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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서른두번째

2008년 6월 29일

[봉대리의 일기]

7/20 (목) 비가 오려면 오든지…

작년 이맘때…
내가 휴가였었다…
정확히 말하면 담주가 휴가였었다…
휴가신청서를 작성해서 결재를 올렸다…
전자결재시스템이 발달한 관계로… 전자결재로 올렸다…
귀찮은 휴가결재… 대면결재 안해도 되니 얼마나 좋아~
근데 빠꾸 먹었다…
지난 주에 조과장 빠꾸 먹었을 때 감을 잡았어야 했건만…
아니 그래도 조과장은 갑작스럽게 바쁜 일이 터지는 바람에 그랬다
치자…
나는 뭔데…
피부장한테 가서 항의했다.
휴가는 직원의 당연한 권리… 운운…하고 늘어놓으려고 했는데…
이봐 가지 말라는게 아니잖아… 지금 조과장이 휴가도 미루고 열라
일하고 있는데… 자네가 휴가를 가면 쓰나?
평소와 달리 부드럽게 (이 정도면 졸라 부드러운거다) 나온 피부장한테
찍소리도 못내고 말았다…
그러케 조과장을 핑계로… 기획팀은 작년 여름 아무도 휴가를 가지
못했다…
피부장은 갔다…
휴가 보상비… 그런 것도 없었다…
휴가를 반납하고 열심히 일했다며 표창장은 받았다…
그거 피부장이 집으루 갖구 날랐다…
아마 그놈 인사고과에는 반영이 됐겠지…
올해도 어김없이 휴가철이 오고 말았다…
휴가계획서는 나름대로 머리 굴려서 짜서 올렸지만…
과연 피부장의 방해를 뚫고 휴가들을 갈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피부장의 일기]

7/20 (목) 날씨 몰라!

작년 이맘때,
휴가철인데도 불구하고…
일이 졸라게 많았다.
쏟아지는 일들을 처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조과장이 휴가를
미뤄야했다.
근데 분위기 봐서는 이게 미룬게 아니라… 그냥 포기나 다름없었다.
아픔을 같이 하는 심정으로…
그후 휴가를 가겠다는 모든 직원의 휴가를 캔슬시켰다…
그 바람에 기획실은 휴가도 반납하고 회사의 위기를 구한 (뭐 그다지
위기라고 생각되진 않았지만 이사가 그렇게 보고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패를 하나 받았다.
그거 우리집 거실에 있는데…
금도 별루 없구 해서 어디 팔아먹기도 마땅찮다.
흥… 이렇게 썼다고 정말 내가 아픔을 같이 하고 싶어서 그랬을까?
그럼 나는 왜 휴가를 갔겠어?
이사 자식이… 휴가철인데 자꾸 일꺼리를 떠맡기는 게 아니겠어…
이게 회사의 존망이 걸린 중차대한 일이라나…
존망 좋아하네 존만한 자식…
니가 안건드렸으면 아무 일도 없을 일이었어…
그래 일단 휴가 나가려는 조과장의 뒤통수를 때려서 일을 떠넘기고…
그 핑계로 전 기획실 직원의 휴가를 얼려버렸다…
개긴 거지 뭐… 이사한테… 니 땜에… 우리 휴가도 못간다…
짜식이 쫄아서 공로패로 화답하긴 했지만…
나는 너 휴가갈 때 휴가갔다왔지롱~
개길 건 개기더라도 갈 건 가야지~
올해도 이사 눈치가 심상치가 않은데…
작년에 내가 휴가를 갔었다는 사실을 최근 눈치채고… 복수의 기회를
노리는 모양이다…
훗훗훗… 그렇다고 내가 눈하나 깜짝할 줄 아느냐?

SIDH’s Comment :
그러고보니 다음주면 7월이구나. 나도 휴가계획 세워야겠네.
폼을 보아하니 하던 일을 마무리해야되는 게 있어서 7월 휴가는 힘들 거 같고
8월에도 초반에 못가면 월말께에는 힘들 거 같은데…
음… 드디어 내 인생에서도 “바빠서 휴가 못가는” 날이 오는 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