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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예순여섯번째

2007년 11월 4일

[봉대리의 일기]

2/29 (화) 날씬 좋고 바람 불고…

바람이 불긴 불어도 일요일 같이는 안부는 거 같네.
일욜에는 무슨 바람이 아니라 폭풍 몰아치는 것 같더라.
오늘따라 회사 네트웍이 자꾸 깜박깜박 죽어서 뭔 일을 할라고 그래도
잘 안되더라.
여기서 일이란… 업무와 별 상관없는 인터넷 항해를 말하지용.
노자지 짜식은 왜 연락이 없지?
나도 벤처 정신을 갖구 벤처기업인이 되보겠다는 큰 포부를 여러 차례
보여줬건만…
나쁜 누무 자식… 설마 날 버린 건 아니겠지.
발병이나 나라…
아니야 지금 발병이 날 사람은 노자지가 아니라 조과장 같어…
점심 먹고 황대리하고 커피 한잔 때리고 있는데 황대리가 목소릴 낮춰서
말하더라구.
요즘 조과장 꼽지 않냐?
어떤 점에서?
아… 자식이… 피부장한테 잘 보일라고 아주 환장을 하잖냐.
그런다구 지가 뭐 승진이라도 할 줄 알구… 흥…
그래도 자극은 되지… 이제 동기 중에는 조과장 하나 남았어… 다 차장
달았다구… 물론 퇴사해서 회사 차린 동기들도 제법 있지만…
술이나 끊지. 그러면 혹시 알아 승진할지.
차라리 여자를 끊겠다구 그러던데…
그려… 술병이나 끌어안구 자라구 그래…
여자도 아닌데 술병이 밤에 쓸모가 있을라나 몰라…
요즘 술병은 주둥이가 넓은가벼…
에잉… 벌써 2000년이 두 달이나 지나가버렸다… 힝…
하는 일도 없이 이렇게 세월만 잡아먹고 있으니 원…

[피부장의 일기]

2/29 (화) 날씨 모른다니까…

으흐흐.. 드뎌 내일은 퇴원이다.
마누라 보고 태극기 들고나오라고 했더니 쪽팔리다나.
맞구 싶냐?
나온댄다.
제대로 개기지도 못할 껄 용은 왜 써.
그럭저럭 허리가 괜찮아서 오늘은 일부러 병원 여기저기를 싸돌아
다녀봤다.
그랬는데, 오옷! 다른 병동에는 이뿐 간호사들이 널려있었다!!!!!
이거는 정책적으로 나한테 아줌마들을 배당한 것이 틀림엄따!!!
갑자기 퇴원하기 싫어진다!!!!
침대 붙들고 다른 병동으로 옮겨달라고 떼를 쓸까부다 씨잉…
계단에서 굴러갖구 허리를 도로 다친 다음에… 정말 그럴까부다.
에유… 근데… 병원에 오래 있으면 회사에서 찍히기만 하지 뭐…
벌써 내가 입원한 기간만큼 월급에서 까고 있을 회사인데 말이지…
입원해서 돈들고 월급깎여 손해보고… 말아먹을 노무 회사.
이놈 회사가 잘되면 내 성을 간다.
그 전에 어디 딴 자리를 알아봐?
하여튼 쓸데없는 생각 말고 허리 다치지 않게 조심이나 해야지…
사무실에 새로 온 모주라 씨 신고도 받아야되고…
신고 신고~
미쓰 김의 홀딱 마카레나 쑈 만큼은 기대할 수는 없을 거고…
엄정화 정도만 아려줘도… 이야~
회춘하겠다~
내일은 조용히 퇴원하고 집에서 허리 쓰지 말아야지.
마누라쟁이가 아무리 옆구리 찔러도 굳건히 버티리라.
허리에 철심을 박아달라고 그럴 걸 그랬나?

SIDH’s Comment :
회사가 직원이 열심히 일할 거라고 믿고 성심껏 지원해주고
직원은 회사가 자기를 키워줄 거라고 믿고 열심히 일하고
그런 회사가 정말 좋은 회사인데
현실은
회사는 직원이 회사돈 축내고 있지 않나 의심의 눈초리로 감시나 하고
직원은 회사에서 소모되는 부속품인 게 싫어서 어디 딴 짓할 궁리나 하고
이러구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