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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일흔일곱번째

2009년 6월 7일

[봉대리의 일기]

10/18 (수) 날씨 이상함

이제 건조해지기 시작하니 목이 자꾸 컬컬하다.
사무실에 가습기를 하나 놓는게 어떨까?
작년에도 사무실에 공기가 탁해서 고생했었는데
올해도 아직 10월인데 벌써 이러면
앞으로 고생깨나 해야될지도 모른다.
짜아~ 가습기를 하나 놓자고 누구한테 말해야되나?
피부장? 절대 안해줄 거다. 가습기 그거 얼마나 한다고… 윗사람들한테
입도 뻥끗 못해볼 사람이잖아.
황대리 이하 우리끼리 사이좋게 돈 모아서 살까?
왠지 그건 억울하고.
근데 매번 우리돈 쓰긴 억울하고, 회사돈은 죽어도 안쓸라고 그러고,
이런 식이면 도대체 언제쯤 가습기를 들여놓겠냐말야.
억울하지만 올해는 우리 돈을 쓰기로 했다.
인터넷 쇼핑몰 뒤져보니까 가습기 값은 비싸봤자 6만원 정도드만.
사무실이 좀 넓어서 일반 가정용이 제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지만…
피부장 저 인간 가습기 살 때는 돈한푼 안보태다가 막상 사놓으면
분명 지 책상 가까운데 놓으라고 그럴텐데…
어쨌든, 여직원들 빼구, 과장급도 왠지 말걸기 귀찮아서 나머지 4명이
작당해서 가습기 하나 사기로 하고 (그래봤자 만원 정도만 각출하면
되겠길래) 다른 사람들한테 보고를 했다.
(보고위주의 사무실 분위기… 졸라 싫다)
피부장은 뭘 그딴 걸 사… 이런 반응이고, 유차장은 아니 그걸 왜
자네들이 사나? 이런 반응이었지만, 가습기 필요한 건 필요한 거고,
그걸 우리들이 사야되는 것이 현실인걸 어카란 말야.
오늘도 짜증나는 날이네.

[피부장의 일기]

10/18 (수) 흐림

가을인데 벌써 목이 컬컬하네.
나는 아무래도 습도에 민감한 체질인가부다.
(마누라쟁이는 늙어서 그렇다고 우기지만… 그 바람에 어젯밤에 힘을
과하게 썼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졸리네)
이래서 작년부터 사무실에 가습기 하나 놓자고 말이 많았지만,
그 가습기… 10만원이 뭐야… 5만원 정도밖에 안하는 거 (싼건 3만원짜리도
있더라) 그걸 회사에서 뭐가 필요하냐고… 안사줘서… 부하직원한테
나만 나쁜 놈 되고… 겨울엔 겨울대로 고생한 기억이 있다.
올해도 날씨가 퍼석퍼석해지는 걸 보니 가습기가 필요한 시점이 되어
가는 모양이군.
근데 봉대리 이하 다른 직원들이 자기네들끼리 돈을 모아서 가습기를
사겠단다.
얼씨구리? 나보고 돈 보태라는 거 아냐?
짐짓 뭐 그런게 필요하다구… 그러구 넘겼다.
(요놈들아 내가 넘어갈 줄 알았쥐~)
지들끼리 쑥덕꺼리는 모양새로 봐서는 진짜 하나 사기는 살 모양인데…
지놈들이 지들 돈으로 샀다고 내 자리에서 멀리 놓기만 해봐라.
위계질서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줘버릴테니…

SIDH’s Comment :
어쨌든 회사라는 곳도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회사가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사소한 회사집기를 두고 사원들이 돈을 모으네 필요하네마네 이런 논쟁을 벌일 이유가 있을까.
뭐 필요하다고만 하면 “그거 일하는데 필요한 거야?”라고 질문이 되돌아오는데
뺨따구를 날려버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