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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시절] 3학년 – 다시 신입생을 맞으며

1997년 12월 20일

3학년에 올라가지는 않고 겨울방학 도중 군대 갈라고 휴학계를 냈다. 그런데 학생회도 그만뒀고 학생도 아닌 주제에 후배들이 같이 가달라고 예의상 한 말에 홀딱 넘어가 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따라가고 말았다.
이번엔 지난 번의 망신을 기필코 만회하리라 다짐하고 일찌감치 튀는 짓도 하지 않았고, (그럴 짬밥도 아니었지만) 이제 2학년이 되는 후배놈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신입생들을 대해야 일찍 사고를 당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사전 교육도 철저하게 시켜놓았다. 드디어 술판이 벌어지고, 나는 건축과 숙소의 벽에 붙어있던 학생 명단 옆에 현황판을 만들어 따로 붙여놓았다. 그 현황판은 술에 취한 정도에 따라 ‘D'(die – 술을 거절하고 나가떨어진 상태) ‘O'(overeat – 토한 상태) ‘G'(groggy –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떡이 된 상태)의 3단계를 표시하는 것이었는데, 술을 먹기 시작한 10분만에 김 모 후배가 ‘DOG’를 한꺼번에 붙이면서 개가 되었고, 신입생 전원이 그날 적어도 ‘D’까지, 30% 정도가 ‘DOG’를 달고 개같은 꼴이 되었다. 술은 안먹고 현황판만 챙기며 2학년 애들을 진두지휘했던 나는 새벽 3시까지 말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