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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삼례이야기] 빠루사건에 얽힌 이야기

1998년 2월 1일

내가 군복무할 무렵 우리 부대에서 아주 좋지않은 일이 생긴 적이 있었다. 혹시 94년도에 공군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빠루 사건”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사건이 바로 우리 대대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그 사건에 대한 보고서니 뭐니 준비하느라고 삼례나 나나 며칠을 야근하고 어느 토요일은 아예 밤을 꼴딱 새버렸던 적도 있었다. 어쨌든 그러구나서 사건 보고서가 완성이 됐는데 이게 엄밀히 말하면 군사 기밀에 속한다. (등급은 한 대외비?) 그런데 삼례가 그걸 계장 몰래 프린트하는 게 아닌가. 내가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내일모레 휴가나갈때 갖고나가서 친구들 보여줄 거라나. 우리 부대에서 이런 일 있었다고.
나이를 먹다말고 이빨 사이에 끼워놓았는지 도대체 철이 안든 놈이다. 아니 그런 끔찍한 이야기를 친구들 보여줘서 어쩌겠단 말인가. 내가 참 비밀을 취급하는 실무자로서 안된다고 펄펄 뛰었지만 삼례는 요지부동이었다. 제 딴에는 이런 걸 딱 보여주고 뭐 자기가 해결했다고 말하려고 했는지 아니면 친구들도 수준이 비슷해서 그런 것만 봐도 삼례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 보고서는 삼례가 멍청하게 책상에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 계장 눈에 띄어 즉각 비밀 파기함에 들어가는 신세가 되었다.(화일은 내가 벌써 지워버렸지롱~)

아까 말한 토요일 밤샘에 얽힌 이야기. 어쩌다보니 그날은 하루종일 삼례만 컴퓨터를 치고 나는 커피나 끓여대고 있었다. 아직 내가 일병이다보니 같이 밤샘을 하던 대대장이랑 계장이 병장인 삼례를 더 믿은 탓이었는데 그날 삼례가 밤샘해서 친 화일은 다음날 내가 포맷을 완전히 바꿔서 새로 쳐야했다. 아래한글을 보석글 치듯이 치는 놈이 어딨냐 말야. (삼례는 ALT+T 해서 가운데 정렬하는 것도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날이 새자 계장님(갑자기 존칭이 붙는 이유가 있다)이 백일병은 밤새 한숨도 못잤으니까 올라가서 자고 삼례는 계속 남아서 작업을 마무리하자고 말했다. 내가 낄낄거리며 사무실을 나오자 뒤따라나온 삼례는 가까운 변전실 내무반에 가서 자다가 내가 전화하면 바로 튀어오라고 말했다. 드러운 놈. 하여튼 나는 대대장 때문에 역시 행정계에서 날밤을 샌 염일병까지 데리고 변전실로 가 정말 꿀처럼 잤다. 삼례가 전화한 것은 그러고나서 한 두 시간 지나선가? (그 성질에 참 오래 참았다) 그래도 자지 않은 것보다는 나아서 한결 개운한 기분으로 사무실에 돌아갔더니 계장님이 왜 도로 내려왔냐고 펄쩍 뛰었다. 당황한 삼례는 나를 끌고 나가서 왜 올라가지 내려왔냐고 나를 패기 시작했다(자기가 전화해놓고… 살다살다 이렇게 억울한 경우도 있을까?) 하여튼 그 변덕이 어떻게 될지 몰라 나는 가까운 행정계에서 염일병하고 책상에 엎드려서 마저 잤다. (그리고 그날 – 일요일 – 종일 삼례가 친 화일을 다시 수정해야 했다는… 그런 스토리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