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엘프먼

2002년 1월 4일

팀 버튼이라는, 조금 비상식적인(몰상식한?) 감독이 있다면, 그와 콤비를 이뤄서 영화음악을 만들어내는 작곡가도 역시 그만큼 비상식(몰상식?)해야할까? 대니 엘프먼이라는 작곡가를 보면 그 말도 일리가 있게 느껴진다. 엘프먼의 음악은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만들어놓고, 그 뒤에서 키득거리는 듯한 묘한 감성을 자랑하는데, 팀 버튼이 화면으로 저지르는 짓을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이랄까, 그런 모습이 썩 어울린다.
대니 엘프먼은 영화음악가이면서 동시에 록뮤지션이기도 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는데, 영화 의 음악을 맡으며 영화음악계에 데뷔한 후 그룹 Oingo Boingo를 결성해 별도의 음악활동을 했었던 것이다. (이 그룹은 1995년 해산됐다) “오잉고 보잉고”의 음악은 대니 엘프먼의 평소 스코어음반과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 있지만, 한가지 통하는 것은 “독특하다”는 점일 것이다.
그가 처음 “메이저급” 영화음악을 맡은 것이 팀 버튼의 <피위의 대모험>이었고, 그뒤 팀 버튼의 음악을 꾸준히 맡아주고 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음악은 <가위손>과 <크리스마스의 악몽>인데, (공교롭게도 모두 눈(雪)과 관련이 많은 것들이다) <가위손> 스코어에서 형상화되는 에드워드의 모습은 영화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들어도 상상이 될 정도로 정교하다는 느낌을 준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저 인간이 록그룹의 일원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편의 뮤지컬 다운 감성을 일궈내고…
SF물이나 코미디류에서 그의 독특함이 빛을 발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굿윌헌팅>이나 <패밀리맨> 같은 최근작에서도 그의 실력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의 음악적 세계를 좀더 폭넓게 맛보고 싶은데, 혹시 또 그룹을 결성할 계획은 없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