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호러 픽처 쇼] The Time Warp

지금 이 이야기를 하기엔 상당히, 대단히, 아주 때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지금 내 머리에서 생각났으니 지금 해야겠다. 2006년도로 기억하는데, 전지현이 등장하는 애니콜 광고 중에서 슬림 앤 모어,라는 것이 있었다. 핸드폰이 얇아지는 과정을 무슨 공장에서 처리하듯 보여주면서 전지현이 햐얀옷에 짧은바지(설마 치마는 아니었겠지 -_-) 입고 춤추는 광고였는데, 이때 배경으로 깔린 음악이 (가사는 한국어로 바꿨지만) 바로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에 등장하는 “The Time Warp”였던 거다.

뭐 워낙 광고의 핵심은 노래보다는 전지현의 미끈한 다리-_-였기 때문에 노래에 관심을 가진 사람 별반 없었지만, 그래도 영화음악 듣는다고 깝치는 입장에서 참으로 공중파에서 듣기 힘든 노래가 메이저광고의 삽입곡이 되어 황금시간대에 울려퍼진다는 사실이 정말로 감격,은 좀 과장이고, 감회가 새롭기는 하더라. 뭐 다시 강조하지만 이 광고의 핵심은 전지현의 맨다리지 노래가 아니긴 했지만.

<록키 호러 픽처 쇼>는 워낙이 영국에서 상연되던 뮤지컬이었더랬다. 이걸 미국의 한 영화제작자가 영국 방문 중에 보고 홀딱 반해서 미국에서 영화로 만든 것인데, 지금 봐도 남사스러운데 1970년대에야 오죽 했겠는가. 욕바가지로 먹고 2주만엔가 극장에서 내려버렸단다. 그런데 어둠은 어둠을 알아본다고 했던가. 변두리 심야극장에서 난데없는 호응을 얻어, 이 영화는 진정한 컬트영화의 반열에 오르고 만다. 나중에는 영화에서 나오는 노래와 춤을 관객이 일제히 따라하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는데, 바로 이 “The Time Warp” 노래가 나오는 장면에서 친절하게 스텝을 설명해주는 장면이 모티브가 되지 않았는가, 혼자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영화보다 (영화도 전세계 어느 심야극장-_-에선가는 상영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여전한 인기지만) 뮤지컬 공연으로 좀더 친숙하지 않은가 싶은데, 사실 이 남사스러운-_- 내용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옮기는데 우여곡절도 많았더랜다. 특히나 영화를 보면서도 춤추고 노래하는 이 매니아 관객들이 뮤지컬을 보면서도 당연히 춤추고 노래하려고 작정했는데, 조금은 보수적인 브로드웨이 극장측에서 관객들의 합동공연(?)을 반대하는 바람에 공연 보이콧 소동이 일어났다나 어쨌다나. 하여튼 결국 “The Time Warp”가 나올 동안에만 극장 통로에서 춤추는 걸 허용하는 정도로 합의하는 걸로 수습했다는 걸로 봐서, <록키 호러 픽처 쇼>에서 “The Time Warp” 장면이 차지하는 비중 – 관객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 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해볼 수도 있겠다.

하여튼 이렇게 컬트영화의 대명사, 마이너문화의 아이콘 같은 <록키 호러 픽처 쇼>의 대표곡이라면 대표곡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의 광고 삽입곡으로 쓰여서 공중파에서 마구마구 방송된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들은 별로 그렇게 생각 안하던데, 나한테는 무진장 신기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이놈의 자본주의라는 것이, 어떻게든 대중에게 먹히기만 하면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갖다 써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걸지도. 광고음악 하나에 너무 거창하게 타이틀 붙이는 거 아니냐고. 그럴지도.

그나저나 벌써 영화음악 이야기에서 광고 이야기만 세번째다. (<풀몬티>, <그리스>, <록키 호러 픽처 쇼>) 은근히 우리나라 광고계가 영화 패러디를 많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일지도. 사실 본격적으로 다루질 않아서 그렇지 영화 패러디한 광고들 (특히 누구나 알만한 영화 패러디하는 것들) 무진장 많다. 이거 아예 코너를 따로 빼서 정말 본격적으로 다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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