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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열일곱번째

2008년 5월 5일

[봉대리의 일기]

5/31 (수) 맑음

내 이럴 줄 알았다.
이휘재라는 녀석… 아무래도 싸이코 같더라니깐.
자리를 내 옆자리로 옮겨오기가 무섭게 싸이코의 전형을 발휘했다.
계속 뭐라고 중얼중얼한다.
처음엔 그냥 그러나보다 했다.
근데 이 웅얼웅얼하는 소리가 진짜 신경쓰이게 하는 거다.
내 일에 집중이 안된다. 그래 살포시 귀를 기울여봤다.
이런 환장할… 도저히 안들린다.
쪽팔림을 감수하고 좀더 귀를 가까이 가져가봤다.
그래도 안들린다. 웅얼웅얼 소리밖에 안들린다.
이 자식이 무슨 주문 외우나?
문제는 모니터를 들여다보건… 기안지에 글을 쓰건… 책을 보건… 이
웅얼거림이 쉬지를 않는다는 거다.
노이로제 걸릴라구 그런다.
나중엔 손까지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미치겠는 거는 앞자리에 앉은 황대리한테는 이 소리가 안들린다는 거다.
소리가 딱 내 귀에만 들릴락말락하는 정도로밖에 안나온다는 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한마디 했다.
이봐, 거 중얼중얼하는 거 그만 둘 수 없나?
네? 중얼거리다뇨?
지는 몰라~ 오메 미치겠는 거~
자기는 아무 소리도 안냈다고 딱 잡아떼니 (주위에서도 아무소리도
안들렸다고… 돌아버릴 일이지) 나만 병신됐다.
내가 내일은 녹음기를 들고 올테다 썅…

[피부장의 일기]

5/31 (수) 화창~

새로 온 유차장… 확실히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갑자기 총무팀 주차장이 사무실로 인사를 오질 않나…
(뭔소리를 하나 들어볼라고 그랬더니… 둘이서 나가버렸다)
이사님이 특별히 찾아와서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지 않나…
뭔가 분명히 뒤에 있는 거 같은데…
점점 이 의자가 불안해지네…
심장이 벌렁거려서 오늘은 애들 한번도 못잡았따.
애들 잡을 시간 있으면 유차장 정세나 살피는게 남는 거 같아서.
시종일관 여유작작하는 미소를 입에 띄우고있는 것도 기분 나쁘고..
귀공자처럼 생겨먹은 꼬라지도 맘에 안들고…
칼같이 세워서 양복 짝짝 빼입은 것도 재수없다.
봉대리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신경쓰이게 하는 놈도 있네.
이름부터가 맘에 안들어… 유도지 차장…
그럼 나는 허준인감?

SIDH’s Comment :
문득 생각난 옛날 직장에서 전해내려오던 이야기.

신입사원이 들어와서 직무교육을 실시중이던 우리 팀장.
열심히 설명해주면 “음~”하고 감탄사를 내뱉어가며 열심히 받아적는 여자신입사원의 태도에 고무되어
자기도 모르게 직무교육에 흠뻑 빠져있던 도중,
약간 성질급한 김모 대리가 갑자기 성질을 버럭 내며 소리지름.
“아 누군지 빨리 전화 받아요!”
아무리 직무교육에 정신이 팔려있었지만 딱히 전화벨소리는 못들은 상황.
“누가, 어디 전화벨 울렸어?”
“아 아까부터 계속 전화 진동소리 나잖아요!”

신입사원이 너무 열심히 교육을 받다보니 “음~” “음~”을 좀 많이 뱉어낸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