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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서른아홉번째

2008년 8월 3일

[봉대리의 일기]

8/3 (목) 오늘도 날씨 조타~

오늘은 황대리가 출근했다.
걸어오는데 발이 지면에서 10센티는 족히 떠서 오더라.
쫘식 쫘식낳은게 그리도 좋은가.
아새끼 있는 사람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 씨바 이제 둘만의 오붓한 밤은 끝난기야.
–> 돈쳐먹는 괴물을 낳은겨~
–> 애물단지가 무슨 뜻인지 몸소 느껴보셔~
간혹 ‘내 새끼가 아닌 거 가터…’ 내지는 ‘저 자식이 커서
날 죽인다고 그러면 어쩌지?’ 류의 엽기적인 소수 의견이
있으나 생략토록 하고.
애 낳는게 뭐 그다지 좋기만 한 거는 아닌거 같드만…
내 이런 소금뿌리는 말에 황대리의 일갈…
결혼도 못한 쫘식이…
야… 상상임신에 속아서 결혼했다고 쏘주잔을 붙들고 눈물로
호소하던 짜식이…
애낳으니까 저렇게 달라지누만…
피부장도 황대리한테는 화도 못내고 어거지로 방싯방싯 웃어
주는데…
역겹더군…
나하고 오과장만 (황대리네하고 가까운 편이라) 애기
구경한다고 병원으로 찾아갔다.
부성텅한 황대리 마누라한테 인사부터 하고…
애기 면회시간이 아니라는 간호사 언니를 무시하고 면회창
앞에서 뗑깡을 한시간이나 부린 끝에…
애기가 아니라…왠 개구리처럼 생겨먹은 자식을 볼 수 있었다…
미래가 심히 걱정되더군…
아덜이기에 망정이지…

[황대리의 일기]

8/3 (목) 날씨 캬~

태어나서 지금껏,
크리스마스에도 교회를 가지 않았을 정도로 독실한 무교신자
였는데,
어제는 처음으로 하느님을 찾았다.
제발 우리 마누라쟁이가 아들을 하나 쑥 빼달라고.
아무리 짱돌을 굴려봐도…
나 닮은 딸을 낳았을 경우 그 미래가 상당히 암담하다는
결론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덜이면 뭐… 생겨먹은 거야 산적집 큰아들처럼 생겼드라도…
돈많고 머리 좋으면 미쓰코리아도 착착 앵기더라 뭐…
물론 내 새끼가 돈많고 머리좋을 거라는 확신은 전혀 없지만…
딸 낳는 것보다는 가능성이 있잖어…
아기의 미래에 어느 정도 가능성이 열려있는게 조와 난…
다행히… 아덜을 낳았다…
애가 너무 커서… (5키로라나…) 아내 어디가 찢어질뻔
했다는…
음… 거기 찢어지면 밤이 무서워질 뻔 했군…
아니, 기왕에 찢어졌음 이쁜이수술로 카바를…?
잡설이고.
오늘 봉대리와 오과장을 데리고 병원에 애기 보러 왔더니…
두 사람 다 우리 애기의 미모에 입을 다물지 못하더군…
나를 쏙 빼닮은 것이… 물론 딸내미였음 상당히 미래가 걱정되지만…
아덜내미니까… 다들 그러잖아… 장군감이야!!!
개구리장군 만세!!!

SIDH’s Comment :
사촌동생이 아기를 낳았을 때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막 낳은 아기를 봤는데 (정확히는 그날 아침에 낳은)
TV나 뭐 이런데서 본 신생아들은 쭈글쭈글하니 별로 안이쁘더만
그래도 건너건너 핏줄이라고 다른 아기들보다 훨씬 이뻐보이더라.
그녀석 클수록 아빠를 쏙쏙 빼닮아가고 있던데
괜찮다. 아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