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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여덟번째

2008년 3월 30일

[봉대리의 일기]

5/15 (월) 비 낼름…

봄도 슬슬 지나가는 듯 여름이 오는 모양이다.
이 시기에는 점심만 먹고 들어오면 왜 이렇게 졸린지…
밥 딱 먹고 들어와서 자리에 똑바로 앉아있는 꼬라지를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우리 사무실은 점심시간에는 불을 딱 꺼버리기 때문에…
완전히 취침분위기 조성된다.
(오늘처럼 흐리멍텅한 날… 캡이다)
피부장도 손 못대는 점심 취침~
(지도 자거덩)
그런데 책상 앞에 앉아서 고개 제끼고 자려니 아무래도 목이 뻐근뻐근
불편하고,
책상에 엎드려서 자면 속이 더부룩하고 허리도 아픈 것 같고,
자세가 안나온다말야 자세가…
여직원들은 밥만 먹으면 여직원 휴게실로 우르르 몰려가는데… 거기는
군대식으로 말하면 “침상”이 있어서 신발 벗고 발 죽 뻗고 누울 수
있단다.
(남자 직원에게도 휴게실을~)
우리도 어디 발뻗고 누울 자리를 찾을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고민하다가… 드디어 찾아냈다.
회.의.실.
긴 테이블 위에 두 다리 쭉뻗고 드러누워서 자는 거야… 이 어찌
끝내주는 발상이 아닐까.
어차피 피부장 점심먹고 와서 쓰러지면 다들 책상에 엎드리고 퍼질러
잘테고…
어차피 우리 사무실에 붙어있는 전용회의실고, 잠깐 눈붙이는 거니까 그
틈에 누가 와서 보기나 하겠어?
그래… 오늘은 회의실에서 두다리 쭉 뻗고 한번 늘어져보자…
결심하고 점심 먹고 들어왔다.
분위기 조성… 오케이… 사무실 컴컴하고… 피부장 쓰러져있고…
나머지 직원들도 전부 책상에 쓰러지는 분위기…
마치 그림자처럼.. 슬며시 책상을 빠져나와 회의실로 들어갔다.
구두 벗고 양말 바람에 테이블 위에 짝 드러누웠다.
이야~ 이렇게 편할줄이야~
발냄새가 좀 나는군 그런데….
그리고 유리탁자라서 등이 좀 차네…
여름엔 시원하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회의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모주라 씨가 쓱 들어왔다.
엄마야~!!!
모주라 씨의 소프라노 비명에 당황해서 벌떡 일어나던 나는 테이블을 엎어뜨리고 말았다.
쨍그렁~ 아자~ 유리 깨졌다~
피부장한테 드럽게 한소리 먹었다…
반성문 쓰고… (이 나이에…) 유리값 내돈으로 물어내란다…
드러운 팔자려니…

[피부장의 일기]

5/15 (월) 흐렸다 갬

서서히 날이 노곤노곤해지는게 여름도 멀지 않은 모양이다.
이런 날은 점심만 먹으면 졸음이 쏟아져서…
점심 먹고 들어와서 잠깐 눈붙이는 잠이 정말 꿀맛이지~
내가 점심먹고 조는 사원들은 뭐라고 안한다니까~
물론 그 시간에 나도 졸고 있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어디서 푹신푹신한 의자를 구해다가 등받이 높게 해서 푹
파묻혀 자니까 별로 불편한 거 모르겠는데… (발은 책상 위에
올리고… 이게 진짜 댓끼리거덩)
옛날에는 책상에서 엎디어 자려니 얼마나 피곤하던지…
잠을 자고 나면 더 피곤할 지경이었다…
잠은 쏟아지고, 자세는 불편하고…
참다못해 궁리해낸 곳이…
회.의.실.
몰래 회의실로 기어들어가 테이블 위에 다리 뻗고 누웠다.
세상 아무도 부럽지 않더군 순간적으로…
그 순간이 너무 짧았던게 탈이지…
테이블 다리 약하데… 그냥 우지끈 부러지데…
당시 부장한테 싸대기 터지고… 테이블을 통째로 내 돈으로 물어냈던
아픈 기억을…
오늘 봉대리가 되살려주었다.
짜식이 일을 못하면 잔대가리를 굴리지 말던지 말야…
그래도 이번에는 유리밖에 안깨졌드만…
테이블이 많이 튼튼해진 모양이여…

SIDH’s Comment :
처음 직장 들어가서 가장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점심시간만 되면 직원들이 무조건 엎어져서 자버리더라는 것.
무슨 밤샘공부에 시달리던 고3학생들이 쉬는시간마다 엎어지는 것에 비길만한 진풍경이로고, 라고 생각했는데
직장생활 10년차 쯤 된 요즘에야 슬슬 이해가 가고 있다.
물론 낮잠 잘 못자는 편이라 나는 항상 점심시간 쌩쌩하지만,
2~3시에 간혹 꾸벅!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