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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스물아홉번째

2007년 6월 10일

[봉대리의 일기]

12/31 (금) 조금 흐림

종무식… 개판되고 말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긴 했지만… 피 부장이 나서서 그렇게 설칠
줄은 몰랐다.
기획팀 전원이 오전부터 종무식 장소인 회사 강당에 어제 고생해서
만든 요술풍선들을 달아붙이고 있는데…
피부장이 나타나서… 거만떨며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보고말았다… 회사 로고 밑에 달린 사장의 모습을…
이봐 봉대리!!!!! 저거 뭐하는 짓이야!!!
별 것도 아닌 걸로 흥분하고 그러냐 씹새야…
라고 말할 용기는 없는 관계로,
왜 그러십네까? 라고 공손하고 정중하게 대답했다.
저거 저거… 회사 로고 밑에…
아 예… 풍선으로 만든 거요… 잘 맹글었지요? (애교있게 배시시~)
잘맹글긴 개뿔을 잘 맹글어 인간아… 저기는 사장님 얼굴을 넣어달라고
그랬자나!!!!!!
사장님이잖습니까. 솔직히 사람 얼굴을 풍선으로 형상화하기가 좀
힘들어서요… 비슷한 걸로 대체한 겁니다만…
비,비슷한 거? 저거 이름이 뭔데?
돈데크만이라고들 하지요.
돈뭐시기?
돈테크만을 모르다니 멍청한 씹새…
하여튼 피부장이 길길이 날뛰는 바람에 사장님을 가장한 돈데크만은
단상에서 내려지고,
황대리의 아이디어로 돈데크만은 강당 바깥 뒤쪽에 내걸렸다.
아래와 같은 멘트와 함께.
사장님께 물풍선을 선사합시다~
그날 종무식은 개판이었지만 “장외행사(?)”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종무식 끝나고 시말서 써봤어?

[피 부장의 일기]

12/31 (금) 졸라 흐림

놈들을 믿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불안해서 느즈막히 나가보려던 계획을 바꿔 바로 행사장으로
달려갔더니…
오오오… 행사장 단상 정면에 매어달린 그 것은…
주.전.자.였다.
풍선을 묘하게 꼬아서 어떻게 그런 모양을 맹글어놨는지…
일단 개인적으로 저런 가공할 작품을 뽑아낸 봉대리 이하 우리 팀원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사감은 사감이고 당장 내 모가지가 남아날리가 없지 않은가.
봉대리를 족쳤다. 저게 도대체 뭐야!!
돈데크만인데요.
돈데크만이 뭐야?
아… 모르시는군요… 옛날에 시간탐험대라고… 그 만화에 나오는
주전자 모양의 타임머신 이름인데요, 여자 졸라 밝히는…
뜨어아아~ 여자까지 밝힌단 말인가…
다시 봐도 약간 제껴지듯 솟은 콧날과 불뚝 튀어나온 아랫입술이
주전자와 흡사한 외모를 가진 사장이지만,
어찌 종무식 단상에 주전자를 걸어놓을 생각을 다했단 말인가.
준엄하게 꾸짖어서 당장 그 돈데크만인지 주전자인지를 내리긴 했지만…
이 빌어먹을 것들은… 그걸 강당 바깥에 내걸고… 연말행사로 거기다가
물풍선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종무식 할 동안은 몰랐는데 끝나고 나오던 사장님이 그걸 보는 바람에…
첨엔 어 저거 뭐야? 하며 그냥 웃어넘기다가 주전자 모양을 보더니
안색이 싹 달라져서…
종무식 끝나고 시말서 써봤어?

SIDH’s Comment :
돈데크만.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캐릭터였는데.
더불어 호탕하게 웃던 램프의 요정(=슈퍼맨?)도.
군대있을 때 보던 만화영화인데 확실히 군바리들은 유치해져서
그런 만화 보면서 박장대소하고 즐거워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