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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쉰여섯번째

2007년 9월 16일

[봉대리의 일기]

2/15 (화) 맑은데 졸라 춥구마.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신입사원이 출근을 한댄다.
뭐 그인간 오거나 말거나 사무실이 별로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피부장이 아침부터 지랄하기 시작했다.
말끝마다 신입사원이다.
아니 이렇게 일해놓고 신입사원한테는 일 똑바로 하라고 말할 거야?
이따위로 놀고 먹으면서 일하면 신입사원이 뭘 배우겠어 엉?
이노무 신입사원 오기만 하면 다리를 똥강 뿐질러분다.
아직 화요일인데 담주 월요일까지 이 수모를 멀쩡한 정신으로 참고
견딜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시되고 있다 현재.
아니지 담주 월요일로 끝나는게 아니지.
신입사원 앞에서 깨질 거 아냐 앞으로?
전유성 씨나 지화자 씨 앞에서 깨지는게 슬슬 익숙해질만 하니까…
베라먹을 노무 회사 같으니…
어쨌든 전유성 씨는 황대리가 사수니까 이번 신입사원은 내 밑으로
주겠지? 설마 오과장 밑으로…?
오과장 일은 혼자 해도 무리가 없는 일인데… 걔는 혼자서도 잘해요~
꺼야 꺼야 할꺼야~ 혼자서도 잘할꺼야~
나는 혼자서는 일 못해~ 엉엉엉~
장기적으로 편하려면 잠시의 쪽팔림은 이렇게 감수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 덜떨어진 놈 같은 녀석이 나타나기만 해봐라…
옆구리를 걷어차버릴테니…

[피부장의 일기]

2/15 (화) 맑은건지 원…

인사팀으로부터 신입사원이 담주 월요일 올 거라는 통보를 받았다.
음… 그러면 봉대리 부사수가 되는 건가?
저놈시키 편해지겠네… 앞으로 내가 일 시키면 다 신입사원한테
떠넘길 거 아냐…
흥 내가 그 꼴을 잠자코 볼 줄 알고… 존만에…
오늘부터 봉대리 길들이기를 시작했다.
말끝마다 신입사원을 걸고 넘어지면서 스트레스 엄청 줬다… 앞으로
신입사원 출근하면 봉대리한테 화장실에서 깨나 얻어터지겠구먼.
그거야 내가 알바 아니지~
나는 그저 봉대리 깨는 즐거움으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봉대리를 신입사원때 확실히 휘어잡지 못한 것이
지금의 이 비극을 낳았다고 보여지므로…
봉대리를 활용하여 신입사원 길들이기까지 하겠다는 놀라운 포석…
바둑계에 입문해야겠다.
근데 걱정꺼리 하나는 새로 올 신입사원이 성이 모씨야 씨벌…
안그래도 피부장 봉대리 지화자… 어디서 흔하지 않은 성씨들은
기획실에 다 모아놨다고 뒷소리 듣는 판국인데… 이번엔 모씨야?
아니 그래 그 흔한 김씨 이씨도 없냐 우리 사무실은?
윽… 글쓰다말고 흥분했더니 허리가 아파온다…
망할 놈의 키트가 고속도로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빨리 새차를 구해야될텐데…

SIDH’s Comment :
엊그제 우연찮게 십여 명의 구직자들을 면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엄청 공부한 티가 팍팍 나는 답변, 잔뜩 긴장해서 굳은 얼굴, 가지각색의 복장과 태도 등을 보면서
참 인생 사는 것이 왜이리 어렵단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 사람들은 면접을 인생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기고 줄기차게 달려왔겠지만
신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직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 다시 새로운 시작이라는 진부한 사실을 알고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