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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아 소피아] 문화의 공존

2008년 2월 8일



어떤 건물인가?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난데없이 형제국가로 격상(?)된 나라 터키. 그 덕분인지 원래 그랬는지 한국 여행객들의 발길이 자주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하여 터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일, <하기아 소피아 성당>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볼까 한다.

<하기아 소피아>는 “신성한 지혜”라는 뜻으로, 터키 이스탄불(과거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 위치하고 있다. <하기아 소피아>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지름이 31m에 달하는 돔지붕일텐데, 유명한 <성베드로성당>이 지어질 때까지 최대 크기의 돔형 건물이었다. 그렇다고 뭐 별 것 아니네, 라고 하면 안될 일이, <하기아 소피아>는 <성베드로성당>보다 거의 1000년을 앞선 건물이면서도 공사기간이 고작(?) 6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기아 소피아>는 비잔틴 건축을 대표하는 건물로, 중앙의 큰 돔을 동쪽과 서쪽의 반원형 돔이 지탱하고 북쪽과 남쪽의 버팀벽이 지탱하는 독특한 구조로 지어졌다. 커다란 규모에서 느껴지는 선입견과 달리 상당히 세밀하게 신경써서 지어진 건물이기도 한데, 그 아름다움을 빛내줄 장식/조각/모자이크 등이 이런저런 풍파 속에 상당 부분 유실된 상태라고 한다. (워낙 요즘 말로 “전략적 요충지” 아니었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중앙 홀이 있고, (위를 올려다보면 돔 지붕을 볼 수 있고) 2층에는 회랑이 있다. (2층 회랑으로 가면 <하기아 소피아>의 자랑인 모자이크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돔 지붕에는 40개의 창문이 뚫려 빛을 내부로 전달해주고 있다. 건물 높이는 62m로 어지간한 15층 건물 정도의 높이이며, 회중석은 폭 78m, 깊이 72m 정도이다. 근대 이전에 지어진 교회건축 중 네번째로 큰 건물이며,(참고로 <성베드로성당>, <세인트폴대성당>, <밀라노 두오모> 순서), 가장 오래된 교회건축이기도 하다.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네 뭐네 그렇게 불리곤 했는데, 얼마전 새롭게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뽑는다고 투표를 하네 어쩌네 요란했을 때 당당히 후보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아깝게 탈락했다고 한다.

흔히들 동로마제국-콘스탄티노플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곳, 서양문화와 동양문화가 만나는 곳으로 이야기한다. 그런 면에서 <하기아 소피아>도 서로 다른 두 문화의 충돌을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어떻게 보면 조금, 비극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한때 기독교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던 이 건물이 1453년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후, 이슬람계 성당인 모스크로 개조되었던 거다.

덕분에 지금 <하기아 소피아>를 찾는 관광객들은 들어가자마자 정면 벽에서 “알라는 유일신이며 마호메트는 알라의 사자”라고 아라비아 문자로 쓴 대형 원판을 볼 수 있으며, 성당 바깥에 세워진 4개의 미나레트(첨탑)를 보면서 이슬람 사원의 전형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고대 비잔틴 건축의 기본적인 양식은 크게 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기독교 건축과 이슬람 건축이 애매하게 뒤섞이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전형적인 건물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성당으로도, 모스크로도 사용되지 않고, 1931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참고로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가 “신성한 지혜”라는 뜻이라고 한 건 그리스어이고, 오스만 투르크 점령 이후 이 건물의 이름은 <아야 소피아>(Aya Sofya)라고 한다. 터키말인지 어디 아랍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떻게 지어졌나?

현재 <하기아 소피아>는 사실 세번째 개축된 건물이다. 처음 건축된 것은 330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명에 의해 콘스탄티노플 대성당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졌으나 404년에 분규로 인한 화재 등으로 소실되었다. 415년 다시 지어졌지만 역시 532년 대규모 폭동에 의해 불에 타버리고 말았다. 그 자리에 다시 대성당을 짓기로 한 것은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로, 532년 트랄레스의 안테미우스와 밀레투스의 이시도루스가 기술자 1만명과 함께 건축을 시작해 6년만인 537년 완공시켜버렸다.

건물이 완공된 후, 준공식에 참석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내가 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린다. 솔로몬이여, 나는 당신을 이겼다!”라고 감격에 차서 외쳤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황제가 한 건 돈을 대준 거밖에 없긴 하지만…) 그 후 앞서 말한 것처럼, 무려 천 년동안 기독교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었다가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함락되면서 모스크로 개조되는 운명에 처했다.

시대의 한마디

정설로 되어있긴 하지만, <하기아 소피아>를 5~6년만에 완공했다는 기록에는 많은 사학자들이 의심을 품고 있다고 한다. (천 년 후에 지어진 성베드로성당만 해도 20년이 걸렸다) 어쨌든 그 기록을 믿는다고 하면, 옛날에 지어진 건물들의 경우 건축의 후원자나 설계자가 완공을 못보고 죽는 게 다반사였는데 이 건물은 그런 불운(?)에서 벗어난 셈이다. 재수 없는 경우 요즘도 건물의 완공을 못보고 죽는 설계자/후원자가 얼마나 많은데. (뭐 살아 생전도 아니고 “임기 내”에 뭔가 해보겠다는 사람도 있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