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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아흔번째

2009년 11월 29일

[봉대리의 일기]

11/13 (월) 흐림

아는 선배가 오늘 애를 낳았다고 연락이 왔다.
정확히 표현하면 어제구나.
어쨌든 내가 소식 들은 건 오늘이니까 뭐.
애낳는 덕분에 연휴로 놀고 있다며 히죽거리는 그 선배의 얘기를 가만
듣다보니
새삼스럽게 내 신세가 무지하게 처량하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야… 선배래봤자 두살밖에 많지 않은데…
그것도 결혼은 진작 하고서 애가 안생겨서 전전긍긍한 세월을 생각하면…
나는 내년에 장가가도 그 선배 나이에 애기가 생긴다는 보장도 없다는
말인가…
요즘은 테레비나 뭐 이런데서 결혼했다는 자식들만 보면 패고 싶다…
임신한 여자만 보면 부럽고…
아… 올 가을은 가을 심하게 타네…
지난 토요일엔 회사 일이 늦게 끝나서 저녁에 퇴근했더니 사방에
어린 것들이 뭐그렇게 많이 쏟아져나와있는지…
알고봤더니 뭐 빼빼로데이라나.
(존장 다 먹는날들뿐이로구만)
대따시만한 빼빼로도 시중에 나왔다는데…
눈이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이 기분이 좀 풀릴려나…
아니면, 더 심해질라나…

[피부장의 일기]

11/13 (월) 갬

전에 여기서 근무했던 모씨가 애 낳았다고 연락이 왔다.
음…고생문이 시작되었구먼….
내 경험담으로 얘기하건데 결혼하면 입이 둘이라 (혹자는 셋이라고도
하지만) 돈이 더 들어갈 것 같지만
오히려 총각시절보다 돈이 더 모이는 편이고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그게 쫑이 나는 순간이 애를 낳는 순간부터라는 거…
쪼만한 짜식이 돈은 엄청나게 먹는다.
돈먹는 블랙홀같다고 할까…
옛날엔 그래도 덜했지만 요즘은 기저귀도 1회용으로 다 사서 채워주질
않나… 애기옷도 쪼끄만한게 어른옷이랑 값이 삐까삐까하고…
도대체가 그 시스템이 맘에 안들어…
말은 애낳아서 축하해… 그렇게 해줬지만…
너 죽었다 인제… 그 소리가 혀끝에서 뱅뱅 돌더라.
그녀석, 인제 뼈빠지게 벌어야겠다.

SIDH’s Comment :
몇 년 전에는 주변에서 애기 낳았다는 소리 들리면 봉대리랑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피부장이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얼마전 정부에서 저출산대책이랍시고 코웃음만 절로 나오는 일련의 삽질들을 줄줄이 얘기해주는데
(우리 회사에 실제로 애 셋 낳은 사람도 그걸 보더니 이게 무슨 혜택이 되냐고 그러더라)
점점 애 낳고 살기는 빡빡해지니 세상 사는게 참 어렵다 어려워.
그래도 이제 백일 좀 지난 조카는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