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4집 그리고 이영훈

일단, 동영상 하나 때리고 시작하자.

이문세 4집 타이틀곡인 <사랑이 지나가면>.
내가 앨범 전곡을 다 외우고 (외운다는 뜻은 노래방에서 왠만하면 가사 안보고 부를 수 있다는 뜻) 있는 게 딱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변진섭 2집이고
나머지 하나가 이문세 4집이다.

우리 나이 또래가 중2~고1 정도 시절에
최고의 가수는 단연 이문세였다.

하지만 이문세도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들고 나타나기 전까지는
<파랑새>라는 노래 하나 히트곡이랍시고 들고 있는
말빨만 좋은 가수 겸 DJ에 지나지 않았더랬다.

그러나 어느날, 3집(속으로 어느새 3집이나? 했었다)을 냈다는 소식을 듣고
어린 내 소견으로 “DJ에서 인기 좀 얻더니 그걸로 어떻게 해보려고 음반도 내보는구나”라고 생각했었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형이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좋다고 녹음해서 듣고듣고 하는 걸 보면서도
그렇게 좋은가? 싶었으니까.

그러다가 3집에 있는 나머지 노래들, <휘파람>이라거나 <소녀>라거나, 당시 우리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최고의 이문세 노래로 꼽혔던 <그대와 영원히>라거나… 뭐 이런 노래들을 줄줄이 들으면서 이문세에 뻑이 가버렸던 거다.

정확히 말하면 그 모든 노래들을 작사/작곡한 이영훈이라는 작곡가에게 뻑이 간 걸지도.
(그때는 솔직히 이문세가 “노래를 잘한다”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은 하도 노래 못하는 가수들이 판을 치는 바람에 생각을 바꿨지만… 이게 좋은거냐 나쁜거냐)

그렇게 소년들의 가슴에 기대감을 만빵 채워놓은 상태에서 터진 이문세 4집.
재밌는 건 이번에도 타이틀곡인 <사랑이 지나가면>은 내 귀에 그렇게 좋게 들리지 않더라는 거.
(<난 아직 모르잖아요>보단 좋았다)
게다가 이를테면 3집 때 <휘파람>이나 <그대와 영원히>처럼
듣자마자 내 귀에 뭐가 뻥뻥 터지던 그런 노래도 딱히 없었다는 거.

그런데도 이게 자꾸 들으니까 그냥 내 몸에 젖어들어서
자연스럽게 그냥, 좋아하는 노래라기보단 내 안에 있는 노래라고 할까,
뭐 그런 기분이 되어버리더라는 거다.

사실 이문세(라기보단 이영훈) 노래들, 비슷하다. 어떻게 보면 뻔하다.
그런데도 그 뻔한 노래들을 묶어 이렇게 사람을 오랜 세월 울리고 웃긴다는 거
(웃긴 적은 없던가…-_-;;)
그게 이영훈표 발라드의 힘일지도.

그런 이상한 힘이 느껴지는, 맥빠지는 발라드 하나 더 들어보고.

4집 A면 두번째 곡 <밤이 머무는 곳에>.
어린 마음에 가사 초반에 “입맞춰주었네”라니까 괜히 좋아했던 것 같은 기억도.
연습장 앞머리에 가사 적어놓고 따라불렀던 기억도 난다.

순서대로 소개하는 김에 A면 세번째 노래도 들어볼까.

원래 고은희(“뚜라미”라는 이름으로 대학가요제에서 입상했다가 “뚜라미”가 홍대던가? 동아리이름이라서 데뷔할 땐 멤버들 이름 그대로 고은희,이정란이라고 데뷔했었다. <사랑해요> 한 곡만 크게 히트시키고 별로)와 이문세의 듀엣곡 <이별 이야기>인데
모 방송에서 이수영이 부른 최근 걸 보니 흠, 이수영 창법하곤 안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새삼.
고은희 아줌마가 깔끔하게 불러줘야 확실히 어울리는.

이 노래는 그러고보니 내가 노래방에서 여자랑 듀엣으로 불러보는 게 소원이기도 한.
(이 노래로 남자랑 듀엣은 많이 해봤다)
그리고 아마도 4집에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그럼 첫번째는 뭘까?

4집 B면 첫번째 곡인 <깊은 밤을 날아서>.
(내가 좋아하는 곡이라고 하면 이렇게 박자에 강약이 확실한 곡이 많다. 사람이 단순해서)

이 곡은 내가 주로 노래방에서 분위기 업!시킬 필요 있을 때 선택하는 노래인데
(아니면 역시 이문세의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
보통은 분위기 처진 거 반전시킬 때 쿨 노래를 선택하면 무난하긴 한데
이 노래 안불러본 사람들은 한번 써먹어보라. 효과 괜찮다.

생각해보니 내가 맨 처음 기타 배울 때,
중간에 코드가 1/4박자마다 바뀌는 게 있어서
죽어라 연습해 마침내 성공해냈던 (물론 지금은 그동안 연습 안해서 못하는) 노래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 노래다.

4집 B면 세번째곡인 <굿바이>.
동영상에서도 이문세가 스타카토처럼 끊어서 부르는 대목이 있는데
“저멀리/그/대/음/성~” 이 부분이
C/G/Am/G/A7으로 코드가 확확 바뀐다.
죽어라 연습했었는데 지금은 절대 안되겠지.

원래는 이문세 4집 전곡을 다 올리겠노라 다짐하며 시작한 글인데
쓰다보니 지쳐서 이만 해야겠다.

<그녀의 웃음소리뿐>만 마지막으로 올리고.

이렇게하면 그래도 4집에서 좋아하는 노래는 다 올렸네.

아무튼 이렇게 좋아했던, 내 청춘의 한 귀퉁이가 오늘 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단다.

작곡가 이영훈 씨, 천국에서도 좋은 노래 많이 만드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을 이상하게 별로 쓰기 싫어하는
시대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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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1. 퍼블 말해보세요:

    전 이문세-이영훈 콤비라면 단연 붉은노을이 먼저 생각나네요..
    아주 어렸을 때 뭣도 모르고 줏어들었던 붉은노을은 아직도 제겐 너무 깊이 남겨져 있거든요.
    ^^

  2. SIDH 말해보세요:

    붉은 노을 처음 나왔을 때 “노래가 이상해?”라고 생각했었더랬죠;;
    지금은 그때처럼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썩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라는;;
    시대가 썼습니다.

  3. 로로 말해보세요:

    난 아직모르잖아요,,정말 좋아했는데..나중에는 붉은노을이
    참 좋더라구요..이수영과 부르는 이별이야기,.이수영 첨에
    나오는 목소리 귀신소리같네요..ㅠ

  4. 사일런스 말해보세요:

    저두 이문세씨 곡을 대부분 좋아하긴 하는..
    4집은.. 테이프가 있었던듯..
    역시 그래도 첫번에 떠오르는 건..
    붉은노을인가..
    난~ 너를~

  5. sun 말해보세요:

    이문세4집은 저에게도 추억의 앨범인데..ㅎㅎ
    당시 87년인가 그랬을걸요..전 중딩이고 오빠가 대학생이었는데
    여름방학내내 집에만 오면 이 앨범을 틀어놔서 귀에 딱지 앉을뻔 했었죠..
    가을되면 <가을이 오면>도 뜰거라면서 너도 좋아하라고 강요도 당하고..ㅋㅋ
    몇년전인가..오빠네집서 이 엘피를 발견하곤 디게 반가웠는데
    오늘 시대님 글보고 또 잠시, 이십여년전으로 여행하고 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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