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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IDH의 신혼여행 첫째날 / 출발에서 파리까지

2008년 12월 26일

2008년 10월 26일 일요일.

명색이 “신혼여행기”인 관계로 달랑 출발~ 이러기는 좀 뭣해서
결혼식 관련 이야기를 서두에 좀 하고.
(늘 좀 한다고 하지만 조금만 한 적이 없긴 하다



구구절절 늘어놓기는 뭣하고 요약본만 얘기하면
남들은 결혼식 닥치면 손님 인사하랴 이거 하랴 저거 하랴 정신없다는데
늙은나이-_-에 결혼을 해서 그런지 오는 손님 다 보이고
심지어는 하객석에 앉아서 손흔드는 친구들까지 다 보이고
친구들은 누가 왔는지 순서대로 기억날 판이고
긴장은 살짝 하긴 했겠지만 떨려서 뭐 실수하고 한 것도 없고
(신랑신부 퇴장할 때 신부 면사포가 바닥에 걸리는 해프닝은 살짝 있었음)
그럭저럭 평범하다면 평범한 결혼식이었음.


친구들하고 찍은 결혼사진.


동호회 친구녀석이 축가에 사진에 웨딩카에 영 고생을 해준 덕분에
결혼식 끝나고 (폐백까지 다 마치고) 친구녀석 차에 타고 향한 곳이 서울시청 앞 프라자호텔.
거기서 웨딩카 몰아준 친구 부부와 다른 친구 부부, 꼽사리 껴들어온 동호회 후배까지
일곱이 커피숍에 앉아서 따순 차 한 잔 쌔려주고
친구들이 떠난 후 호텔방에 짐 풀어놓고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시청 앞 광장에서 오페라 <카르멘> 한다고 그래서 조금 구경하다가 추워서 방에 들어왔음.
신혼부부용으로 꾸며놓은 방이라 분위기 좀 잡다가 취침.


호텔방.


호텔에서 마련해준 케이크/와인

다시 2008년 10월 26일.
비행기 시간에 맞춰야 되는 관계로 어기적어기적거리지도 못하고
대충 서둘러서 씻고 아침밥 먹으러 밖으로.
(호텔 아침밥은 비싸!!)
근데 하룻사이에 날씨가 어찌나 추워졌는지
10월말 날씨가 아니라 거의 12월초 날씨였음.
벌벌벌 떨면서 아침 먹을 곳을 찾아다니다가
죽파는 집이 있길래 그래 아침엔 죽도 괜찮지 하며 들어갔음.
들어갔는데 있는 손님 오는 손님이 순 일본사람들.
사람들이 여행안내책자 같은 걸 들여다보면서 오는 걸로 봐선 (일본에서) 꽤 유명한 죽집인듯.
별로 특별하게 맛있지는 않던데?

암튼 죽집을 나와서 다시 호텔방으로.
이빨 닦고 마저 짐 챙기고 호텔 체크아웃하고
호텔 앞에서 공항가는 리무진버스 탑승.
호텔에서 출발할 때는 우리만 타고 있었는데 두어 군데 호텔 더 들르면서 손님 꽉 채움.

오후 1시 45분 출발이라 12시까지 도착하면 여유 작작이려오~ 하고 출발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환전하고 티켓팅하고 화장실 다녀오고 어쩌구 저쩌구 하니 은근 바쁨.
딱히 쉴 틈도 없이 (쉰다=면세점쇼핑) 부랴부랴 탑승구 있는 곳으로 가서
커피 한 잔씩만 딱 마시고 바로 비행기 탑승.
공항에 늦게 와서 좋은 자리가 없다고 하더니 창가 말고 가운데 네 자리의 가운데 두 자리.
(신랑신부가 양옆에 모르는 아저씨를 한 명씩 끼고 앉은 셈)

에어프랑스편을 예약했는데 이게 대한항공하고 제휴 비슷한 걸로 연결된 거라서
사실상 대한항공편.
기체도 대한항공이고 승무원도 대한항공이고 서비스도 대한항공.
티켓만 에어프랑스.
누가 보면 잘못 탄 줄 알겠네.
어쨌든 여기는 이코노미석도 개인용모니터가 따로 있는 시스템이라
가는 도중에 영화 보고 뭐 보고 하느라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았음.


대한항공 기내 개인모니터.

출발은 현지 시각으로 오후 1시 45분.
도착예정시간은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 55분.
실제 비행시간은 거의 13시간 정도.
기내식 두 번 받아먹고 간식은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음료수는 주는대로 받아먹으면서
영화는 (내가 골라서 보는 거니까) 쿵푸팬더랑 헐크랑 핸콕이랑 보다가
(볼만한 게 이런 거밖에 없었음. 다른 거 보면 곯아떨어질 거 같아서)
하여튼 그러다보니 어떻게 파리 샤를드골공항에 도착한다네.

예정도착시간보다 5분 늦은 오후 6시 파리 착륙.
짐 찾는 시간 오래 걸릴까봐 신부가 걱정하더니 생각보다 금방 짐 찾아서
출구로 나와서 파리북역 가는 기차를 타려고 하니 엄청 멀리 있음.
(한 30분 걸었나)
한참을 걸어나오니 사람들 북적북적한게 기차타는 곳처럼 생겼음.
파리 북역까지 가는 차표를 끊으려고 무인발매기를 찾았더니
이건 동전만 받는 구조라서 살 방법이 없음.
(신용카드를 쓰기도 뭣하고)
아 안되는 영어 써가며 표를 사야되나.
표 끊는 곳으로 가서 “빠리, 투”했더니
용케도 잘 알아듣고 파리행 기차표 두 장 주더라.
그렇게 파리 북역 가는 기차를 탄 시간이 오후 7시5분.

어쨌든 파리가 초행인 신부와 달리 나는 두번째라서
익숙한 기분도 들고, 신부가 나만 믿고 따라왔다는 책임감도 들고,
뭐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다보니 파리 북역 도착. 오후 7시35분.
5년 전에 왔을 때는 쾰른에서 기차 타고 여기로 도착했었는데
비행기 타고 와서 기차 타고 여기로 오니 이것 또한 감회가 새로움.

여기서 내일 브뤼셀로 가는 탈리스행 기차표를 끊어야했으므로
우선 무인발매기를 찾았음.
한국에서 이미 인터넷으로 예약은 해놓았는데
무인발매기에서 표를 끊으려면 결재한 신용카드를 가져가서 인식시켜야한다고 함.
근데 유럽에서는 IC칩이 삽입된 신용카드만 사용하는데
국내 IC칩 카드들이 인식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나 어쨌다나.
게다가 IC칩에 PIN번호(비밀번호)를 넣어야되는데 그걸 은행에 가서 따로 입력해야된다나 어쨌다나
뭐 인터넷을 뒤져보니 안된다는 말이 워낙 많아서
이거 안되면 그냥 창구가서 안되는 손짓발짓으로라도 어떻게 사야되나…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음.

무인발매기는 쉽게 찾았고
거기서 예매한 내역 조회하고 신용카드 넣으래서 넣었더니 PIN번호 넣으라길래
그냥 카드비밀번호 네자리 넣었더니 다행히 인식 성공.
브뤼셀 티켓 4장(2인*왕복)을 출력해서 손에 쥐고 있으니 뭔사 세상이 다 내 맘대로 풀려가는 듯한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이제 호텔로 가는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지하철 타는 곳 찾는데 또 한참.
(옛날에 어떻게 찾아다녔더라?)
표 끊으려니 또 말 안통해서 끙끙.
괜히 비짓패스 이런거 끊지 말고 그냥 10장할인권(까르네)을 사서 그때그때 한 장씩 쓰는게 싸다길래
역시 매표원에게 짧게 “까르네” 그랬더니
“까흐네?”하더니 알아서 표 10장 잘 주더라.
그후에 가만히 관찰해보니
불어에서는 우리가 흔히 “ㄹ” 발음을 할 때 “ㅎ”에 가깝게 발음하더라고.
“고맙습니다”도 “메르시”보다는 “메흐시”에 가깝게.
뭐 불어 제대로 배운 분들은 다른 말씀을 하실지 모르지만 내가 일주일동안 겪은 생활불어(?)는 그랬음.
어쨌거나 그렇게 파리북역을 출발한 시간이 오후 8시 15분.
이미 파리는 한밤중이고.

원래는 호텔에 체크인만 해두고 에펠탑 야경이라도 보러가자고 할 생각이었는데
신부가 이미 잔뜩 지쳐떨어진 관계로 그냥 푹~ 자기로 함.
싸지만 깨끗한 4성급 호텔을 고른다고 파리 외곽에 있는 에버그린이라는 호텔을 잡았는데
한밤중에 갔더니 이놈의 호텔이 어딨는지 몰라서 한참 헤맸음.
겨우 찾아서 체크인한 시간이 밤 9시.
호텔 근처에서 저녁을 좀 먹고 잘 계획이었는데
가뜩이나 주변에 식당도 변변하게 없는데 그나마 늦어서 문닫은 곳 투성이고
그냥 가까운 슈퍼마켓에 가서 빵하고 생수나 사오려고 밖으로 나옴.


이번엔 파리 호텔방.


호텔에서 슈퍼가는 길에 한 장.

슈퍼에서 왠 잘생긴 젊은이한테 빵하고 생수하고 우유하고 사서
호텔방에서 조금 먹으면서 TV 켜보니 왠 못알아들을 소리나 해쌌고
그래도 욕조가 있는 방이라 신부랑 나랑 차례차례 욕조에 물받아서 목욕 한차례씩 하고
내일부터 강행군이다~ 하며 잠자리에 들었음.

이날밤에 그냥 푹 쉬었어야 하는데.

둘째날은 브뤼셀.
일정을 이렇게 잡은 것부터가 실수였단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