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9일

어제 뉴스를 보다보니
검찰에서 PD수첩 수사결과를 발표하는데
중간에 뭐 이상한 이야기가 하나 낑궈져있더라.

뭐냐면, PD수첩 작가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해서
평소 현 정부에 반대하는 성향이라는 증거가 될만한 이메일 내용을 공개한 것인데,
옛날에 간첩 잡아서 발표하고 그럴 때 보면 편지니 일기장이니 이런 아주 사적인 것들도 다 조사해서 공개하고 그러던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새끼들은 간첩이나 마찬가지다… 뭐 이런 사고방식이신게지.

뭐 이런 개떡같은 세상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공개된 이메일 내용이란 걸 보다보니
내가 요즘엔 이메일로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거의/전혀 없다는 생각이 든 거다.

몇년 전만 해도 있었던 거 같긴 하다. (한 6년? 7년?)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 몇몇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 게시판 아니면 이메일밖에 없었으니까.
공개해도 되는 이야기는 게시판이나 홈페이지 같은 데 쓰겠지만
약간 사적인 이야기들은 아무래도 이메일을 이용하기 마련.
또 홈페이지를 통해서 이런저런 질문이나 인사를 이메일로 해오는 경우도 자주 있었고.
(오래 연락 끊긴 친구/선배/후배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나를 알아보고는 이메일로 연락해오는 경우도 있었고…)
간혹 모모 게시판에서 토론(쌈질)이 벌어지면서 다른 유저들이 “이런 싸움은 이메일로 하세요!”라고 하길래 정말 며칠에 걸쳐서 이메일로 싸우기도 했고.

하지만 요즘은
아침에 컴퓨터 켜고 이메일 열어보면 일단 광고성 메일이 한가득.
(스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게 내가 필요해서 받아보는 광고성 메일이라)
스팸메일 보관함에는 매일매일 3~40통이 꾸준히 쌓여있고
외부업체와 연결된 일을 하고 있을 때라면 관련작업 파일을 첨부해서 보내는 이메일이 또 몇 통 있을 수 있고
사적인 이메일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주 드물게 있기도 하고.

왜 이렇게 됐나 혼자 생각해보니
예전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고
이메일 받아도 답장 잘 안하는 성질이라 지속적으로 연락이 이어지지 않는 탓도 있고
이메일 계정에 스팸이 창궐하기 시작하면서 이메일 자체를 멀리 하게 된 탓도 있고… 그렇지 싶다.

어떻게 보면, 이제 나이를 먹고 늙어가다-_- 보니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데 적극적이지 않게 되고
다시 말해 늘상 연락하던 사람들하고만 연락하게 되고
그 사람들은 전화번호(휴대폰번호) 다 아니까 전화하고 문자보내고 그렇게 연락하고
그렇게 점점 인간관계가 좁아져가는 신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어쨌든 내가 혹 검찰 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별로 꼬투리 잡힐만한 이메일은 거의 없다는 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옛날에 쌈박질할 때 주고받던 이메일들은 지워버리는 게 신상에 좋을라나.

세상은 흉흉하게 돌아가는데 심심해서 쓸데없는 걱정질에 여념없는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