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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스물세번째

2008년 6월 1일

[봉대리의 일기]

6/26 (월) 오늘도 비…

음… 어느새 2천년도 절반이 지나가버렸다…
반년동안 도대체 나는 무엇을 했는가…?
…피부장에게 갈굼 당했군.
당하고만 사는 삶에서 뭔가 전환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쫄따구놈들을 갈궈봐?
아… 근데 워낙 천사같은 심성의 소유자라서… 그런 게 체질이 맞을지
모르겠네…
어이 이휘재씨… 담배나 한대 핍시다…
새로 전입온 이휘재씨를 불렀다… 이넘이 전유성씨보다 입사선배드라구..
쫄따구 온다고 좋아하던 전유성씨는 개털 씹은 표정이 되긴 했지만…
나야 황대리를 제외하고 드디어 담배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반갑지.
어때… 이제 기획실 분위기가 좀 익숙해지남?
예 뭐… 좋은데요.
좋아? 너 아직 분위기 파악 덜 됐구나.
차마 그렇게 말은 못했다.
지방사업소에 있을 땐… 어휴… 말도 못했다구요.
그려?
예. 부장이라고 한명 앉아서 애들을 얼마나 갈구는지… 숨도 제대로
못쉬게 하드라니깐요.
그놈은 피부장보다 윗길인가부네. 피부장이 성인군자로 비춰질 정도면.
하기사 세상은 넓고 인간은 많으니 저놈보다 더한 놈이 없으란 법도 없지
뭐…
그렇다고 그걸 감사할 마음은 추호도 없으~
글쎄… 난 잘 모르겠지만… 피부장도 그 부장보다 떨어지진 않을껴…
앞으루 살아보면 알게 돼…
반이나 남은 담배를 비벼끄며 내가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던졌다.
역시 얻어피우는 담배가 맛있구만.
유부남 짜식은 담배인심도 야박하다니까…

[피부장의 일기]

6/26 (월) 장마긴 장만가벼…

비는 내리는데… 지방사업소에 있는 구부장이 갑자기 전화를 했다.
여~ 구두만~ 왠일이여?
아… 오랜만에 입사동기 소식도 궁금하고 해서… 여차저차…
이눔시키가 내 소식이 궁금할리는 없을텐데.
영업부에서 오래 뛰다가 여직원 성희롱, 야근 강요, 고압적인 태도 등등에
따른 부하직원들의 투서 세례를 견디지 못하고 지방으로 떨려나간 녀석이
멀쩡하게 중앙에서 버티고 있는 내 소식이 궁금할리가 있나?
그동안 안 도망가고 그 지방에 눌러앉아있는게 신통하다.
이봐 거기… 기획실로 이휘재라는 놈이 간 걸루 알고 있는데…
이휘재…? 어… 맞다… 새로 전입온 친구… 그 친구가 왜?
그놈시키가 내 밑에 있었잖아…
뭐…? 그 친구 백령도지사에서 왔다던데… 자네 마라도에 있잖아?
이 사람이 소식이 깜깜이구만… 내가 마라도에 있다가 동티무르 지사로
옮겼다가 백령도에 와있는 걸 몰랐단 말야…
(허이구… 험한 곳만 골라다니며 살았군. 살아있는게 용하네)
아하 그랬군… 미안 내가 새로 온 차장한테 신경쓰느라고 그 친구한테
신경을 통 못썼는데… 앞으로 신경쓸께… 그나저나 자네 변했네… 부하
직원도 챙겨주고…
챙겨주긴 개뿔이…. 이봐 자네… 그 새끼 죽여버려 알았어…
뭔소리여 이건 또.
다른 곳도 아닌 백령도에서 구두만 부장 밑에 있었다면 정말 돌아온 역전의
용사나 마찬가지인데 왜 죽여?
그 새끼 싸가지가 밥맛이야… 맨날 개기고… 하는 짓은 싸이코 저리
가라라니까… 내가 그놈땜에 백령도 탈출해서 월북해버릴라고 그랬을
정도라고… 용케 힘써서 중앙으로 나간 모양인데… 자네 밑이라길래
일단 안심은 했지만… 확인사살하는 거야.. 죽여버려 알았어…
이건 뭔소리야. 내 밑이라 안심했다니. 확인사살은 또 뭐야.
우쨌든 유도지 차장도 싸이코 기질이 있는데 새로 온 이휘재라나 하는
놈도 싸이코란 말야?
봉대리에 황대리에… 기획실에 싸이코만 몰아넣어서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거야?

SIDH’s Comment :
문제있는 상사 밑에 문제있는 부하직원 있고
좋은 상사 밑에 좋은 부하직원 생기는 법.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에피소드였던 것 같다.
사람은 똑같은데 보는 시각에 따라 좋은 직원 나쁜 직원이 구분된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워낙 글쓴 게 오래돼놔서 기억이 잘 안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