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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째 버전을 준비하면서

2005년 2월 11일



처음 이 홈페이지를 만들었을 때와 지금의 인터넷 환경이라는 것은 정말, 물론 7년이라는 세월이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지만, 하여튼 너무 변해버린 것이 사실이다.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내 홈페이지가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던 시절이 1999년 초였는데 그때 평균 일일방문자가 2,000명을 웃돌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도메인까지 바꿔가면서 인위적으로 떨어뜨린 숫자는 무시하고 예전의 평범했던(?) 시절을 회상해보면 1,000명 넘기가 쉽지 않았었다.

이 단순한 방문객 숫자의 비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분명 컨텐츠 같은 것들은 1999년보다 지금이 더 좋아졌을 것이다. 그때는 방문객이 한마디 남길만한 변변한 공간도 없었는데 지금은 게시판/방명록도 있고, 영화음악을 예로 들자면 그 당시에는 검색기능도 없었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그때와는 비교도 안될 거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 가가호호 초고속인터넷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직장인들이 대다수, 나머지는 학교 PC실 등을 이용하는 대학생 등등이었다. PC방이 막 대중화되려는 시절쯤 될 거다) 그런데 왜 방문객 수가 그때보다 지금 더 떨어져있을까? 내가 내놓을 수 있는 답은 하나다. “그때는 볼만한 인터넷 홈페이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뭐, 니 홈페이지는 볼만했다고 자랑하는 거냐 식으로 꼬아서 받아들여도 상관없다. 그때는 개인홈페이지라는 것이 정말 변변찮은 수준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또 지금처럼 게시판-제로보드-같은 것들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아주 유명한 몇몇 홈페이지들을 제외하면 인터넷에서 볼만한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방송국, 신문사 등이 가장 볼만한 인터넷 컨텐츠들을 구축하고 있었는데, 역시 인터넷의 여러 장점을 구현해내기에는 언론사이트라는 컨셉이 가장 나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재미있는 것은, 요즘 저작권 어쩌구 하며 문제를 계속 일으키는 음악스트리밍서비스, 그 당시에 공중파 3사 및 4대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모두 서비스하던 것들이었다. 인터넷 환경이 척박하던 당시에 대용량 스트리밍서버를 갖출 능력이 되던 유일한 넘들이 스스로 나서서 공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놓고는 지금은 쏘옥 빠져서 저작권이 어쩌구 저쩌구 개탄하는 척 한다. 개새끼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익히 느껴온 여러가지 일들이 줄줄이 발생하면서, 지금 언론사(방송사 포함) 사이트들은 그닥 재미없어졌다. 기존 권력이랄 수 있는 언론사가 인터넷에서 몰락하면서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완전히 인터넷 마인드로만 구축된 소위 ‘포탈사이트’라는 것들이었고.

생각보다 이야기가 한없이 옆으로 새고 있으니 얼른 추스려서 본론 가자. 하여튼 내가 처음 인터넷에 개인 홈을 열 때는, 홈페이지 주인장이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내”가 궁금해서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뭔가 방문객에게 자료나 정보를 제공할만한 “꺼리”가 있어야 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도 이런저런 아이템을 득득 긁어서 홈페이지를 열었었다. 나처럼 아주 이질적인 테마를 무려 다섯가지나 – 처음 홈페이지를 열었을 때의 주요테마는 건축, 영화, 영화음악, 건담, 천녀유혼이었다 – 올려놓은 개인홈페이지는 물론 없었지만, 그때 홈페이지들은 다들 그렇게 몇몇 테마들을 가지고 있는게 조금은 당연했다는 거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나도는 정보가 “공적자료”가 아닌 “사적자료”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사생활, 위에 했던 이야기와 연결해서 말하자면 별 유용한 정보는 없어도 “나”라는 사람을 그냥 홍보하는 공간으로 개인홈페이지가 변질되어갔다는 말이다. 여기서 홍보라 함은 어떤 목적 – 뜨고싶다거나 하는 그런 – 이 담긴 것이 아니라, 그냥 인터넷에 자신을 개방해놓고 (물론 자기 나름대로 어느 정도의 선은 있겠지만) 그 개방된 정보를 따라 서로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이 커다란 도서관에서 커다란 카페나 공원으로 변했다는 거다.

뭐 이런 주류에 편승하겠다는 얄팍한 심보를 떠나서, 내 홈페이지에 대한 나의 근본적인 불만 중 하나는 애시당초 테마를 너무 넓게 잡아놔서 이게 개인사이트도 아니고 건담이나 천녀유혼 팬사이트도 아니고 이상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7년전에도 이런 복잡한 홈페이지가 없었는데 지금은 도저히 꼴을 볼 수가 없는 홈페이지가 되어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과감하게 정리했던 것이 2003년 7월, 버전 8.0을 내놓으면서였다. 그때까지 내가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한답시고 버전 1.0을 올릴 때는 그냥 대표 레이아웃을 바꾸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는데, 8.0으로 넘어갈 당시에는 6년 가까이 변하지 않았던 메인메뉴를 확 바꿔버렸으니 바로 <건축>섹션과 <영화>섹션을 없애고 <칼럼>에 통합해버린 점이었다. <건축>섹션이야 워낙 컨텐츠가 빈약했으므로 없앨만도 했지만 <영화>섹션의 폐지는 꽤 인기가 좋았던 <영화 속의 기네스> 자료까지 과감하게 없애버릴 정도로 역사적인 결단(자화자찬중)을 내린 것이었다. 당시 “what’s new”에 올렸던 글을 보면 이렇게 써놓았다. “제 홈페이지를 평상시에 제가 휙휙 써대는 글을 올릴만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역점을 두고 개편했습니다.”

즉, 내 홈페이지를 [자료]가 많은 도서관에서 그냥 차나 한 잔 하고 가는 카페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첫 시도였던 셈이다. 뒤집어서 얘기하면 앞으로는 [자료]의 업데이트보다 [내가 쓴 글]의 양을 늘리겠다는 의욕적인 출발이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매사가 다 그렇듯 이런 일은 구조적인 변화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운영자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서, 그렇게 의욕적으로 나서놓고도 정작 그때부터 지금까지 1년 반이 넘도록 쓴 글은 70여 개에 지나지 않았다. 70여 개면 많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재차 강조하는 ‘의욕적인 출발’에 비하면 그냥 예년 수준 정도밖에 안되지 않나 말이다. 게다가 이미 방대하게 쌓여버린 자료들, 특히 지금도 계속 불어나고 있는 영화음악이라거나 각종 건담사이트에서 대부분 참고해가버린 건담 자료들은 이제 와서 버려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수준이 되어있었더랬다. (솔직히 말하면, 저작권이니 뭐니 걸려들기 귀찮아서 이미지고 음악이고 전부 싹 버려버리고 [칼럼]만 남겨놓을까 라는 생각도 여러차례 했었다. 영화음악만이 아니라 건담이나 천녀유혼도 저작권 걸면 꼼짝없다)

대충 이런 따위의 고민을 하다가 얼마전 독립도메인을 하나 얻으면서 드디어 대략 내 홈페이지가 나갈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독립도메인을 얻었다 함은, 그동안 내 홈페이지에서 영화음악은 http://min1123.new21.net/Music 이렇게 들어오고 건담은 http://min1123.new21.net/Gundam 이렇게 들어왔다면, 앞으로는 영화음악은 http://soundtrack.sidhin.com 이렇게 들어오고 건담은 http://gundam.sidhin.com 이렇게 들어오고, 그렇게 이 사이트들은 독립적인 성격의 (그러니까 자료 위주의) 사이트로 따로 키워나가고 내 개인 홈페이지는 그냥 http://www.sidhin.com 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뒤에 도메인/폴더명 이렇게 쓰는 URL보다는 도메인만으로 이뤄진게 좀더 독립적인 느낌이 나지 않겠나) <영화음악>, <건담>, <천녀유혼>은 별개의 사이트로 독립시키고 나는 내 사이트만 운영하자. 이게 도메인을 얻고나서 대략 잡았던 첫번째 방향이었다.

그러다가 지극히 당연한 의문 – 어차피 내가 운영하는 건데 별개의 사이트로 독립시킨다는 게 대체 어떻게 하자는 건가 – 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이 참신한 줄 알았던 발상이 또 썩어나가기 시작했다. 답답한 머리나 좀 식혀볼라고 설 연휴에 생판 모르는 남의 사이트들 – 내 홈이 링크된(옛날 주소라서 지금은 링크가 깨진) 모 사이트에 갔다가 그 사이트에서 링크한 개인 홈페이지들만 죽어라고 서핑했는데, 전부 서울대 나온 웹디자이너인 걸 보니 무슨 동창회 웹링이라도 되는 모양임 – 을 신나게 돌아다녀보다가 딱!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완전히 다른 사이트로 만드는 것은 앞으로 해야할지는 몰라도 당장은 어렵다고 생각되니 일단 접고, 그동안은 “내”가 주(主)인지 “영화음악”이 주인지 “건담”이 주인지 모르는 산만한 구성이었음을 인정하고, www.sidhin.com의 주는 “나”로 하되 거기서 별도의 사이트인 <영화음악> <건담> <천녀유혼> 등으로 빠져나가는 네비게이션 방식을 쓰는 정도… 그리고 독립사이트에서는 www.sidhin.com으로 돌아오는 길만 있을 뿐 거기서 다른 독립사이트로 가는 길은 막는, 예를 들면 <영화음악> 사이트에서 <건담>이나 <천녀유혼>으로 바로 튈 수 없는, 그런 네비게이션을 도입하는 쪽으로 생각을 모았던 것이다.

그동안 홈페이지 운영하면서 봐온 경험으로 보아, <건담>을 보는 사람은 <건담>만 보고 <영화음악> 듣는 사람은 <영화음악>만 듣고, 그러다가 조금 관심이 생기면 내 프로필이나 칼럼 뒤지지 <영화음악>이나 <건담>으로 튀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이 정도 네비게이션이 적절할 듯 싶다. 도메인도 그냥 xxx.sidhin.com 정도로 하면 메인사이트와의 연관성만 부각될테고 말이다. 어차피 상업화할 사이트도 아니니 돈 더 들여서 따로 도메인을 얻어주기도 뭐하고… 관련하여, 전체 레이아웃 조금 손질하고 (가급적 사이트별로 다르면서 통일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디테일한 디자인 다시 손보고 할 생각으로 대충 계획을 잡아보니 허걱, 이게 또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닌게라. 이렇게 말로만 구라구라 떠들어놓은 것이 실제로 버전 10.0이 되어 등장할 날이 언제가 될지는 또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