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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마흔네번째

2007년 7월 30일

[봉대리의 일기]

1/20 (목) 햇빛 쨍쨍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날씨 우라지게 좋았다.
음… 눈도 내리고 포근한 하루가 되겠군…
문을 열자마자 욕부터 나왔다.
조또 춥다 씨…
어머니가 보내주신 빨간 내복에, 조끼 껴입고, 목도리까지 쨍쨍 두르고
출근했다.
이런 날은 회사 보일러가 고장날 가능성이 무지 높기 때문에… 아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나왔다.
다행히 보일러는 잘 돌아가더군.
근데 이렇게 추운 날 외근을 시키는 피부장은 뭐냐…
눈밭에 발가벗겨갖구 굴려불고 싶은 넘…
뭐 상관없다 이기야… 완벽하게 무장을 갖춰서 왔거든…
강남 일대를 중무장을 하고 휘젓고 다녔는데 별로 추운줄 모르겠더라.
얼굴이 뻘겋게 된 거 빼고는… 아 따가와…
오후 늦게 일이 대충 마무리되길래 전화를 찔러봤다.
벨렐렐렐레…
감사함다 피칠갑임다…
예 부장님… 귀여운 봉대립니다…
토하더군…
뭐야… 일 다 끝냈어?
옙… 근데 지금 퇴근시각이 다가오는바…
조까구 있네… 들어와서 보고하구 들어가…
이 씨부랄탱이가…
보고는 전화로도 얼마든지 하겠다… 아니… 낼 아침엔들 못하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한마디 했다.
잘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이렇게 비굴하게 살아야만 하는 내 인생에 다시 한번 치를 떨면서,
회사로 얼렁 들어갔다.
어머 뽕대리님 왜 들어오세요 퇴근하시지.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지화자 씨.
썅노무 피부장이 들어오래잖아.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어머 피부장님 퇴근시간 땡하자마자 집에 가셨는데
아니 이 오살할 놈이!!!
그래… 전화가 왔을때 감지를 했었어야 했는데…
나는 지금…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

[피부장의 일기]

1/20 (목) 졸라 맑다…

날씨는 졸라 맑은데… 아 추워 씨바…
날씨가 오돌오돌 춥더군…
이런 날은 그저 사무실 히터 앞에 짱 박혀서 동면하는 곰처럼 보내는 게
최곤데 말이지…
그건 어디까지나 나한테나 해당되는 말…
출근하면서 바짝 얼어버린 몸을 녹이며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는 저놈의
뽕대리를 내가 그냥 놔둘소냐…
별루 필요도 없는 업체에 외근을 내보냈다.
요기조기 다 누비고 오려면 퇴근시간은 다 되얄 거시다…
그러면… 으흐흐흐흐…
혼자 좋아서 히죽거리며 웃었더니 황대리가 날 이상하게 쳐다본다.
저 놈은 볼때기에 바람만 집어넣으면 단가…
역시… 퇴근시간 10분 전에 뽕대리로부터 전화가 날라왔다…
벨렐렐렐레~
감사함다 피칠갑임다.
예 부장님… 귀여운 봉대리임다…
아니 이 역겨운 것이…
이런 식으로 나한테 심장마비를 일으키려고… 절대 안통해…
어이.. 일 끝나써?
예… 근데 퇴근시간이 임박해오는바…
바로 퇴근하시겠다…
옜썰~
조까지말고 들어와서 보고해.
알겠쉬미다.
왠일로 선선하게 구부러진다 이 자식이.
글구 10분후… 나는 여유작작 퇴근해버렸다…
봉대리~ 메롱~

SIDH’s Comment :
참 사소한 것 중의 하나.
외근 나갔다가 퇴근시간이 다 돼가면 그냥 퇴근할까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무실에 전화해서 “저 지금 끝났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바로 퇴근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대부분 “어 그래 수고했고 내일 보세”… 이럴 것 같지?
“아직 시간 있으니까 들어와서 경과 보고해” 이런 상사가 제법 많다.

요령 하나.
퇴근시간이 6시인데 5시반쯤 일이 끝났을 경우
그냥 생까고 회사가 아닌 집으로 향하다가
6시가 넘으면 사무실로 전화.
“지금 끝났는데요. 퇴근시간이 지나서…”
“어 바로 퇴근해”
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