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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시절] 교통사고를 당하다

1997년 12월 20일

어머니의 약과 함께 내 두뇌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일어났다. 그날 나는 아무 생각없이 자전거를 타고 괜히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었는데, 신림4거리에서 우성극장 쪽으로 가는 길에 개천을 지나는 다리가 하나 있다. 거기서 내 자전거와 택시가 정면으로 부딪혔던 것이다.
뒤에서 따라오던 목격자에 따르면, 나는 거의 3미터 가량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바로 바닥에 떨어졌으면 모르겠는데 택시의 앞뚜껑(일명 본네트) 위로 허리부터 떨어졌단다. 그리고 굴러떨어지면서도 바닥에 머리부터 부딪혔으면 무슨 일이 났을지 모르는데 다리부터 떨어졌다는 것이다. 나중에 그 사람이 병원에서 그랬다. “신이 낸 놈입디다.”
하여튼 그렇게 떨어진 나는 주위의 경악에 찬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주워서 쓰고(안경도 깨지지 않았다) 천천히 일어나 다리와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었다.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무릎이 약간 까진 거 말고는 외상이 없었다. 하지만 자전거는 앞바퀴와 뒷바퀴가 나란히 붙어있을 정도로 우그러져 있었다. 그때 택시에서 내린 운전사 아저씨는 나를 다짜고짜 납치하듯이 붙잡아 차에 태우고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남들이 보면 영화에서처럼 일부러 들이받고서 납치하는 게 아닐까 의심해볼 수도 있을만큼 아주 재빠른 동작이었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한 나는 곧 집에 전화를 걸었고 눈부시게 빨리 뛰어오신 어머니는 멀쩡하게 병원 복도에 앉아있던 자식을 그 사람들 많은 곳에서 웃옷을 홀딱 벗겨서 어디 부서진데 없나 확인하셨고, 병원에서도 여기저기 무진장 엑스레이를 찍어댔지만 결론은 삔 곳 하나 없었다. 아버지는 자전거가 그 지경이 됐는데 애가 멀쩡하다니 말이 되냐고 의사에게 따졌고 의사는 자전거가 충격을 다 흡수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어느 회사 자전거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이거 광고 테마로 삼으면 끝내줄텐데.(사고가 나도 사람은 멀쩡한 자전거!!)
그나저나 내가 요즘 하고다니는 짓을 보건데 그때 뇌검사를 한 번 받아봤어야 옳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