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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IDH의 오사카-교토여행 / 오사카돔~오사카항

2006년 7월 9일

2006년 3월 18일 13:40 오사카돔 도착.


비내리는 오사카돔

깜빡 잊고 앞서 이야기를 빼먹었는데,
우메다 스카이 빌딩을 떠나려는 시점부터 오사카에 비가 슬슬 뿌리기 시작했음.
원래 이번 주말에 비온다는 예보를 듣고 일본에 온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비상용 우산 지참.

참고로 본인은 “맞을만큼 내리는 비”를 무척 좋아하는 칙칙한 성품의 소유자로
우메다 스카이 빌딩에서는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아 그냥 맞으면서 왔는데
텐노지역을 출발할 때쯤에는 제법 비가 많이 오더니
오사카돔 앞에서는 본격적으로 비를 뿌려대길래
마침내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들었음.

비 맞으면서 해외여행을 한다는 사실이 왜 그리 뿌듯하던지 원.
칙칙하지 않은 성품을 가진 사람은 모르는 이 즐거움.

어쨌거나 작년 동경에서는 도쿄돔, 올해 오사카에서는 오사카돔.
원래는 고베지역까지 방문하면서 그 유명한 고시엔(갑자원) 구장에 가보는게 소원이었으나
이틀의 일정을 아무리 쪼개도 고베까지는 무리라는 생각에 고베/나라지역 포기하면서
오사카돔으로 허기(?)를 달래기로.

비가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별로 없었음.
왠 아줌마들이 바글바글 오사카돔 앞으로 몰려가길래 뭔가 싶어 쭐레쭐레 따라가봤더니
오사카돔 안에서 <비즈공예전시회>를 하고 있더만.
입장료만 내면 오사카돔 내부를 볼 수 있는 기회인데…
지금 기억으론 1800엔인가 하는 비싼 돈이라서 그만두고
오사카돔 바깥만 괜히 한 바퀴 휙 돌아봤음.


비내리는 오사카돔 입구

도쿄돔에는 가까이에 위락시설(라쿠아)도 있고, 야구박물관도 있고 해서 제법 구경거리가 있었는데
오사카돔에는 기념품점 정도밖에 없어서 일단 대충 여기 들렀다는 확인만 하고 빨리 뜨기로.
…하려다가 시간 여유가 좀 있으니 여기서 점심을 먹는게 어떨까 싶어
오사카돔 아래에 있는 타코야키 파는 집으로 향함.


오사카의 명물 타코야키
사진에서처럼, 반구체 구멍이 뚫린 철판에 계란을 섞은 밀가루 반죽을 넣어 낙지, 새우, 튀김, 파 등을 넣어 둥글게둥글게 구운 음식. 한국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먹어본 적 없고, 이번에 오사카에 오면서 “원조”를 한번 먹어보려고 벼르고 있었음. 사실, 제대로 된 원조를 먹으려면 도톤보리나 아메무라를 갔어야 했겠지만.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은 것인데 실제보다 훨 더럽게 나왔구먼)

테이크아웃 식으로 된 타코야키집인데 (테이블은 야구장 앞 벤치)
메뉴를 죽 둘러보니 타코야키 8개에 음료 붙여서 “타코야키 셋트”가 500엔.
뭐 굳이 음료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구색은 맞는 것 같아 셋트를 주문.
…하려고 했는데 혼자 가게를 지키던 아르바이트 학생 같은 기집애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음.

잠깐 기다렸더니 얘가 안에서 도로 나오면서 나를 보고 “스미마셍”이라고 함.
아는 일본어 해줘서 고맙다.
뭘 시킬 거냐고 묻는 듯 쳐다보길래 거두절미하고 “타코야키 세트”라고 간단하게 말해버렸더니
갑자기 이 여자애 눈이 둥그레지면서 얼굴에 호기심 짝짝.
그러더니 난데없는 한국말.
“한국사람?” (얘도 말 무지 짧다)

그렇지. 일본사람이라면 “세트”가 아니고 “셋또”라고 할 것이고
한국사람이 아닌 외국인이라면 “셋”이라고 보통 발음하겠지.
온 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set”을 “세트”라고 발음하는 나라는 한국뿐일테지.
(눈치 빠른 청소년이로군)
그건 그렇고,
얘는 왠 한국말?

아직도 나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마치 한국사람 첨 본다는 듯) 쳐다보는 걸로 봐서
또 엄청 짧은 한국말 실력으로 봐서 재일교포는 아닌 것 같고.
얘도 한류에 휩쓸려 (나이가 대충 그 정도로 보이긴 하더만…) 한국말 대충 들여다본 수준의 일본 청소년인갑다, 결론.
아무튼 답변을 해줘야지.
“예, 한국사람인데요.”
일부러 길게 대답했음.

야아~ 하는 표정으로 여전히 나를 쳐다보던 알바녀.
공부한 한국말이 조금 더 있는지 계속 나를 흘끔거리다가 드디어 한마디 더.
“강강오쇼쏘요?”
못알아들었다.
“네?”
“강강오쇼쏘요?”
아, 관광오셨냐고.
갑자기 제주도를 국제적인 강간의 도시로 만들겠다던 모 대통령의 사자후가 생각나더라는.
아 네. 라고 이번엔 짧게 대답했더니 바로 다음 질문 들어온다.
“오디소 오쇼쏘요?”
적응했다 이젠.
“네, 서울에서 왔어요.”
“아~ 소울~”

여기까지는 혹시 “한국 관광객을 만나면 함 써먹어봐야지!”라는 생각에 교본에 나온 걸 외운 것인지 술술 나오다가
“음료는 뭘로 하시겠어요?”
요건 일본말로 물어본다.-_-;
알아들었기에 망정이지-_-;
어쨌든 이젠 내가 말이 짧아질 차례.
“콜라.”

이젠 피차 할 이야기가 떨어져서-_- 여자애는 열심히 타코야키를 뒤집다가
스티로폼박스(김밥 담는데 쓰는…)에 타코야키를 8개 척척 담더니
가츠오부시 퍽퍽 뿌리고
마요네즈를 힘차게 집어들었다가 다시 나를 확 쳐다봄.
“마요네즈, 괜찮아요?”
요건 또 한국말.
초난강의 승리인가.

예에~ 라고 대답해주니 마요네즈 뿌리고, 케찹 뿌리고… (케찹은 왜 안물어보고!! 난 케찹을 싫어한단 말이닷!!)
바로 코 앞의 벤치에서 먹을 건데 고무줄까지 팍 채워서 비닐봉지에 담아서 내줌.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해줬더니 좋단다.
집에 가서 한국사람하고 한국말로 대화해봤다고 자랑깨나 했겠지.

생각해보니 사진이라도 한 장 같이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타코야키
아까는 만드는 사진. 먹을 땐 보통 이렇게.
(역시 인터넷-나오키의 홈페이지-에서 찾은 사진. 먹는 것 사진 좀 찍어오라는 회사 동료 여직원의 말이 새삼 와닿는구먼)

막 구운 걸 바로 먹어서 그런지 뜨끈뜨끈하기도 하고 맛도 괜찮네.
(케찹만 없었으면…)

대충 탈탈 털고 일어나서 오사카항으로 출발.
아쉽지만 가면서 일정 조정.

원래는 오늘(더 원래는 내일이지만…) 오사카항에서 코스모스퀘어까지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호텔 체크인하고 저녁먹고 저녁 일정까지 살펴보니… 무리일 것 같았음.
오사카항만 둘러보고 호텔로 가기로 결정.

오후 2시 45분 오사카항 지하철역 도착.

이쪽으로 가면 오사카항…이라는 팻말만 보고 무작정 걷기 시작함.
조금 잔잔해지던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고…흠흠.
생각보다 많이 걷지 않고 덴포잔(天保山) 도착.




덴포잔 주변 풍경


덴포잔 대관람차
일본에는 왠만한 곳만 가면 무조건 대관람차… 오사카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도 가는 곳마다 관람차를 보게 되니 한번 타보고 싶기도 하더라.
입장료가 700엔씩이나 안했으면 타봤을지도 모르고.



가이유칸 / 해유관
오사카항을 보러가는 이유의 99%는 해유관 관광이 목적. 전 세계에 서식하는 어류/바다짐승/식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수족관. 고래나 상어를 볼 수도 있다는데 확인 불가. 입장료 2000엔…이라서 안들어갔음.




산토리 뮤지엄
내가 오사카항에 간 이유. 이름은 뮤지엄(음악당)인데 갤러리, 아이맥스극장, 레스토랑까지 구비된 복합문화시설. 그 유명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작품인데… 안도의 고향이 이쪽 간사이지방이라 오사카-교토에 안도의 작품이 쉽게 말해 널려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본 건물이 이놈 하나뿐이었음. 안습.




산토리 뮤지엄 뒤의 오사카항구 풍경


관광선 산타마리아
아시다시피 ‘산타마리아’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당시 타고나간 배의 이름… 그 배를 모델로 만든 오사카항의 관광선. 한시간 단위로 출발하는데 요금은 1500엔. (나이트 코스는 더 비싸고 예약 필수라나) 참 벼라별 것을 다 관광자원으로 팔아먹는다 싶음.

오사카항에서 호텔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은데다가
비도 굵어지고 더불어 날도 점점 어둑해지는 바람에
약간의 조급증이 일어 오사카항을 부랴부랴 출발.
다음에 시간 아주 널널할 때 오면, 다른 건 몰라도 해유관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싶음…
근데 그런 날이 올련지.

3월 18일 오후 4시. 호텔이 있는 지하철 에사카역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