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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라클

2008년 4월 28일

주말에 오랜만에 소극장 뮤지컬을 봤음.
(뮤지컬이건 연극이건 대학로에 가는 건 거의 연례행사 수준)

사실은 한 4년 전에 연극으로 이미 본 작품인데
최근에 뮤지컬로 다시 각색해서 나왔다는 소릴 듣고 기회가 된 김에 봤음.

연극일 때도 보고나서 주위 사람들한테 추천했던 작품인데
뮤지컬도 꽤 괜찮게 만들었음.
연극에서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였던 “007”이 뮤지컬 각색과정에서 없어진 건 좀 아쉽지만,
그리고 전체적으로 노래가 들어가면서 연극에서의 유머나 진지함 모두 조금씩 빠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큰 틀에서 망가진 것은 없으면서 뮤지컬로서의 재미는 그대로인 것 같아
나름 만족. 역시 추천할만한.

그런데 대학로 소극장 공연 보고 나면 꼭 드는 생각이
야 저런 인재들이 이런 소극장 무대에서 “썩고(?)”있다니… 라는 것.
물론 소극장 무대에서 열심히 공연하는 젊은 배우들이 다 “썩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TV판이나 영화판에서 나름 스포트라이트 받으면서 주연조연하는 것들 중에
저 좁은 무대에서 땀 뻘뻘 흘려가며 열연하는 배우들보다 연기력이나 외모나 상대도 안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뮤지컬 같은 경우는 노래 잘하는 애들까지…)라는 생각이 들고 나면
상대적으로 왜 쟤네들은 이런 무대에서…? 라는 생각이 뒤따라 들더라고.

연기 못한다는 말이, 사람들이 그저 대사 못외우고 표정 어색하고 하는 정도만 잡아내서 뭐라고 하던데
야 솔직히 그건 정말 심각한 수준인 거고
걸어가는 거, 손 내미는 거, 기침하는 거, 이런 동작만 자세히 봐도 내공있는 배우와 아닌 배우는 확 차이가 난다는 거.

NG라는 게 없는 무대 위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왜 TV나 영화판으로는 쉽게 넘어오질 못하는 건지.
하긴 뭐, 연극은 리허설 수십 번에 수십 번 반복공연하며 연기가 점점 좋아지는데
TV나 영화는 리허설이나 촬영횟수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뭐 그렇다고도 하지만 어쨌든.
압구정동 길거리에서 잘 빠진 애들 줏어모을 생각이나 하는게 요즘 연예계라서 하는 소리니 대충 넘어가주시길.

마무리가 애매해서 뮤지컬 미라클에 나왔던 노래 일부분(홈페이지에 일부분밖에 안나오더군) 링크.(링크 깨졌음-_-)

간만에 문화생활 하고 급흥분한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