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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열여덟번째

2007년 4월 25일

[봉대리의 일기]

12/17 (금) 날씨 그럭저럭

일기 쓰기 싫은 날이 있게 마련이다.
일기장을 탁~ 펴놓고 앉기는 앉았는데 한마디도 쓰기가 싫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악마같은 날이었다.
연말 액뗌을 제대로 한다고 그냥 넘기기에도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아주 호되게 당했다.
아침부터 이사실로 끌려가 불호령…
사태 수습하러 관계기관(…헉…기관…)에 부리나케 뛰어갔다가
문전박대 당하고…
점심도 못먹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기획팀 전체가 아주 폭발한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피 부장은 부사장한테 멋지게 싸대기를 맞는 장면을 연출하고….
다행이라면 그 처참한 장면을 우리 팀원 중에서는 나만 봤다는
것일테고…
불행이라면 그 처참한 장면을 하필 나만 봤다는 것이겠지…
그런데 지금 내가 남의 얘기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다…
저녁 겨우 챙겨먹고 관계기관원들이 죄다 퇴근했다는 이유로 다시
회사로 집결하여…
두 시간 넘게 대책회의…래봤자 신세한탄하고 푸념밖에 없었지만…
하여튼 회의하고…
들어오니까 12시 될랑말랑 하는군…
내일은 아예 출근도 하지 말고 바로 쫓아다니란다…
에구… 새벽 4시쯤에다 시계 맞춰놓고…
인제 자야지…
악마같은 하루여 안녕~

[피 부장의 일기]

12/17 (금) 날씨 그냥저냥…

일기 쓰기 싫은 날이 있게 마련이다.
학교 다닐 때는 일기장을 매일매일 써서 검사를 받았는데,
어쩌다가 일기장에 정말 연필끝도 대기 싫은 날이 있었다.
평소에는 일기에 쓸 꺼리가 없다며 괜히 장독대 뚜껑 깨고 그랬던
나였지만 가끔 그런 날이 있었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개발바닥곰보씹탱구리 같은 날이었다.
경쟁사에서 우리 회사가 연말 주가 조작을 한다는 루머를 퍼뜨려갖구
주식 담당인 우리 기획팀에 직격탄이 떨어지고 말았다.
일단 홍보팀 풀어서 언론사마다 신문 나가는 거 완존히 막아!!! 라는
부사장의 말도 안되는 지시가 내려갔고
검찰 및 기타 관련기관에 해명자료 만들어서 돌리고 씨…
평소 자리에 앉아있는 거 싫어하는 봉대리와 황대리 풀어서 어떻게든
이 음해공작을 막아라!! 라고 특별지시를 내려놓긴 했는데
이것들이 싸돌아다니면서 라면이나 사먹고 있는지 어케 알아.
걱정이 되서 앉아있을 수만은 없기에 결국 나도 신문사랑 어데랑
요기조기 싸돌아댕겨야 했다.
근데 하필 회의시간에 깨지면서 말야… 봉대리 보는 앞에서
부사장이 내 싸대기를 갈길껀 모냔 말야… 하필 봉대리…
울 회사에서 말많기로 소문난 봉대리 보는 앞에서…
내일이면 사내에 소문 좔좔좔 퍼지겠구먼…
그래서 아예 내일은 출근도 하지말고 외근하라구 그랬다…
흐이구… 내가 이렇게 맞아가며 회사생활 해야되나…

SIDH’s Comment :
원래 일기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뭔가 엄청나게 안좋은 일이 생겨서
그걸 돌이켜생각하기도 싫을 때
그럴 때 일기를 쓰려면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었더랬다.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 안쓰고 그냥 넘어가자니 할말도 없고.
기억에는 그런 날 아마 일기장에 욕지꺼리만 잔뜩 늘어놨다가 선생님한테 불려갔던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