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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별

2007년 4월 2일

작년말부터 올해초까진가, 나름 엄청난 흥행을 달리던 그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나는 이제야 보았다. 뭐,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일이긴 하지만…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 영화를 이제야 봤다는 사실보다 이제라도 봤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테니)

도대체 저런 얼굴이 왜 예쁘다고 (몸매는 괜찮지만) 저렇게 떠버렸는지 도통 이해가 안가는 김아중이 주연한데다가, 남자주인공도 별로 정없게 생긴 주진모에, 그냥 스틸컷만 봐도 어딘가 어색해보이는 김아중의 뚱녀분장하며… 결정적으로 내가 무조건 혀를 쯧쯧 차버리는 로맨틱코미디물이기까지 하니, 극장은 물론이고 TV 주말의 명화로 틀어줘도 그 시간에 지뢰찾기나 하겠다 싶은 영화가 <미녀는 괴로워>였는데, 어쩌다 볼 생각이 들었을까. 어쩌다가.

아마 명색이 그래도 영화음악사이트를 10년째 (몰래)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박 화제가 되었던 김아중의 <Maria> 공연장면을 직접 보려던 것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였을 거다. 영화는 안봤지만 <Maria> 노래는 워낙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놔서. (길보드가 없어진 이후 이렇게 한 노래를 오며가며 자주 듣기도 오랜만이다) 그래서 봤다.

봤는데, 뭐랄까, 이 영화가 왜 대박히트를 쳤는지는 솔직히 이해가 잘 안가더라. 억지로 끼워맞춘 시나리오에, 뻔하디 뻔하면서 속까지 뻔히 보이는 결말에, 김아중 연기도 그렇게 잘해뵈지도 않고. (포스터빨인지 포스터보다 더 이쁘게 나오지도 않더라) 이런 정도의 감상이면 까놓고 말해서 입에 욕을 달고 있어야 정상이지. 그런데, 이렇게 점잖게 영화음악코너에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또 무엇이냐.

음악이 제대로 빠졌더라.

러브홀릭의 이재학이 음악을 맡았다더니 (영화음악, 처음 맡은 걸로 알고 있다) 러브홀릭의 그 감성이 잘 살아있는 편이라고 할까. <Maria> 같은 경우는 조금은, 마케팅용으로 (일부러 김아중이 부르게 하는 등) 편곡되어 삽입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다른 (히트치지 못한) 곡들도 다 좋다. 정신병원(아니면 단순히 요양소? 명확하지가 않아서리)에 있는 아버지와 한나가 춤을 출 때 흐르는 <Dance With My Daddy> 같은 경우, 어느 인터뷰에선가 김아중이 그 노랠 듣고 울었다던데, 밝은 멜로디인 것 같은데도 어딘가 찜찜하게 걸리는 것이 최소한 그 장면의 분위기와는 정말 잘 어울린다.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곡의 완성도나 음악성 그런 걸 떠나 장면에 어울리면 무조건 오케이다)

뭐 그 노래야 단순한 삽입곡이니 좀 묻혀버렸어도 아까울 정도는 아닌데, 유미(김아중이 부른 버전도 있지만)가 부른 <별> 같은 곡은 묻혀버린 것이 대단히 아쉽다. 극 중 비중이나 나오는 빈도로만 따지면 <별>이 타이틀곡의 영광을 얻어서 대박 히트쳐도 될 법한데, 엉뚱하게 알려지기는 김아중이 직접 부른 (다시 말하지만, 김아중이 직접 부른 <별>이 없는 것도 아니다) <Maria>가 더 알려지더란 말이지. (이러니 마케팅의 승리라고 하는 거지) <Maria>야 김아중이 데뷔 무대에서 딱 한 번 열창하는 모습 보여주고 땡인데, <별> 같은 경우는 (극중에서) 한나가 직접 만든 노래고, 한나가 오디션에서 부른 노래고, 다시 제니가 오디션에서 부른 노래고, 마지막으로 공연장에서 한나와 제니(친구 김현숙-_-까지)가 같이-_- 부르는 노래로 영화와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노래다. 이런 노래를 제치고 외국 번안곡인 <Maria>가 주제가로 알려지다니. 도대체 어떤 넘이 마케팅을 담당한 거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만약 영화 개봉 전/후에 김아중이 <별>을 부르는 동영상 등을 마케팅용으로 뿌려댔다면 영화 흥행에 도움이 됐을지는 장담 못하겠다. 코미디영화로 홍보하고 있는데 댑따 우울한 분위기의 <별>을 주제가로 밀었다간 흥행에 마이너스가 됐을 가능성이 솔직히 더 높겠지. (예고편으로 뿌려댄 와방 밝은 분위기의 <Beautiful Girl> 같은 경우가 단적인 예) 그러니 어쩌겠나. 나처럼 영화음악 좋아한다고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묻혀버린 노래 찾아내서 홍보해줘야지. 그런데 몰래 사이트 운영하는 처지라 홍보가 제대로 되는 건지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