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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스물여섯번째

2007년 5월 21일

[봉대리의 일기]

12/28 (화) 아침엔 비

아침엔 비… 라고 첫머리에 써놓으니, 옛날에 좋아하던 ‘햇빛촌’의
“유리창엔 비”라는 노래가 생각나누만.
나도 가끔은 이렇게 낭만적인 생각을 한다니까… 아유 신통해라.
근데 어차피 비는 아침에 잠깐 뿌리고 말았고…
그 바람에 나는 오늘도 사무실에 우산을 놔두고 퇴근했고…
사무실 내 책상 밑에 쌓인 우산만 지금 일곱개…
황대리는 그게 다 노인성 치매 탓이라고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부리고
있지만…
내 나이 인제 서른인데… 노인성 치매라니… 고연지고… 여봐라
당장 저 개구리의 주리를 틀어라~
깨굴깨굴깨굴~ (봉대리님 살려주세요~)
……비가 내린 탓인지 오늘은 내가 조금 싸이코 같구먼.
어쨌든 한 해가 다 저물어가는 한 겨울에 비가 내린다는 사실이…
참, 많은 걸 생각나게 하는 날이었다.
아침에 잠깐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유리창엔 비”를 떠올리고
있노라니…
나 군대에서 썩고있는 사이에 매정하게 고무신 꺼꾸로 신어버린 그
뇬이 떠오르더군.
지금은 어디서 시집가서 잘 살고 있나 모르겠다 아이고~ 그리워라~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날 참호 보수하러 나갔다가… 진흙에 범벅이
되서 내무반에 들어왔더니 나를 기다리던 고 뇬의 편지… “우리
헤어지자 씹새야”
읽자마자 바로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갔었는데…
뭐, 헌재에서 군필자 가산점 없애자고 했다지?
조까구있네… 군필자는 가산점 팍팍 줘야돼… 그래야 저 피부장같은
육방이 설칠 자리가 없어지지…
가만, 군필이면 육방도 해당되나?
오오옷! 그건 말도 안된다!! 현역이 5%면 육방은 -5% 가산점 부여해야
된다!! 육방이 어디서 사람 대접을 받을라구…
비 -> 노래 -> 뇨자 -> 군대 -> 가산점…… 확실히 비가 오니까
사고의 폭이 넓어지누만.
정리가 안된다 근데…

[피 부장의 일기]

12/28 (화) 아침부터 재수없게 비가…

차가 생각보다 밀리지 않아서 오늘은 나의 사랑하는 키트가 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비 맞구 진창 달리느라 많이 더러워졌을텐데 내일 길이 좀 마르면
주유소 가서 세차나 해줘야지.
종무식 준비인지 뭔지 한다고 핑계대고 여기저기 돌아다닐라고
했더니 비가 오시는 바람에… 조때기는 했지만… 뭐 그래도 어차피
사무실에 붙어있다고 일하는 거 아니니까…
닝가다 닝가다 하면서 신문이나 두루두루 훑어볼라는데…
뭐 군필자 가산점 어쩌구 하면서 어느 사이트가 마비되고… 어느
사이트가 해킹당하고… 그랬다누먼.
당해도 싸지 씹새들… 어디 군필자를 우습게 알고…
군대 안갔다온 사람들… 뭐 군대 갔다오는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데 말야… 그거 장난이 아니거덩…
특히 나처럼 남들 30개월 할 고생을 6개월동안 ZIP으로 하고 나온
사람같은 경우…
나는 훈장 줘야된다고 봐…
하여튼 모처럼 여유있게 비를 바라보니까… 윤형주의 “어제 내린
비”라는 노래도 생각나고… 그거 영화도 재밌었는데.
오제는 비가 내룟네~ 키작은 나무잎새로~ 맑은 이슬 똘오지는데~
비가 내룟네~ 그렇게 나가는 노래였는데…
갑자기 그 영화 같이 보던 뇬이 떠오르는군.
지네 집안 우리집보다 빵빵하다고 콧대만 쎄게 놀더니 결국 고시
파스한 놈한테 덜렁덜렁 가버렸지.
아… 오랜만에 낭만이나 키워볼라고 했더니 별 재수없는 뇬만
떠오르고 씨…
괜히 열받는데 안방에서 쓰러져 자는 마누라나 못살게 굴어야겠다…
기달려라 뚱뗑아~

SIDH’s Comment :
이 해 12월23일, 헌법재판소에서 “군필자 가산점 위헌” 판결을 내렸었다.
당시 인터넷이 상당히 시끌시끌하다보니 소재로 써먹었던 모양.
군삼녀 이야기 했을 때와 겹치는 것 같아 다른 이야기는 안할란다.
지금까지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 개마초와 꼴페미(쌍방이 상대를 부르는 명칭)의 대립이 이때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뭐랄까, 원류를 찾은 기분이 들어 느낌이 새롭네.
문득, 어느 게시판에선가 생리대 세금 낮춰달라는 여성단체의 주장에 비싸면 기저귀 차고 빨아입으라던 어떤 유저가 결혼해서 딸 낳고는 급잠잠해졌던 일화가 생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