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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11주년

2008년 12월 20일

시간 착착 잘가네요.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에 홈페이지 생일이 닥치는게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정리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12월20일)은 제 홈페이지의 11번째 생일입니다.
아쉬운 점은 이미 선언했듯 영화음악 페이지가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 정도인데
(안들리는 음악이 많으실 겁니다)
영화음악 사이트는 없애더라도
홈페이지 내부로 들어와있는 영화음악 칼럼이라거나(칼럼이라기엔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추천앨범은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도… 추천앨범에선 가능하게 할 생각입니다.
그 정도도 불법이긴 합니다만… 은팔찌찰 확률은 좀많이 떨어지겠죠;;

홈페이지 생일만 돌아오면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홈페이지를 처음 만든 게 1997년 12월,
IMF를 맞아 취직도 잘 안되고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렇게 시작했던 거였습니다.

그후 딱 11년이 지났는데
대통령이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10년” 그러더니
뭔가 이상한 걸 되찾아온 모양입니다.
취직 걱정하던 20대 청년은
이제 당장 먹고 살 걱정하는 30대 장년이 되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탓도 있겠고, 올해 이것저것 저지른 일도 많고,
그런 탓인지 10주년 이후 올 한 해 홈페이지 운영은 거의 개판이다시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영화음악 홈피도 폐쇄 결정을 내려야했죠.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아직 홈페이지를 아예 그만둘 생각까지는 없다는 것입니다.
애시당초 누가 봐달라고 만든 홈페이지가 아니라 자기만족 수준으로 시작한 거라서
(마누라도 안봅니다)
그냥저냥 끌고 가면서, 그냥 내 기분내키는 대로, 때로는 올해처럼 거의 내팽개쳐놓다시피 하더라도,
인터넷에 있는 나의 홈페이지라는 공간을 굳이 없애버릴 마음은 없다는 겁니다.
이걸 가지고 뭔가 거창한 일을 꾸미거나…할 생각도 없긴 하지만.

하여튼 이런저런 마음으로 11년이 지났습니다.
회사에서도 자주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인터넷은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인터넷”이 변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변하는 거죠.
“인터넷” “사이버세상” 말은 거창합니다만 다 사람이 살고 사람이 굴러가는 세상입니다.
인터넷, 온라인, 사이버를 뭔가 새로운 세계의 패러다임처럼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이쪽에서 10년째 굴러먹고 있는 제가 보기엔 인터넷은 그저 “도구”일 뿐이고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은 오프라인이건 온라인이건 대충 다 똑같습니다.

언젠가 썼던 것 같기도 한데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저 혼자 재밌자고 수첩에다 이런저런 이야기 끄적거려놓던 버릇이 (일기 말고)
인터넷을 만나 홈페이지라는 형태가 된 것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 성격이, 버릇이, 습관이, 체질이 변하지 않는 한,
아마 이 홈페이지는 10년 20년 계속 갈 것 같습니다.
작년 10주년 때는 솔직히 자신없는 소리도 했던 것 같은데
한 1년 대충 굴려보고나서 뭐 이런 식으로 굴리는 거라면 100년도 가겠네, 라는 이상한 자신감이 들었네요.

사람들이 오던 안오던, 뭔가 없어지던 생겨나던,
홈페이지는 계속 굴려볼 겁니다.
12주년 기념사(?)에서 또 뭐라고 말이 바뀔지 알 수는 없지만.
앞날은 장담하는 게 아니니까.

일요일에 방송국에 녹화하러 가는 시대가 썼습니다.
(퀴즈프로그램 1vs100에 100인으로 출연 확정됐습니다)

PS. 회사에서 일도 없고 난방비나 아끼자는 차원에서
다음주 내내 전직원 휴가를 냈습니다.
놀게된 김에 크리스마스 주간이고 해서
난생 처음 크리스마스 기념 스킨을 달아봤습니다.
이 자식이 결혼하더니 안하던 짓을 하네,
뭐 이런 소리 들을까봐 안할까, 그랬는데
생각난 김이고 시간도 널널할 때라 그냥 달았습니다.
해 넘기면 새로운 스킨(예전 거말고)으로 바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