 엘리야니 그런 이름들을 좀 들어 압니다. 그런데 의외로,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성경에 나오는 사람들이나 관련 이야기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군요. (당연한건가?) 다윗과 솔로몬이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1. 십계 The Ten Commandments (1956)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인 모세의 에굽탈출(엑소더스)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죠. 유명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의 원판이라고 보셔도 될 겁니다. 모세 역할을 맡은 배우는 <벤 허>의 찰턴 헤스턴, 모세와 대립하는 이집트 왕 람세스 역을 맡은 배우는 율 브린너… 캐스팅만 봐도 숨막힐 정도로군요. 앞의 구구절절 긴 이야기들보다 중반부 이후에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장면이 워낙 유명해서 많이들 기억하실 겁니다. 때만 되면 공중파건 케이블건 주구장창 재탕해먹는 영화기도 하니 교회 다니시는 분들은 뭐 거의 다 보셨겠죠.


2.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1973)

옛날에는 영화를 찍을 때 예수가 나오는 장면이 나오면, 예수 역할을 맡은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하나의 관례였었습니다. 삼위일체의 정신에 입각해서, 신의 얼굴을 함부로 보여주지 않겠다는 뜻이겠죠. (<벤 허>에서도, 벤 허에게 물을 주는 예수의 모습은 뒷모습만 나옵니다. 나중에 재판받는 장면에서는 아주 멀리서 정면을 보여주긴 하죠) 최근엔 예수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영화들도 이렇게 많이 나오니 참 세상 많이 변했습니다.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이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예수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킨 영화 중 제가 가장 먼저 접했던 작품을 일단 꼽아봤습니다.

3. 삼손과 데릴라 Samson And Deliah (1949)

아주 어렸을 때 주말의 명화 비슷한 시간에 방영한 걸 딱 한 번 본 것뿐인데, 이상하게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어렸을 때는 워낙 헤라클레스 삼손 같은 전설적인 장사들(남자아이라서 그랬는지…)에게 관심이 많아서 그랬을지도 모르죠. 머리를 자르면 힘이 약해진다는 비밀을 여자에게 홀려서 누설해버린다는 스토리는 “여자 믿지마라”는 식의 고전적인 교훈을 주입시키는데 도움도 됐겠죠. 그런데 삼손이 성경에 나오는 인물인지도 모르는 사람, 꽤 되더군요.

4. 솔로몬과 시바여왕 Solomon and Sheba (1959)

율 브린너가 또 나오는군요. (서양사람들이 보기에 워낙 이국적으로 생기고 카리스마도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군요) 우리가 그냥 들어아는 수준의 솔로몬왕은 아이를 둘로 가르라는 명판결을 내린 현명한 군주, 정도인데 반해 이 영화에서 그려진 솔로몬왕은 뭐랄까, 알렉산더대왕이나 카를대제 같은 캐릭터로 그려진게 아닌가 싶네요. 이 영화도 TV에서 하도 주구장창 방영해서 두어 번 본 것 같은데, 최근에는 본 적이 없어서인지 솔직히 세부적인 내용은 가물가물합니다.

5. 천지창조 The Bible (1966)

얘도 어렸을 때 한번 딱 본 영화군요. 영화를 보기 전에 이야기를 좀 많이 들은 영화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천지창조에서부터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노아의 방주, 아브라함… 이런 식으로 쭉 성경의 내용을 줄줄이 영화화한 것이라서 저처럼 성경 속에 나오는 <이스라엘 신화>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에겐 꽤 흥미가 있을 영화입니다만, 영화에 대한 각계의 평은 썩 좋지 않더군요. 성경을 너무 이야기처럼, 신화처럼 보여지게 만든 탓일라나,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