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프라다 매장] 건물도 명품



어떤 건물인가?

2005년 도쿄로 여행갔을 때, 안도 다다오의 “콜레지오네”를 찾아가려고 아오야마 지역을 헤매다가 요상하게 생긴 건물을 발견했었다. 무슨 악어가죽백처럼 생긴 파사드를 자랑하는 건물이라서 야 특이하네, 그러다가 가만히 보니 프라다 어쩌구 하는 글자가 보이길래 프라다매장이구나, 허이구 명품 만드는 놈들이라 건물도 특이하게 고르셨네, 그냥 그러구는 본 김에 사진 두어 장 찍고 더 둘러볼 생각도 없이 휘적휘적 그 자리를 떠버렸다. 바로 이 놈이 “도쿄 프라다 에피센터”라는 이름으로 세계건축계에서 한칼하고있는 작품이라는 걸 안 것은 한국에 들어오고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수백 개의 마름모형 유리로 외관을 장식한 이 도쿄 프라다 에피센터은, 지상 7층 규모로 커다란 하나의 크리스탈 덩어리나 조각품 같은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에 명품매장이라는 컨셉에는 잘 어울리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건물 내부에는 매장 외에도 카페, 창고, 플라자, 사무실이 있다. 당연한건가) 전면 유리로 된 건물이다보니 야경도 그렇게 죽인다는데 당연 못봤지. 이 마름모 형태를 끝까지 고수하느라고 입구도 마름모형태다. 색다르다. (화장실 쓰레기통도 마름모꼴이란 첩보가 있다)

대지도 약간 경사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건물도 어딘가 약간씩 비틀어진 느낌을 주는 것이 독특하다. 이 건물을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봤더니 건물 앞에 주차장으로 쓰기도 뭣하고 사람이 그냥 모여있기도 뭣한 애매한 크기의 광장이 있었는데, 아오야마 지역이 워낙 건물들로 빽빽하게 채워져있어서 나름 여백을 두기 위한 건축가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주변을 이끼 모양의(진짜 이끼인가? 만져보지는 않아서) 판넬로 벽체 마감한 모양이 독특했는데 이 벽/바닥도 전부 삐딱하다. 설계자가 삐딱해서 그런 건 아닐테고 뭔가 컨셉이 있었겠지. 난 모르겠다.

건물 내부의 각 층이 서로 유동적으로 연결된 구조인 점도 특징이다.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이 각 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하나의 층을 바꿔서 올라간다, 는 거창한 인식없이 그냥 매장을 돌아다닌다, 는 인식밖에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로 인해 구조적으로나 안전성으로나 엄청 복잡한 구조물이 되었다)

건물 내부에는 “튜브”라 불리는 통로? 형태의 공간이 있는데, 바깥쪽의 유리모양처럼 마름모형태의 단면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통로라기보단 이 공간을 통해 외부를 조망하는 망원경의 역할을 한다…라고 어디서 그러던데, 이런 건 직접 들어가서 봐야 뭘 알지 글을 읽어서는 영 감이 오질 않는 법이다. 허나 왠지 비싼 물건 파는 매장에 나같은 사람이 들어가면 맞아죽을 것 같아 입구 근처에 얼씬거려보지도 않은 관계로-_- 내부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줏어들은 이야기도 없고.

어떻게 지어졌나?

1999년, 명품으로 유명한 프라다가 “에피센터(Epicentere)”라는 명칭으로 컨셉 스토어를 짓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쇼핑’이라는 문화적 코드를 아방가르드 건축을 통해 해석하고 표현함으로써 상점 건축의 혁신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라는데, 이렇게 어렵게 써놓은 걸 보니 아마 그냥 “폼나게 짓고 싶었다”가 정답일 거다. 어쨌든 프로젝트의 첫번째는 렘 쿨하스가 설계한 뉴욕(브로드웨이) 매장(2001년 준공)이었고, 두번째가 바로 도쿄에 건축된 이 건물로 설계는 헤르조그와 드 뫼론(Herzorg & De Meuron)이 맡았다.

설계의 컨셉은 보고(Viewing) 보여주고(showing) 보여지고(looking) 전시한다(Exhibition)에 포커스를 두고 건물 자체와 아오야마라는 거리, 도쿄라는 도시, 전시된 프라다 제품, 그리고 매장을 찾은 손님과 거리를 걷다가 건물을 바라보는 행인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말을 듣고 따라 쓰면서도 참 감탄하는 게, 역시 건축가는 말빨이다)

헤르조그 & 드 뫼론은 요즘 한창 잘나가는 스위스 출신 건축가로, 2001년에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2006 독일 월드컵 뮌헨경기장(알리안츠아레나)과 2008 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의 설계를 맡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두 건물 다 보면 요 프라다매장처럼 뭔가 격자모양으로 막 꼬아놨다. 비슷비슷하다는 얘기지.

시대의 한마디

이 건물이 2003년에 지어진 모양이다. 본인은 1998년 학교 졸업한 이후 건축계랑 인연 거의 끊고 살았다. (학부 시절 줏어들은 이야기 가지고 여태 건축에 대해 왈왈 떠들어댔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2002년에 지어진 건물을 알 턱이 있나. 세계적인 건물이 눈앞에, 코앞에 있는데도 어 특이하네, 괜찮네 그러고는 사진 두 장 찍고 바삐 걸음을 돌려왔단 말이다. 사진 두 장이나마 안찍어왔으면 아까와서 밤잠도 못잤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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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1. 이명희 말해보세요:

    허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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