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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의 중요성

2006년 8월 24일



이 글은 얼터너티브 스포츠웹진 후추(http://www.hoochoo.com)의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체벌에 대한 이슈가 한창이었던 시기에 올렸던 글인데, 아직도 그 이슈가 가라앉질 않아 소개해봅니다.

다음 이야기는 제가 술먹고 반농담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것이므로
읽으시는 분들도 반농담처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첨 들어갔을 때
70명 동기들 중에서 저를 유독 튀게 만든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교양영어시간에 순번대로 나와서 한페이지씩 해석해서 발표하는 거였는데
제 차례가 왔을 때 앞에 나가서
아유 밤새 해봤는데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제대로 못했으니 대충 넘어갑시다!
뭐 이따위로 발표해버린 사건이었죠.
(저는 못봤는데 주위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영어강사의 얼굴이 사색이 되더라는)

그후로도 뭐, 비슷한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졌는데
건축가 르꼬르뷔지에를 경배(?)하는 교수님 시간에 발표하면서
꼬르뷔지에를 얍삽한 인간이라고 대놓고 발표한 적도 있었고
조형시간에 <만남>을 주제로 작품을 구상해오라길래
<정자와 난자의 만남>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가기도 했고…
교수님들한테 찍힐 짓 많이 저지르고 다녔습니다.

친구넘들이 “너는 무슨 배짱으로 수업시간마다 그리 사고를 치느냐?”고 물으면
제가 항상 대답하던 말이,

“교수님이 날 때릴리가 없잖아”

였습니다.

분명, 고등학교 때까지의 저는 모범생에 아주 가까운 학생이었습니다.
굵은 뿔테안경을 쓰고, 키가 커서 늘 맨 뒤에 앉아 필기만 열심히 하고 수업시간에 발표도 한번 하지 않는,
다시 말하면 선생님들 눈밖에 날 짓은 알아서 하지 않는, 그런 학생이었던 겁니다.

특히나 중학교 2학년때, 다른 특별한 이유없이 그저 “똑바로 쳐다봤다”는 이유로
노처녀 선생님 한 분에게 하루 종일 끌려다니며 곤욕을 치른 이후로는
선생님들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는 그런 학생이었다는 거죠.

지금도 제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은,
나를 때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는 그게 부모님이었고, 형님이었고, 선생님이었습니다.(나중엔 군대고참까지)
군대 제대한 이후로, 저를 합법적으로(?) 때릴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 없습니다.
이러니 얼마나 세상 살 맛이 나겠습니까.

회사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직장상사 무서워하고 잘보이려고 애쓸지 몰라도
저는 그 사람이 “나를 때리지 않는 한” 절대 무서워하거나 잘보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1년마다 회사를 옮겨다녔는지도. 하여튼.
과장 차장 부장 사장 앞에서도 고개 똑바로 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 툭툭 던져대는게
일종의 제 트레이드마크였으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이유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내가 이런다고 저 사람들이 날 때리지 않으니까”

회사 짤리고 밥줄 끊기고 왕따당하고… 뭐 이런 종류의 사회적인 부분은 정말 하나도 겁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맞는 것만 겁납니다.
앞서 반농담이라고 말했지만 이것만은 사실입니다.
맞는 거 말고 무서운 거 하나도 없습니다.

학창시절 12년간 “맞아야 말을 듣는 짐승새끼”라고 줄창 맞아가며 주입식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저는 때리지 않는 한, 아무도 컨트롤 못하는 짐승새끼일 뿐입니다.
사회에서 저를 좀 때려가며 다시 교화시켜줘야되는데,
야 이 민주화된 사회가 저같은 개망나니 하나를 못잡아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