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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취향

2012년 11월 5일

모 블로그에 갔다가 영화 취향에 관한 테스트가 있다길래 호기심에 한번 해봤음.

원본은 여기. http://movie.idsolution.co.kr/

처음 해보니 아래와 같은 테스트 결과가 나왔는데

사교적인 투덜이, “앵무새” 영화 취향
독창적이고 잘 짜인, 그러나 따뜻하고 인간적인 영화 좋아함
허술한 영화,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영화 싫어함

Psittace. 앵무새는 현존하는 조류 중 가장 두뇌가 뛰어나 인간 언어의 의미는 물론 문법까지 파악이 가능하다. 앵무새는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친구 사귀는 법, 의사 소통하는 법, 먹이 찾는 법, 도망가는 법 등의 사회화 교육을 받게 되며 이 사회화를 통해 자연 생존력과 언어 지능을 갖춘다. 일반적으로 홀로 살아가지만 짝을 찾아 함께 살거나 같은 종의 개체와 무리를 이루는 등, 사회적 호기심과 사교성이 풍부한 동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감상적이지만 영특한. 앵무새의 특징은 이 취향의 영화 관객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합니다.

순하지만 특이한
감상적인 여성 취향이면서 지적이고 논리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특이한 취향. 평범한 내용보다는 오랫동안 생각한 속깊은 내용을 선호함. 직관적인 분별력이 강해서 영화의 구성상의 헛점을 그냥 봐 넘기지 않고 불편해 한다.

호기심 많고 영리한
특이하고 독창적인 내용을 선호하는 취향. 예술 영화관 등에서 독립 영화 관람하는 걸 좋아하면서, 뜻밖에 주로 예매하는 영화는 대중적이고 나긋나긋한 소재의 영화. 보고 나서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불만을 가장 많이 내뱉는 관객이기도.

당신은 모든 영화 취향 중 가장 적은 수를 자랑하는 희귀종입니다. 수가 적은 탓에 이 취향을 100% 만족시킬만한 영화는 많이 제작되지 않습니다. 로맨틱 인디 영화, 픽사 애니메이션이 그나마 가장 이 취향에 근접한 영화류라고 할까요.

위 내용 중 특이하고 독창적인 내용을 선호하는 취향. 예술 영화관 등에서 독립 영화 관람하는 걸 좋아하면서, 뜻밖에 주로 예매하는 영화는 대중적이고 나긋나긋한 소재의 영화. 보고 나서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불만을 가장 많이 내뱉는 관객이기도. 요 항목은 꽤 그럴 듯하다 싶은데 로맨틱인디영화나 픽사 애니메이션이 딱히 내 취향에 근접했다 싶었던 적은 없어서

다시 해보기로 했음.
(다시 하면 문항이 좀 달라짐)

그랬더니 이번엔 아래와 같은 취향이.

자비심 부족한 문화예술 애호가, 범고래 영화 취향
탄탄한 구성의, 생각 깊은 문학적 영화 좋아함
엉성한 구성의, 뻔한 내용에 구름잡는 낭만주의 영화 싫어함

Orcinus orca. 현존 수중 동물 중 가장 강한 종. 바다 코끼리, 백상아리, 심지어 고래 같은 초대형 동물까지 사냥해 먹는 등, 해양 생태계 먹이 사슬에서 유일무이한 최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회 활동과 사냥을 하는 등 끈끈하고 지능적인 조직력까지 보인다. 같은 종이면서도 어느 지역 어느 무리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행동 패턴과 사냥 습관, 식습관 등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각 범고래의 무리에는 서로 다른 ‘문화’가 존재해, 각 무리마다 독특한 언어와 행동 양식을 만들어 대를 이어 전수한다.

지능적, 조직적, 독창적 문화. 당신의 영화 취향은 이런 범고래의 특징과 비슷합니다.

탄탄한 지능, 냉혹한 현실주의자
기본적으로 구성이 탄탄한, 현실적인 영화를 선호. 아무리 창의적인 영화라고 하더라도 개연성 없는 엉성한 영화는 싫어함. 일반적으로 비주류 영화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대중적인 영화라 하더라도 생각 깊은, 잘 짜인 구성이라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독창적 문화와 행동 패턴
생각이 깊고 문학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편. 그러나 다소 가볍더라도 창의적이고 참신하다면 OK. 아무리 잘 짜여진, 현실성 출중한 영화라 하더라도 뻔한 주제와 결말이어선 안 됨. 남들보다 쉽게 질리는 편이라 어영부영 정해진 공식대로 흘러가는 영화를 지극히 혐오한다.

당신은 젊고 지적인 영화 취향으로 거의 평론가 급에 속하는 까다로운 영화 관객입니다. 좋다는 영화보다 싫다는 영화가 더 많은 편으로, 거장의 작품이라도 자기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면 가차없이 욕을 하는 오만방자한 취향이기도 합니다.

오만방자하긴 한데…
앵무새취향이랑 비슷하기도 하고 말이 어째 이현령비현령 스타일이라(성격테스트가 뭐 다 그렇지만…) 대충 다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하고.

내친 김에 한번 더 해봤다.

사춘기 소녀스러운 편식주의자, “판다” 영화 취향
따뜻하고 감성적인, 독특하고 창의적인 영화 좋아함
평범하고 속보이는 영화, 마초들을 위한 잔혹 영화 싫어함

Ailuropoda melanoleuca. (대부분 자이언트 판다를 일컬음) 중국 서부 고산 지방의 대나무 숲과 동물원에만 남아 있는 멸종 위기 포유류. 온순한 편이긴 하지만 대단히 비사교적이고 종족 간 유대 관계가 부족함. 암컷은 일년에 가임기가 2-3일에 불과하며, 이 기간 동안 (운이 좋으면) 수컷과 교접을 한 뒤 그대로 헤어진다. 식성이 특히 까다로워 먹이의 99%가 대나무 잎이며, 소화 효율은 극히 떨어져 먹은 섭취한 열량의 90%를 배설한다.

온순하고 느즈러진, 그러나 까탈스러운. 판다의 행동 양식은 당신의 영화 취향과 무척 닮았습니다.

만만치 않은 식성
기본적으로 아무 영화나 만족하지 않는 취향. 별로 대중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느와르, 잔혹극, 추리물 등의 남성적 취향의 영화는 거부함. 따뜻하고 감성적이고 가족적인 영화를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대중적인 취향은 아님.

느슨한 라이프 스타일, 느슨한 관람 행태
영화의 논리와 현실성에 관심 없음. 영화는 어디까지나 직관과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 생각하는 편. 따라서 영화가 논리와 현실성에 이탈하거나 마땅한 구성력이 없다 하더라도 크게 상처받거나 분노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솔로지만 인간적인
영화적 식성이 까다롭긴 하지만 취향은 다분히 사춘기 소녀스러운 편. 영화를 고르는데 특별한 기준이나 일관성은 없고 대개 새로운, 색다른, 선도적인 영화에 끌리는 편이다. 다분히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운 영화 취향이라고 할 수도 있음.

판다가 멸종 위기 동물이긴 하지만, 당신 같은 취향 관객은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특히 예술 독립 영화관을 찾는 고객의 절대 다수가 이 취향. 작가주의 독립영화가 꾸준히 생산되는 것은 모두 당신같은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기 때문입니다.

이건 아예 나랑 아주 멀어보이는.
느와르 추리물 좋아하고 가족적인 영화 별로인데다 현실성은 몰라도 논리에 아주 예민한데.

그래서 또다시 해봤더니 돌고 돌아 다시 앵무새 취향.

다시 봐도 앵무새 취향이 그나마 나랑 가장 비슷한 것 같기도.

어떻게 보면 사는 것도 앵무새랑 비슷한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