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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5일 농구장에서

2009년 7월 9일

농구동호회 활동을 시작한 지도 어느새 3년반이 넘었는데
그냥 매주 모여서 연습게임 뛰고… 친선게임 뛰고…
뭐 이러자고 모인 사람들이라
누가 누구 코치해주고 폼 봐주고 이런 거 전혀 없다보니
경기 많이 뛰어서 체력은 확실히 늘어난 거 같은데,
기량에 대한 발전 부분은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좀 물음표.
(원래 뭘 해도 폼이 좋은 인간은 아닌데다…)

그런데 지난 달부터
우리가 쓰던 체육관을 비용 + 인력 문제 등으로 인해서
다른 동호회와 공동대관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매주 대외전(친선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시합을 캠코더로 꼬박꼬박 찍어서 자기네 카페에 올리고 있는 모양.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지적도 하고 조언도 하고 그러는 게 아닐까.
아무튼! 그렇다면 상대팀에서 뛰고있는 나도 찍혔을 거고
나도 내가 뛰는 모습을 보면서 적어도 내 스스로 뭐가 문제인지 진단은 해볼 수 있지 않겠나 이거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껏 내가 농구하는 모습을 내가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음)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얘네들은 희안하게 내가 안뛴 쿼터만 편집해서 올리더라는-_-;;
(하루에 8쿼터 정도를 뛰는데, 1~2쿼터 정도만 동영상으로 올림)

하지만 드디어!
지난 주 일요일 경기에!
내가 뛰고있는데 캠코더로 찍더라는!
게다가 그 쿼터에서 내가 골도 넣었는데!
그 동영상이 드디어 오늘 카페에 올라왔고!

무슨색 유니폼 입은 몇번인지 절대 말할 수 없음.
마누라는 말 안해도 금방 알아보더라마는…

하여튼 본 소감.

아니 뛰는 게 왜 저래?
왜 리바운드 참여 안하고 구경만 하지?
슛은 왜 저렇게 쏴?
저 어색하고 이상한 몸짓은 뭐야?
등등.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

게다가 결정적으로
내가 골 넣는 장면이 안찍혔다는 사실.
(겁나 기대했는데… ㅠㅠ)

그래도 어쨌거나, 마음에 들건 말건 눈으로 보니까 확실히 공부는 되네.

공격시 페인트존에서 한발짝 안으로 들어가고 1초만 더 버텨야겠고
(누가 밀어내는 것도 아닌데 페인트존 들어갔다가 튀어나오기 바쁘더군)
주위 사람들이 계속 뭔가 슛이 빠르다, 급하다 그러는데
나도 사실 이유를 아는데
정작 슛동작 들어가서는 자꾸 까먹는 거.
“이마에서 쏘자”
이거 꼭 고쳐야겠고 (이건 생각으로 고쳐지는게 아니고 연습해서 고쳐야되는데…)
자세 좀 낮추고
리바운드 상황에서 멍 때리지 말자.
내가 멍 때리니까 (특히 공격리바운드) 아무도 없잖아.

수비는 어째 요즘 사람들이 칭찬을 좀 하더니 내가 보기에도 나쁘진 않은 거 같아서 그나마 다행.
다음 주는 우리 팀끼리 하는 연습경기라 친선경기보다 오래 뛸 수 있으니, 오늘 생각한 것을 중점적으로 다시 짚어봐야겠음.

가끔 이렇게 동영상 보면서 혼자 공부하면 조금씩 나아지겠다 싶어서 갑자기 기분 좋아진
시대가 썼습니다.

근데 낼모레 마흔인데 나아져봐야 뭐하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