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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윤이 백일촬영하던 날

2010년 8월 16일



뭐 이런 거 찍었습니다

아기를 키우면서 새롭게 배운 수만가지 것들 중 한 가지.

백일사진은 백일에 딱 맞춰 찍는 게 아니랍니다.

뭐 옛날엔 날 맞춰 사진관 가서 홀딱 벗긴 뒤 의자에 앉혀서 찍었을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아기가 예쁘게 나오는 것 위주로 찍기 때문에
백일보단 좀 늦게, 그러니까 날짜보다는 아기 발달상황에 맞춰서
아기가 엎드려서 고개를 들고 사람을 쳐다볼 수 있으면
그때 찍는 거라고 함.
그게 평균적으로 120일에서 130일 정도 된다나 어쩐다나.

하여튼 소윤이도 백일 즈음에 엎드려서 고개를 들긴 들었는데
도통 사람을 쳐다보질 않아서 기다리다기다리다
이제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다 싶은게 110일 정도 됐을라나.

어디서 찍을지는 진작부터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땅한 곳을 못찾아서
뒤늦게 허겁지겁 여기저기 들쑤셔보면서도 여전히 딱히 맘에 드는 곳을 못찾다가
우연찮게 인터넷에서 공구(공동구매)하는 곳을 찾아서 찜, 곧바로 그 다음주 수요일로 예약잡고
그렇게 8월4일 촬영하러 출발.

운전경력 6개월 초보인지라
근처까지 갔다가 스튜디오를 못보고 지나쳐 한참을 간 뒤 다시 빠꾸해서 오니
바로 앞이 식당인데다 딱 점심시간, 차들이 인산인해라 이도저도 못하고 있었더니
식당에서 나와서 차 놓고 그냥 가시면 파킹해드린다고 함.
식당손님으로 오인한 게 아니라 원래 사진찍으러온 손님도 거기서 파킹해준다고.
부랴부랴 차에서 내려서 스튜디오로.

먼저 촬영 중인 팀이 있어서 그 사이에 우리는 상담.
백일 촬영이라고 하고 어떤 액자로 할 지 어떤 앨범으로 할 지 대충만 알아본 후에
촬영할 때 입힐 아기 옷 고르고
아기 상태 좋게 유지하느라 아침부터 충분히 재우고 온 탓에 미처 못먹인 우유를 먹임.

대충 먹이고 쉬고 잠깐 기다렸더니 바로 우리 촬영 시작.
옷만 갈아입혀서는 잘 모르겠더니 모자랑 스카프를 씌워보니 애가 인상이 확 달라짐.
좀 여자처럼 보이자는 취지에서 스카프를 씌우고 첫번째 촬영.
애를 왠 이상한 통에다 집어넣고 찍더만. (백일엔 다들 그렇게 찍는다고… 혼자 앉질 못하니)


세팅중





나름 베스트컷들

애가 상태가 좋아서인지 활짝활짝 잘 웃어주는 바람에 촬영에 딱히 무리는 없었음.
발을 가만히 안놔두는 놈이라 그런지 촬영 막바지에는 다리를 걸치고 올라서려고 하긴 했지만.
(아직 힘이 모자라서 실제 올라서지는 못하고-_-)

잠시 쉬었다가 2층으로 옮겨서 두번째 촬영. 옷도 갈아입히고.
모자를 씌워봤더니 애가 또 인상이 달라짐.

이번엔 베개 같은 걸 깔아주고 엎드려서 찍다가
조그만 책상 같은 걸 받쳐주고 앉아서 찍다가 그랬음.
아직까지는 애가 상태가 좋아서 촬영에 큰 무리 없었음.
문제라면 엎드려서 고개를 들고 있다가 웃기 시작하면 마치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떨구는 정도?
(이 버릇이 지금까지 오고 있음)


세팅중





나름 베스트컷들

촬영이 끝나고보니 아기가 딸꾹질을 하고 있어서
지치기도 했을 것 같고 해서 잠시 휴식.
세번째 촬영 테마는 엄마가 가장 찍고 싶어했던
곰인형 주루룩 앉혀놓고 그속에 파묻혀서 찍기.
곰돌이 모자랑 청바지 입혀놓으니 이건 또 다른 인상.

그런데 쉬긴 했어도 아기가 연속된 촬영에 좀 지쳤는지
웃긴 웃는데 어째 얼굴이 찡그려지면서 앞선 촬영보다 예쁜 컷이 좀 덜 나옴. 표정도 별로 다양하게 안나오고.
그래도 촬영팀에서 부단히 노력해주니 애가 웃기는 잘 웃음.


세팅중


휴식 중 찍어본 스튜디오 모습




나름 베스트컷들

마지막으로 가족촬영.
아기는 원래 집에서 입혀온 옷(할머니가 사주신 옷)으로 갈아입혀서
아빠엄마가 의자에 앉아서 찍고, 의자 뒤에 앉아서 찍고, 애기 머리에 뽀뽀하는 샷으로 마무리.


원래 이 사진 찍을 때 애기들은 다 싫어라 한다고 함-_-

끝나고보니 고작 한시간 남짓.
누구네는 하루종일 찍고도 (엄밀히 말하면 우는 애기 달래느라 보낸 시간이 태반) 다 못찍어서
새로 예약해서 다시 찍기도 한다던데
애가 발랑발랑 잘 웃어주니 촬영도 일찍 끝나서 다행이네.

마지막으로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 모니터로 보여주셔서 그거 감상한 후
최종적으로 앨범 액자 선택하고
아빠가 멍청하게-_- 돈을 안가지고 온 덕분에 집에 가서 온라인으로 송금해드리기로 하고 나왔음.
맞은편 식당에서 (늦은)점심까지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옴.

앨범이나 액자는 한달 정도 걸려야 된다고 해서 아직 기다리고 있는 중.
어쩌다보니 촬영후기처럼 써버린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