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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쉰여덟번째

2007년 9월 30일

[봉대리의 일기]

2/17 (목) 날씨 괜찮아…

이젠 제법 해도 길어지고 봄이 되가나 보다.
날씨야 아직 춥지만… 노총각 결혼소식도 들려오고 하는 걸 보니…
봄이 와야지… 당연히…
우리 사무실에는 이미 봄이 왔다~
피부장의 입원~
2주가량 입원해 있어야 한다니~
닐리리 맘보가 따로 없다~
으싸으싸~ 봄이 왔네 봄이 와~
사무실 직원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덜컥거리던 일들이 새로 깐 아스팔트
길 달리듯이 부들부들하게 풀려나가고 있다.
이참에 피부장이 없는 기획실의 틀을 잡아봐?
그나저나 다음주부터 출근하는 신입사원은 팀장을 병실에서 처음
보게 생겼군…
오늘 직원들이 문병 간다고 그러는데 얼렁뚱땅 핑계대고 빠졌다~
명색이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인데 그 앞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헤벌쭉 웃고 있기는 나도 좀 미안하지~
양심적인 남자 봉대리~

[피부장의 일기]

2/17 (목) 날씨가 계속 왜이러지…

내 퇴원하면 그 망할놈의 키트부터 팔아버린다.
키트? 키트는 무신놈의 키트야. 소달구지만도 못한 놈.
허리 디스크 증세가 어쩌구저쩌구해서 2주 정도는 조용히 누워서
안정을 취해야 된다나.
요즘같이 쌀벌한 세상에 2주씩이나 자리를 비우면 퇴원했을 때
책상 빼놓는 거 아닐까?
주전자는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
그렇다면… 어째야쓰까나… 그렇다고 무슨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저녁에 직원들이 이것저것 사들고 문병이랍시고 왔는데
이 망할 것들이 표정이 한결 밝아보였다. 씨부럴것들.
봉대리는 안왔어?
예, 뭐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다고…
잘했다. 어차피 핑계대고 도망친 거겠지만 절대 안정을 취해야하는
마당에 봉대리 얼굴을 보고 과도하게 흥분할 이유가 없지.
업무가 밀리는 건 없어?
예, 뭐 저희끼리 잘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우끼고 자빠졌네. 니들이 뭘 알아서 해. 중요한 껀 몇개는 일루
가져와서 내가 최종결재할 꺼야. 알아서?
아그들 얼굴이 핼쭉해지드만.
그럼 나보고 2주동안 넋놓고 있다가 쫓겨나라고?
병원에 누워서도 결재는 한다는 투철한 직업의식을 이번 기회에
사장이랑 이사에게 보여주고 말테다.
멋진 싸나이 피부장~

SIDH’s Comment :
작년인가 팀장이 수술을 하느라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수술이 한 3년전? 그 정도 전부터 수술해야된다 된다 하는 걸 미루다 미루다 겨우 한 거였다.
비염 관련 수술이었는데 이미 후각신경이 다 죽어버려서
수술 후에 코막힘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냄새는 잘 못맡는다던가.
아프다고 뻑뻑 드러누울 수 있는 샐러리맨들은 정말 복받은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