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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5일

홈페이지를 약 9년간 운영하면서
(올해 12월20일이면 아마 딱 만 9년이 될 거다)
슬럼프라는게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00년까지는 여기저기 기고도 하고, 동호회 활동도 있고 해서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할 꺼리들이 많았는데
2001년도부터는 기술적인 향상은 확실히 있었지만
컨텐츠에 있어서는 뭐랄까, 한참 손놨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바짝 집어넣고 다시 한참 손놓고…의 반복이었었다.

그래도, 그래도 예전에 손놓고 지낼 때에 비해서
최근 손놓고 지내는 상황이 더욱 (스스로) 걱정이 되는 까닭은
예전에는 안본다 안본다 그러면서도 영화 꽤 챙겨보고 있었고
남이 쓴 글이던 뭐던 챙겨보면서 대꾸할 꺼리도 생각해보고 다른 사이트에서 대꾸도 실제 해보고
뭐 그렇게 지내왔던 것에 반해
요즘은 까놓고 말해서 인터넷으로 영화를 한편 다운받아놔도
이걸 두시간(또는 그 이상)에 걸쳐서 컴퓨터 앞에 각잡고 앉아 봐야한다는 생각에
미리 질려서 보지도 않고 그만 두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이젠 너무 늙어버린겨, 라고 말해도 할말없는 나이&상태이긴 한데,
그래도 올초부터 농구도 하러다니면서 뭔가 스스로 개혁을 하려고 했던 것에 비해
1년을 지내오는 이 마당에 별로 남겨놓은 것이 없다는 사실이 참…
(농구가 원흉일지도 모른다)

영화만 해도, (꼭 영화를 보고나서 홈페이지에 글을 써야되는건 아니지만) 영화를 안본 것이 아닌데 영화보기 코너에 글 올린지는 1년이 다 되어가고 (넘었나…?)
영화음악 사이트 개편한답시고 집에 가면 그거 30분 붙잡고 지쳐 떨어지느라 다른 거 생각할 겨를도 없고
뭐 사는게 대충 이 모양이라는게 슬슬 자각이 되더라는 이야기.

어렸을 때는 홈페이지가 없었는데도
이런저런 노트에다 괜히 이것저것 끄적거리고
(소설도 쓰고 영화평도 쓰고 뭐 그랬었다)
괜히 뭔가 떠들고 싶어서 안달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뭐 세상이 다 입을 모아 떠드는 주제도 말 보태기 귀찮고 그러니
이거 안되겠더라, 싶다는 게다.

상당히 자주 하는 결심 중에 하나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글을 쓰자, 라는 다짐을 또 하면서
(글을 안써 버릇 하니까 어쩌다 글을 쓰려면 말이 막힌다)
일단 예전에 봤던 영화들하고
한마디 할 꺼리가 있는 건물들하고
최근에 영화음악 사이트 개편한답시고 모아놓은 동영상 목록부터 정리해보니
옛날처럼 불끈불끈하지는 않아도 뭔가 끄적거릴게 생기긴 생기네.

하여,
미리 이렇게 홈페이지에 박아놓는 걸로 일종의 약속처럼 만들어놓고,
오늘부터 정리한 목록에 따라 이것저것 끄적거려볼 참.

이렇게까지 혼자 떠벌려놓고
내일부터 또 지쳐 떨어지면 무슨 개망신이냐 싶은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