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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쉰한번째

2007년 9월 2일

[봉대리의 일기]

1/28 (금) 조또 맑다…

아침부터 피부장이 똥을 되로 퍼서 씹은 얼굴을 하고 있다.
저 인간의 불행은 나의 행복.
방싯방싯 웃으며 피부장을 대했더니 머리 꼭대기가 벗겨질듯이 화를
낸다.
뭘봐? 뭘웃어?
좋은 아침 아니겠습니까?
조까라마이싱이다. 좋은 아침? 집합!
이리하야 나는 또 주둥이를 잘못 놀려서 폭발 직전의 화약고에 불을
붙이고 말았다.
야… 군대도 아닌데 쫄따구 일렬로 도열시켜놓고 깨부수는 이 인간의
버릇은 언제쯤 고쳐질라나?
육방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면 정말 기가 막히는 노릇이지…
하여튼 요즘은 피부장이 뭔가 새로운 비장의 무기를 꺼내지 않는한 이런
식의 핍박은 별로 효험이 없을 거 같다.
오과장부터 지화자 씨까지 모두 초연한 자세로 열받은 피부장을 불쌍하게
쳐다보기만 할뿐 별로 반성하는 빛이 없다. 이젠 거의 도가 튼 상태나
마찬가지라…
여느 때처럼 피부장 혼자 열내다 혼자 가라앉히고 끝냈다. 장하다
피칠갑.
사무실 배치도 새로 그린 것도 쳐다보지도 않고… 뭔가 단단히 기분이
틀어진 거는 맞는 거 같은데.
뭔일이랴?

[피부장의 일기]

1/28 (금) 니기미 맑다…

이노무 회사는 비젼이 없다.
아무 생각없이 정책을 결정하고 취소하는 회사는 시장논리에 의거해서
당장 박멸되야 한다.
단 내가 나가고 나서…
아침일찍 이사가 부르더니 한다는 소리가,
기획실 요원을 미국으로 발령내는 프로젝트 자체가 취소되었단다.
오우 씨발 이런 경우가 어딨냐고.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 절박한 심정에 이사의 바짓가랭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놔라! 김중배의 다이아가 그리도 좋더란 말이냐?
거의 이 분위기였지 뭐.
위에서 결정한 일에 왜 아래에서 참견하느냐는 싸늘한 말만 들었다.
썩어죽을 회사 같으니…
화딱지가 나서 씩씩거리면서 열기를 삭히려는데 봉대리가 그 느끼한
웃음을 나에게 살포시 날려보낸다.
우엑!!!
당장 집합!!!
내가 아는 모든 욕을 총동원해서 기획실 요원들을 난도질해댔다.
음… 하지만 이미 한번씩 다 써먹었던 욕들인가보다. 이놈들이 미동도
안한다.
좀 새로운 욕 없나?
참신한 욕 있음 멜 쌔려주기 바란다. pibujang@jokkara.com
사무실 재배치도를 그려왔는데 뭐… 봉대리 그냥 놔두는 판국에 이걸
들여다볼 이유가 없잖아?
우씨…

SIDH’s Comment :
비슷한 경우로
사장님의 직접 명령(나한테 직접 내려온 명령은 아니지만)을 받고 어떤 프로젝트를 한참 진행하다가
사장이 잘리는;;;; 바람에 헛수고만 한 적이 있었다.
대기업은 뭐… 사장 목숨도 파리목숨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