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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샹교회] 지겹게 들은 그 이름

2001년 5월 19일



어떤 건물인가?

건축과에 적을 둔 사람이면, 아니 건축에 관한 교양과목이라도 얼핏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 <롱샹교회>라는 이름을 100% 들어봤을 것이다. (수업시간에 졸았던 놈은 모를 수도 있다!)
근대건축에서 손꼽히는 거장인 르 꼬르뷔제(1887~1965)의 대표작 롱샹교회는 독일, 스위스의 국경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프랑스의 롱샹이라는 시골마을의 한 언덕에 지어져있다. (가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잠깐 덧붙이면 벨포르라는 역에서 버스나 기차를 탈 수 있다더라. 정류장에 내려서 언덕 위까지 한참을 또 걸어가야 한다지만… 근처 정류장에는 한국 건축과학생들의 친필 낙서가 잔뜩 있다니 대한민국 만세다 씨바)

처음 이 건물을 보면 우선 흰 노출콘크리트와 비정상적으로밖에 보이지않을 정도로 둥실 떠오르는 지붕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저게 창문인지 쥐구멍인지 모를 정도로 아무렇게나 뚫어놓은 창문과, 롱샹교회 모델링을 해본 사람은 다 알다시피 두께마저 제 각각인 벽면, 채광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을 것 같은 투박한 외모에 (나처럼 정신적으로 미숙할 경우 특히) 짜증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롱샹교회(…정확히 말하면 성당이다. 근데 교회라는 말로 워낙 널리 알려졌으니 원)에 들어서면 (돈 내고 들어가야된다 씨…) 지붕과 벽의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 그리고 탑의 천정에서 흘러드는 빛과 불규칙한 창문으로 퍼져들어오는 빛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겉에서 보이는 투박함으로 바깥세상과 격리된 세상처럼 느껴지는 공간이 들어서는 순간 안과 밖의 조화 – 빛을 통한 – 에 의해 정말 성당다운 공간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건물을 밖에서 보지 말고 안에서 느껴라, 요거 누가 먼저 한 말인지도 모르지만 내가 가끔 써먹는 말인데, 롱샹교회가 바로 그런 예가 되겠다. 물론 롱샹교회는 밖에서 봐도 정이 들면^^; 충분히 예쁜 건물이다. 건물을 하나의 조각품으로 봐줄 수 있다면, 롱샹교회는 그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이니.
내부에는 폭 13m, 길이 25m의 예배당이 있으며 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부속예배실도 있다) 천정의 높이는 평균 10m, 가장 낮은 곳이 4.78m이다. 말로만 들으면 내부가 대단히 불안정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다시 강조하노니 들어가서 보면 전혀 안그렇다니까. (고백하노니, 필자도 안가봤다)

어떻게 지어졌나?

잘 지어졌겠지 뭐. 롱샹교회가 있는 곳은 원래 고대 신전이 세워져있던 자리라고 한다. (언덕 위의 성당… 개념 나온다) 1950년에서 1955년에 걸쳐 건축되었는데 (조막만한 건물을 이렇게 오래 짓다니… 우리나라 같으면 칼 날라갔다) 이 시기에 르 꼬르뷔제는 자신의 걸작으로 꼽히는 또하나의 종교건축 라뚜레뜨 수도원을 설계했다. 아마도 신학적인 삘이 좀 받는 시기였던 모양이다. 12,000명 정도의 순례자들을 위한 성당이 애초 목적이었다는데 (지금은 그 이상의 순례자들이 찾아올게다. 르 꼬르뷔제 광신도를 포함한 건축교 신자들…) 언덕배기에 힘들게 올라가는 것도 다 고행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시대의 한마디?

롱샹교회는 사진으로 보면 참 괜찮은 거 같은데, 내가 직접 찾아가서 사진으로 찍으면 영 그 맛이 안난다고 한다. 건축사진을 찍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무슨 풍경사진 찍듯 찍을라고 하면 앵글이 도통 안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참 물러서기도 그렇고…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찍기도 그렇고… (본인도 건물사진찍다가 그런저런 이유로 남의 집 옥상에 몰래 올라가길 밥먹듯 했지만) 그러니 결국, 내 발로 가서 보는게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멋지지 않겠느냐는 결론이 나온다. 가서 엉뚱한 곳에 낙서나 하지말고, 경건하게 롱샹의 빛을 함 느껴볼 것을 권한다. (근데 교통편이 상당히 드럽다고 한다. 하루에 한번 왕복한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