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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하다가… 2

2006년 2월 12일

새해 새각오로 농구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 조금 넘었음.

그동안 설날 연휴로 “공식적으로” 다들 함께 빠진 하루를 빼면
모든 일요일에 꼬박꼬박 나가서 뛰고 있음.

시합은 항상 20점을 한 쿼터로 80점=4쿼터를 뛰는데
처음엔 20여명의 사람이 몰려와서
쿼터가 바뀔 때마다 5명의 사람들이 무데기로 교체되고
그래도 하도 오래 안 뛴 사람들이라 헥헥거리곤 했는데

요즘엔 작심삼일 탓도 있겠고, 목요일로 분산된 탓도 있겠고,
하여튼 일요일 타임에 나오는 사람이 15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전에는 두쿼터를 겨우 뛰었다면 이제는 세 쿼터는 기본으로 뛰어줘야되는 지경.

거기다가 이제는 사람들이 실력이 좋아져서인지 실내코트에 적응을 해서인지
전에는 80점 4쿼터를 뛰면 두시간에 거의 맞았었는데
이제는 한시간 반 정도면 4쿼터가 여유있게 끝나서
여분으로 두 쿼터 정도를 더 할 수 있다는 점.

덩달아 내가 뛰어야할 쿼터도 그만큼 늘어나
지난 주부터 네 쿼터를 꼬박꼬박 뛰고 있음. (뛰는 시간은 뭐 아마 비슷하겠지만)

참고로 성적은
처음 이 농구동호회 참여하려고 할 때 프로필들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기는 180대의 트위너라고 소개했길래
야 키큰 사람 많구나, 나도 이제 센터나 파포가 아닌 스포를 볼 수 있겠구나,
라고 잠시 착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프로필에 있던 그 수많은 180대 트위너들은 다 어디로 가고
170대 후반~180 정도의 스포형 선수들만 득시글득시글.
여전히 키로 밀려서 센터라는 사실 -_-

하기야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들로 하여금
너는 드리블도 치지 말고 중거리슛도 쏘지 말고
무조건 골밑에서 비벼라, 라는 주문만 들어온 세월이 벌써 이십년.
이제 와서 내가 외곽으로 나간들 드리블이 되나, 패스가 되나.

이십년을 롤모델로 삼고 살아온 한기범 or 무톰보를 여전히 추앙하며
오늘도 골밑에서 열심히 비비는 중 -_-
(참고로 무톰보를 추앙하는 유일한 이유는
나도 공격력이 형편없기 때문 -_-
물론 한때, 3점 라인에서 한두 발 앞 정도의 거리에서는 거의 백발백중의 중거리슛 능력을 날리면서
당시 (동네)팀에서 제1공격옵션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던 적도 있었으나
다 젊었을 적 이야기다)

그나마도 상대방이 신장이 좀 되고 하다보니
예전보다 (순전히 키로 먹고살던) 블락이나 리바운드가 현저히 떨어져서
그동안은 최소 4점(두골), 최다 8점(네골)의 기록을 유지하면서
리바운드 두어 개, 블락은 하기는 커녕 당하는게 두어 차례였었으나
지난 주부터 심기일전, 조금 더 발발거리고 뛰면서 포지션을 잡자, 고 다짐한 끝에
오늘은 그래도 리바운드 대여섯 개 이상은 잡아낸 것 같음. (득점은 또 4점)

특히 오늘을 기억해야할 이유가 있다면
지금껏 블락은 그래도 두 번 기록했었지만
타고난 좁은 시야로 인해 위치 선정 더럽게 나빠 패스 거의 못받고
어쩌다 받으면 다른 데로 빼줄 정신이 없어서 무조건 림을 향해 던지고 마는
그런 인간이다보니 어시스트, 뭐 이런 거 전혀 없다가

지난 주부터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 패스 받아먹는 줏어먹기!가 하나씩 나오다가
오늘은 드디어 어시스트를 기록 ㅠㅠ

거기에 상대방의 실수도 약간 있었다지만
내 인생에 몇 번 없던 가로채기까지 성공.

그리고 지지난주부터 같이 뛰는 후배한테 힌트를 얻어서
우리 팀원이 가운데로 드라이브인 해서 들어올 때
괜히 패스 받으려고 설치지 말고 상대 팀원 스크린 걸어주는
그런 거 열심히 잘하고 있음.

(추가로 오늘 경기를 하면서 조금 시야가 생기니까 느껴진 건데
아무래도 내가 신장이 있다보니까
내 앞에서 슛을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음.
그래서 상대방이 내 앞에서 공을 들고 있어도
슛을 던질 확률보단 안으로 넣을 확률이 많다고 계산하고 거기에 주력했더니
-> 그렇게 해서 먹은 골도 있긴 하지만 <- 생각보다 수비리바운드를 많이 잡아낸 것 같음) 물론 말도 안되는 훅슛 시도하다가 블락 두 번 당하고 결정적인 패스 미스(승부를 결정짓는) 하나, 리바운드 다툼하던 와중에 튀어나온 공을 머리로 받기, (3주만임) 기타 등등 주접을 떨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달리다가 삐끗하고 발바닥 아프고 하던 시절에 비하면 월요일 아침에 회복도 빠르고 몸도 한결 가뿐해지고 있음. 바람 빠진 농구공에 바람을 넣던지 새로 하나 사던지 해서 시합 중에는 도통 할 수 없는 슛이랑 드리블 연습을 좀 해야겠음. 오늘의 다짐: 수비와 리바운드로 팀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자. 두자리 수 득점은 아예 꿈도 안꾸는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