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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 뒤집어진 건물

2001년 8월 18일



어떤 건물인가?

퐁피두 센터라는 이름을 난생 처음 들어봤다면 솔직히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파리에서 손꼽히는 명소 중의 하나이며 건물 앞 광장에서 끊임없이 문화행사가 펼쳐지는 곳임과 동시에 건축사적으로도 대단한 의미가 있는 건물이니까…

직접 아이디어를 냈던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을 딴 퐁피두 센터는 (보부르 센터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종합문화예술공간이다. 그러나 이 건물은 겉에서 봤을때 종합문화예술공간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릴 수 있는 어떤 이미지도 갖고 있지 않다. 철과 유리로 구성된 차가운 이미지에, (철근구조물 무게가 15,000t, 유리면적이 11,000㎡) 누가봐도 짓다만듯한 느낌을 받도록 전기배선과 급수관 등이 전부 건물의 겉에 드러나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배관들을 용도에 따라 색깔로 구분해놓았다는 점인데, 공기순환로는 파란색, 급수관은 초록색,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통로, 소화장비는 빨간색, 전기배관은 노란색이다) 이렇게 파격적인 외관 때문에 에펠탑 건립때만큼이나 파리시민들의 반발이 심했고, 지금도 파리 시내를 차량으로 관광하다보면 퐁피두 센터가 유독 튀어오름을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문화예술공간이라니! 아무리 봐도 시멘트공장이나 화학공장처럼 생겼을 뿐인데.
광장을 포함해 2헥타아르의 면적에 건설된 퐁피두 센터는 지하2층 지상6층으로, 2,3층은 도서관, 4,5층은 국립현대미술관, 1층에는 영화,연극,무용,음악회 등 공연을 위한 공간이 배치되어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은 20세기 이후에 발표된 작품만 4만5천점 이상 소장하고 있다.
신세대미술관의 대표격인 퐁피두센터와 구세대미술관(나쁜의미는 아님)의 대표격인 루브르 박물관이 걸어서 15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채롭다.

어떻게 지어졌나?

1969년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던 조르주 퐁피두가 ‘새로운 시대의 등대’로서 예술진흥과 사회교육을 위한 문화예술센터의 건립을 결정하며 구체화되었다. 1971년 국제설계경기를 통해 681점의 설계응모작 중 이탈리아의 렌조 피아노와 영국의 리처드 로저스의 공동설계작품이 당선되어 공사가 시작되었고, 1977년 1월 개관하였다. (당시 젊은 건축가들이었던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는 퐁피두 센터 설계 당선 이후 세계적인 건축가로 성장했다) 개관 20년만인 1997년 미술관을 잠시 폐관하고 대대적인 수리,보수작업을 거쳐 2000년 1월 재개장했으나 외관은 전혀 변함이 없었고 내부공간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이 주로 이루어졌다.

시대의 한마디?

본인이 가장 직접 보고 싶어하는 건물 중 하나인 퐁피두 센터… 대학교 1학년 건축학개론 시간에 (본인의 유일한 전공 A+ 과목. 개론만 강하고 실전에 약했다) 사진을 보고 감탄감탄했던 그때의 느낌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삐딱하게 살기로 작정한 인생, 세계 최고의 삐딱한 건물 앞에서 오직 감동이라는 두 글자 외에 또 무엇을 말할 수 있었으랴…?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