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여행기] SIDH의 동경여행 / 신주쿠~시부야

2005년 6월 13일

2005년 5월 28일 AM 10:03 신주쿠행 JR선 탑승.

이케부쿠로에서 신주쿠까지는 네 정거장 정도밖에 안됨.
오늘(28일) 일정은 신주쿠 ~ 하라주쿠 ~ 시부야만 죽어라 돌아다닐 예정이었으므로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동경여행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

AM 10:09 신주쿠역 도착.

일단 가부키쵸 쪽으로 가서 유흥가 구경도 하고 (유흥가 구경하기엔 좀… 벌건 대낮이긴 했지만)
제타건담이 개봉중인 신주쿠 조이시네마의 무대인사 행렬도 구경하고
그 다음 신주쿠역 서쪽으로 넘어가서 신주쿠의 대형빌딩들을 구경하는 것이 일단 신주쿠 일정의 전부.
한시간밖에 못잤어도 별로 졸리진 않는데
신발이 조금 작은건지 큰건지 하여튼 발바닥이 조금 아프기 시작.
많이 걸을 건데 발바닥이 푹신한 신발을 신고 올 걸 그랬나…

뭐 하여튼 여분의 신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이 신발로 오늘 하루(내일까지 이틀이로군) 지내야 되니까
아픈 것 따위는 신경끄고 가부키쵸 쪽으로 향했음.
이제 슬슬 아침 지나고 낮으로 향하는 시간이 되다보니
햇볕도 뜨거워지고 사람도 늘어가고…
그래도 여기저기 씩씩하게 돌아다녔음.

사소한 문제라면 동쪽출구로 나왔어야 하는데 엉뚱하게 남쪽출구로 나왔다는 정도.
(사소하지 않은 것인가…)
그 바람에 동쪽출구에서 바로 마이시티 – 스튜디오 알타 – 가부키 일번가로 통하는 간단명료한 길을 놓치고
엉뚱한 쪽으로 비잉~ 돌아서 (덕분에 기노쿠니야 서점도 구경했지만) 가부키쵸 쪽으로 가야했음.



신주쿠역 남쪽출구


기노쿠니야 서점
일본에서 가장 큰 서점이라나? (안가봤다는 이야기다) 신주쿠역에서 꽤 번화한 거리에 자리잡고 있더라. 저기는 동쪽출구 쪽에 있는 서점이고 남쪽출구 쪽에도 기노쿠니야 서점이 또 있단다.



스튜디오 알타
동경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라던가… 나는 왠 건물 앞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나 싶어서 둘레둘레 해봤더니 “스튜디오 알타”라고 간판 붙어있더라. (알고 찾아간 게 아니란 말이지) 아마 저 커다란 멀티비전 때문에 약속장소로 많이 쓰인다는 것 같던데… 원래 건물은 의류상가라던가.

스튜디오 알타를 끼고 돌아서 가부키쵸 일번가로 들어가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이상야릇한 술집/여관/기타 등등을 구경하다가
(골목골목을 누비고 들어가는데… 야… 인상 드러운 인간들이 어찌나 많은지…
일본까지 와서 야쿠자 칼침 맞을까봐 엄청 쫄아서 다녔음)
마침내 지쳐서 주저앉은 곳이 오오쿠보병원 앞이었던가.
잠시 주저앉아서 생수로 목을 축이고 (동경 도착해서 그때까지 물 한모금 안마신 거였더랬다)
마지막으로 신주쿠 코마극장과 조이시네마만 돌아보고 서쪽의 고층빌딩가로 넘어가기로 결정.


가부키쵸 일번가


신주쿠 코마극장


신주쿠역 동쪽출구앞 도로


마이시티 (신주쿠역 동쪽출구)

신주쿠역 동쪽 출구로 재진입해 서쪽으로 가려다가
아무래도 여기서, 이쯤에서 식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아까 봐뒀던 남쪽출구의 서서먹는 식당(우동집)으로 향함.
문 밖에 메뉴 샘플이 전시되어있고 가격표도 붙어있고
역시 문앞에 설치된 자판기에 동전이나 지폐를 넣고 식권을 뽑아 보여주면
음식이 나오는대로 바로 서서 먹고 나가면 된다는 사실을
약 5분간의 탐문 끝에 알아냄.

메뉴는 뭐 좀 푸짐해보이는 소바 메뉴를 하나 골라서 식권을 뽑은 뒤
주방 앞으로 가 식권을 보여줬더니 젊은 요리사가 이상하게 쳐다봄.
같이 이상하게 쳐다봐줬음.
계속 이상하게 쳐다보던 요리사가 물어봄.
“소바?”
당연한 걸 뭘 물어.
…라고 생각했더니 그게 아닌거라.
여기는 똑같은 메뉴로 우동(굵은 밀가루면발)과 소바(가는 메밀가루면발)를 선택하는 시스템으로
식권 제출시 우동인지 소바인지 요리사에게 말해주세요… 라는 안내문이 가게 곳곳에 붙어있었음.
나는 샘플이 소바로 되어있길래 당연히 소바인줄 알았던 거고
원래는 샘플이 소바건 우동이건 자기가 시키기 나름이란 거고…
하여튼 그 휘황찬란한 안내문을 손님 중에서 나만 못보고 묵묵히 식권만 내밀었으니 이상하게 쳐다볼밖에.
찍소리 안하고 후루룩 먹어버리고 가게를 나옴.
(따땃한 국물에 소바를 말아먹으니 이게 맛있는건지 어쩐건지…
차라리 우동이라고 할 것을 그랬나…
그래도 댑따 큰 오뎅<-요게 목적이었음…- 먹어서 나름 행복.)
그렇게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한 시각이 대략 오전 11시 30분경.


타임스퀘어, NTT 도고모 빌딩
신주쿠역 남쪽출구에서 서쪽출구로 가다가 눈에 띄어서 찍은 건물. 타임스퀘어는 신주쿠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고 NTT 도고모 빌딩은 일본의 통신회사인 NTT 도고모의 사옥인갑다…라고 추측 중.

드디어 서쪽 출구로 나와서 고층빌딩가를 향해 출발.
여기는 워낙 큰 빌딩들이 많아서 안내표지판도 잘 되어있는 편이었음.



동경도청사
우리 식으로 말하면 서울시청 정도… 도청사가 저렇게 높은 건물일 필요가 있나 모르겠지만, 하여튼 높다. (243m란다) 무료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한번 올라가보고 싶었는데 어디로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를 몰라서 (자칫 잘못 했다가 민원인 취급이라도 받으면 어쩌나 싶어서) 포기.


신주쿠 워싱턴 호텔
뭐 그다지 유명한 건물이라거나 그래서 찍은 건 아니고… 가운데 보시면 가로등 기둥 위에 올라앉은 새가 한 마리 있는데 까마귀임. 동경 시내에서도 까마귀가 어찌나 많은지 (심심하면 까악~ 까악~) 감탄하던 차에 가로등 기둥 위에 올라앉은 모습이 괜찮아 보여 건물 배경으로 하나 찍었음. 크기가 거의 독수리 수준이더만.


신주쿠 고층빌딩들
왼쪽부터 신주쿠 스미토모빌딩, 신주쿠 미쓰이빌딩, 게이오 플라자 호텔… 로 추정됨. (일일이 찾아가서 확인해보지는 못하고 그냥 지도만 보고 추정하고 있음)


동경 도의회
앞의 동경도청사 건물을 둥그렇게, 마치 양팔로 감싸안듯이 차지하고 앉은 건물. 조감도처럼 위에서 내리찍었으면 더 멋있게 나왔을텐데… 그럴 수가 없었으니.


신주쿠 어떤 사거리의 신호등
보통 사거리에 신호등을 설치한다 그러면, ㄱ자 모양의 기둥을 세워서 신호등을 달아매기 마련일텐데, 여기는 기둥에 둥그런 원형틀을 박아서 거기에 신호등을 설치하는 창의성+엽기성을 보여줌. 내가 운전자라면 어느 신호등을 봐야할지 헷갈릴 것 같기도 하겠던데.


신주쿠 고층빌딩가에 주차된 자전거들
동경 시내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마주치는데, 일본은 자전거를 차로 보지 않는지 자전거가 거의 인도로 다님. 하여튼 그 번화한 고층빌딩가에 이렇게 줄지어 주차된 자전거들이 신기해서 한방 박았음.

신주쿠 고층빌딩가를 하염없이 헤어나왔더니 뒷골도 땡기고 (하도 올려다봐서…)
다리도 풀리고 해서 잠시 쉬면서 이제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사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갈 곳은 뻔함… 다음 예정지가 시부야였음)
시부야행 JR선을 탄 시각이 오후 1시 3분.

PM 01:09 시부야 도착.


시부야역 하치코출구에서 바라본 오거리

토요일 낮 1시를 넘어서인지 시부야가 원래 그런 곳인지
무척 활발함.
신주쿠도 번화하지만 그곳은 고층빌딩과 유흥가로 나뉜 느낌이 너무 강해서
서울로 따지면 역시 고층빌딩과 피맛골 같은 유흥가가 혼재되어있는 종로랑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시부야는 패션의 거리, 젊음의 거리라는 느낌이 강해서… 명동이나 신촌(명동쪽에 좀 가까운) 같은 그런 느낌이었음.

오늘 일정은 시부야에서 한시간 정도 간단한 눈요기만 하고
3시에 숙소에 도착해서 배낭이라도 좀 내려놓고 쉬다가
저녁에 하라주쿠로 가서 하라주쿠, 요요기공원 등을 구경하면서 내려와
시부야로 되돌아와서 시부야 밤거리 구경 좀 하다가
시부야에 있는 시네팔레스 극장에서 제타건담을 관람하는 것으로 쫑지을 생각이었으므로
(멀리 혼자 여행와서 밤에 혼자 할 짓도 없는데, 영화 관람이면 건전한 거지)
일단은 시네팔레스를 찾아서 영화티켓을 사야했음.

세이부백화점(꽤 유명한 백화점인지 곳곳에 있더만)을 찾아서 백화점을 끼고 좌로 들어오니
생각보다 쉽게 시네팔레스 극장을 찾을 수 있었음.
이 극장에서 제타건담은 오로지 밤 9시 심야상영 한 번만 하므로
매표구에 가서 “제타간담” 한 마디만 하면 몇시 상영분이냐 어쩌구 저쩌구 하는 실갱이 필요없이
바로 티켓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치밀한 계산아래 이 극장을 택한 것임.
(나중에 알고보니, 1시에 일찌감치 갔기에 망정이지
매진되어서 영화도 못볼 뻔 했음)

극장 입구로 갔는데 매표구 같은 건 안보이고 그냥 엘리베이터만 하나 달랑.
나처럼 배낭을 멘 남자 한 명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갔더니
문이 열리자마자 극장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엘리베이터 앞에 떡 나타나
(아… 이 동네 엘리베이터는 왜 이렇게 문 앞에 버티고 서있는 사람들이 많은 거냐)
일본말로 뭐라고 뭐라고 막 떠들어대는데
솔직히 말은 한마디도 못알아듣고
눈치로 손짓하는 걸로 대충 끼워맞춰보니
아마 우리 극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티켓 판매는 저쪽, 입장 대기는 저쪽 뭐 그런 상투적인 인사 같았음.
나보다 먼저 엘리베이터를 내린 남자는 극장에 붙여놓은 포스터를 보고 제타건담이 밤 9시 상영인 것을 그때야 알았는지
도로 그 직원한테 가서 “밤에만 하는 거냐” 어쩌구 물어보더니 도로 엘리베이터 타고 가버림.
나는 알았으니 당당하게 매표구로 향함.
매표구가 구멍은커녕 유리창도 없고 그냥 여직원하고 편하게 얼굴 맞대고 말할 수 있게 되어있네.


시네팔레스 극장 로비(극장 홈페이지에서)

여직원이 뭐라고 말하는데 그냥 “뭘 살거냐”는 질문이려니 지레짐작하고
“제타간담”이라고 말해줬음.
못알아들음. -_-;;;;;;;;;;
티켓을 구입함에 있어서 오만가지 경우를 상상해왔지만
아무리 “제타간담”을 못알아들을 거라고는 상상해보지 못했음.
더듬더듬 두어번 더 말해줬더니 “아, 제타간담”하고 알아들음.
도대체, 똑같은 발음인데, 왜 못알아들었단 말인가.

뭐 그다음은 일사천리.
뭐라고뭐라고 또 말하는데 “9시” 알아들음. (아하, 9시 표밖에 없으니 그걸 사시겠냐는 말이겠군)
고개를 끄덕하며 “하이” 해줬더니 표를 끊어주며 “1300엔입니다”라고 함. (하하, 요걸 못알아들을리는 없지)
지폐 2000엔을 내밀자 “2000엔 받았습니다” “700엔 거슬러드립니다”라고 친절하게 응대. (하여튼 일본의 기계적인 친절함이란)
티켓을 내주며 이번엔 알아듣기 힘들게 길게 말하는데
이것 역시 사전에 이 극장(일본의 대부분의 극장도 마찬가지)의 입장시스템에 대해서 조사했기 때문에
대충 영화 시작 15분 전에 로비로 오라는 뜻임을 눈치와 통밥으로 알아들음.
(“15분”, “로비” 알아들었음)
영화티켓을 주머니에 넣고 도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극장을 나섬.

참고로 일본의 영화관람료는 일반인 보통 1,800엔.
(요즘 환율이 떨어졌지만 X10이 대세이니 18,000원이라고 보면 거의 맞음)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비싸지만 예매권(전매권이라고 함)을 사면 1,300엔 정도에 표를 살 수 있고
매주 수요일은 레이디데이,라고 해서
여성관객들은 무조건 1,300엔으로 입장료 통일.
(아마 일본은 여자들이 영화를 잘 안보는 모양… 우리나라는 여자들이 영화산업 다 먹여살릴텐데)
그리고 심야상영(보통 8시30분 이후 상영분)은 1,300엔으로 할인해주는게 보통.
(우리나라는 심야상영을 오히려 더 받지 않나?)
아무튼 나는 밤에 시간도 때우고, 싼 값에 영화도 보고, 일석이조라고 생각했음. (아전인수?)

극장을 나와 시계를 보니 시간이 예상 외로 많이 남아서
(숙소까지 가는데 30분도 안 걸릴 것 같은데, 숙소는 3시부터 체크인 가능, 현재 시간은 오후 1시반이었다)
본격적인 구경을 어차피 이따 저녁에 할 것이므로
설렁설렁 요요기공원쪽(하라주쿠방향)으로 걸어올라갔다가나 와보자 생각하고 걸음을 옮김.
그런데 신주쿠건 시부야건 돌아다니면서 새삼 느낀 건데
일본에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무진장 많음.
뭐 번화한 곳이라 많은 거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시부야 거리를 오르락내리락 일직선으로 다니면서 본 맥도날드만 두군데.
(밤에 와서 다시 구석구석 다녀보니 두군데가 더 있더라)
스타벅스는 뭐 좀 과장해서 모퉁이마다 하나씩 있지 않나 싶을 정도.
왜 그럴까? 쓸데없는 고민에 잠시.


시부야역 하치코출구(목적은 왼쪽의 여성들!)

한참 터덜터덜 가다보니 NHK 스튜디오가 멀리 보이고
공원처럼 보이는 곳과 재밌게 생긴 시계탑, 난데없는 물레방아가 있길래
어딘가, 하고 다가가봤더니 시부야공회당이라고 함.
그런데 공회당 앞에 왠 날라리 여학생들이 (20대 이상으로는 절대 안보임…) 우르르 모여있는데
글쎄 뭔가 하려고 모이는 건지 이게 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지…
잠시 지켜봤더니 계속 비스무레한 (정확하게 묘사하자면, 산발한 금발염색머리에 탱크탑류의 상의에 짧은 치마 따위) 여자애들이 모여드는게
아무래도 모여서 뭘 하려는 건지, 아니면 공회당에서 무슨 공연이 있어서 모이는 건지.
궁금해서 계속 지켜보려 했더니 (절대 초미니 짧은치마에 혹해서가 아님)
근처에 있던 왠 근육질의 역시 날라리 남학생 둘이 자꾸 나를 신경쓰는 것 같아서
얼른 꼬리 내리고 시부야역 회군.
근데 왜 그 남학생들은 나를 뒤따라 오는 건지…-_-;;;;
(뭐, 내가 천천히 걸어가니 금방 앞질러 가버리긴 했지만)

PM 02:32 에비스행 JR 탑승.

자, 이젠 숙소로 가자.
원래는 에비스 이쪽도 제법 볼 거리가 많다고 하지만
나한테는 숙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로 갈아타는 역에 불과할 뿐.
드디어 JR이 아닌, 동경 지하철을 타보는구나.

시부야에서 에비스까지는 달랑 한 정거장.-_-;;;
에비스역에서 내려 가미야초로 가는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이걸 어디서 타야하는지 몰라서 또 한참을 낑낑댐.
(녹색으로 된 JR 야마노테선 표시만 보고 다닐 때가 좋았지…)

여기저기 다녀보다가 겨우 히비야선이라는 것을 타면 된다는 것을 알아냄.
동경지하철 더럽게 복잡함. 절대 내가 눈치가 없어서가 아님.
그나저나 앞서서 동경지하철은 도영선과 민간선이 따로 되어있다고 했었는데
다시 알아보니 동경메트로라는 이름으로 최근에 통합되었다고 함.-_-;;
뭐, 나한테 달라질 건 없음.


동경 지하철 티켓자판기(인터넷에서 펌)

자아, 그럼 지하철 티켓 자판기를 이용해볼까.
일본 자판기는 무조건 돈부터 먼저 넣는 시스템.
(우리나라도 보통 그렇지만, 서울 지하철 자판기는 구간부터 선택함…)
동전을 넣자 내가 살 수 있는 구간에 불이 들어오고
세 정거장밖에 안되니까 기본구간표를 눌러서 표를 삼.
혹시 내가 산 표보다 더 멀리 가버리면 개찰구 밖에 있는 정산소에서 요금을 더 내기만 하면 됨.
(이용해본 적은 없음)

JR을 탔을 때는 LCD로 광고도 나오고 제법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더니
더 신식일 줄 알았던 동경메트로는 그냥 노선도 박아놓고
LED로 다음 정차할 역과 진행방향(화살표)을 표시해주는 수준.
역시 국영기업이 더 돈이 많은 것…?

가미야초역 도착.
(중간에 록뽄기역을 지나왔는데 이번 여행일정에서 긴자/록뽄기는 해당없음. 다음에 오지 뭐)
4B출구로 나오면 숙소인 토라노몬 파스토랄 호텔까지 도보로 2분이면 된다더니
길을 잘못 들었나 10분을 헤매도 호텔 비슷한 것도 안보임.
…길을 잘못 들었음. 한 블록 더 가서 꺾었어야 했는데.

이유는 순전히 건널목 앞에 의자 놓고 앉아있던 이상한 안내원 때문.
왠 멀끔하게 생긴 남자가 귀에 이어폰 하나 꽂고
건널목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토라노몬 어쩌구는 이쪽으로 가라는 팻말을 들고 앉아있길래
당연히 그 팻말이 내가 갈 숙소를 가리키는 걸로 착각했던 것임.
10분을 넘게 헤매는 동안 그 남자 계속 거기에 아무 말도 없이 앉아있더라.


토라노몬 파스토랄 호텔 (숙소)

다시 제대로 길을 찾아 호텔을 찾아 들어간 시간이 오후 3시 15분.
생각보다 큰 호텔의 모습에 잠시 당황.
(아~ 씨 여기다 쓸데없는 돈 좀 꼴아박았겠구만…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음)
인천공항에서 여행안내해주던 사람이
이미 예약은 다 되어있으니 여권만 보여주면 된다고 했기 때문에
별로 망설임없이 프런트데스크로 뚜벅뚜벅 걸어감.

생글생글 웃는 여직원이 다가오길래 아무 말 않고 여권만 보여줬음.
그러자 여직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룸키와 내 영문이름이 적힌 봉투를 가져옴.
봉투에서 간단한 호텔이용 안내문과 내일 아침식사용 쿠폰을 보여줌.
(식사 쿠폰을 가리키며 뭐라고 말을 하는데 식사쿠폰인줄 이미 알았기 때문에 그냥 알아들은 척 했음)
다시 식사쿠폰을 읽어보니 7시부터 9시30분까지 식사가 가능한데 9시10분 이후에는 입장이 안된다고 써놨음.
늦잠 자면 밥굶는다는 얘기. 일찍 일어나야 겠음.


숙소 내 방 (아침에 일어나서 찍은 사진)

1274호로 올라가서 방문을 열었더니
쓸데없이 큰 TV 한 대와 침대, 침대 위에는 유카타.
왠만한 일본 숙박업소에서는 다 유카타를 주기 때문에 따로 잠옷용 의류를 챙길 필요가 없다고 해서 입은 옷만 달랑 가져왔는데 다행.
그리고 탁자에는 시원한 물이 들어있는 보온병이 있길래 일단 갈증도 풀고.
신발을 벗었더니 발냄새가 환상적으로 나서 발도 씻고.
알아듣거나 말거나 TV를 틀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니
어, 왠 장동건?
장동건이 TV에 나와서 참이슬(소주) 선전을 하고 있었음.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술” 어쩌구 하면서 참이슬을 마시는데
그걸 왜 유리잔에 언더락을 해서 마시나? -_-;

그리고 침대 위에 동경지도(출국 전에 여행사에서 받은 것)를 활짝 펴놓고 오늘 오후와 내일 여행에 대해서 심사숙고하기 시작함.
그러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으니… 그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