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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IDH 가족의 제주여행 – 마지막날

2011년 12월 3일

2011년 9월 28일 수요일. 여행 마지막날.

괜히 마음이 바빠서 일찍 일어난 후
씻고 옷입고 애기 씻겨서 옷입히고 얼려놓은 전복죽 녹여서 아침 먹고
짐 다 정리해서 펜션을 나선 시간이 그래도 아침 8시 30분쯤.
평소 나서던 시간보다 30~40분 빠른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면 관광지 한 군데를 더 둘러볼 수도 있는 시간.


떠나기 전 펜션 사진 한 방 찍어보고… 아래는 우리가 타고다닌 렌터카

펜션 주인 아주머니께 인사 드리고 차를 몰아 출발.
참고로 오늘의 목적지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대략 9시30분 전후해서 “생각하는 정원”이란 곳에 도착해
한 시간 정도 감상하다가 여기서 10시30분부터 시작하는 “점심 녹색뷔페”를 먹고
12시 전에 협재해수욕장으로 가서 바다 구경을 한 뒤
1시쯤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렌터카 반납하고 항공 수속 등등을 마치고
2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떠나는
많이 타이트한 일정.

생각하는 정원 -> 협재해수욕장이 넉넉잡고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라
뷔페를 후다닥 먹어치우고 11시에 생각하는 정원을 떠나면
11시30분 이전에 협재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는데
협재해수욕장 -> 제주공항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
30분 정도만 구경하고 12시 이전에 협재를 떠나야 대충 시간에 맞출 수 있는 상황.

아무튼,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해서 생각하는 정원까지 순탄하게 도착.
역시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차도 텅텅 비어있음.
오늘은 소윤이도 비교적 기분 좋고.


생각하는 정원 정문






생각하는 정원 내부 풍경


제주도에 왔는데 돌하루방 사진을 한 장도 안찍은 것 같아서 그냥 찍은 사진

근데 막상 정원에 들어서니 우리(특히 마누라)의 기대와 조금 어긋난 것이
홈페이지도 둘러보고 안내리플렛도 읽어보고 했는데
분재 위주의 정원이라고는 생각 못하고
막연하게 수목원? 그런 류라고 믿고 있었던 것.
그나마도 썩 넓지도 않고 십여 분 둘러보니 다 볼 수 있는 정도.
분재야 뭐 예쁘긴 한데 평소 그렇게 관심있던 분야가 아니라서
마누라와 고민한 끝에 과감하게 점심녹색뷔페 포기.
(사실 “생각하는 정원”을 코스에 넣은 이유 중 녹색뷔페가 결정적이었는데;;;)

스케쥴에서 한 시간 이상 시간을 벌어놓은 만큼
협재해수욕장 들른 뒤에 오늘도 해안도로 타고 유유히 구경이나 하며 공항으로 가기로 하고
조금 더 구경하다가 미련없이 정원을 나왔음.



징검다리를 건너는 소윤이



인공폭포

협재해수욕장까지는 가까운 편이라 20분만에 도착.
제주도에서 추천할만한 해수욕장으로 협재가 가장 많던데
(주관적인 거겠지만…)
어제 가본 표선해수욕장보다는 확실히 사람도 많고 모래도 좋고 볼 만 했음.
(뭐 날씨 탓도 있을 거라고 봄)
특히 현무암이 바다와 직접 맞닿아 어우러진 광경이 다른 해수욕장에서 볼 수 없는 모습.




협재해수욕장에서 보이는 비양도






협재해수욕장

문제는 모래장난도 치고 물장난도 치고 신나서 뛰어댕길 걸로 기대했던 소윤이가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더니 뭐가 겁이 났는지 자지러지면서 떼를 쓰기 시작한 것.
마누라가 신발 벗고 물에 들어가 얼르고 달래고 해도
소윤이는 무조건 안아달라고만 하며 막무가내.
뭔가 힘들게 온 의미가 없어지는 듯한;;;




파도에 겁먹은 소윤이

그래도 경치도 좋고 시간 여유도 있어서 느긋하게 바다 구경하다가
현무암 바닥에 물이 살짝살짝 차오른 곳으로 (깊지 않으니까) 소윤이를 살짝 유도해보고 했는데
여전히… 물만 닿으면 자지러지고…

그렇게 30여분을 실랑이하다가
드디어 파도가 좀 덜 쳐들어오는 얕은 곳에서 물장난 시작.
이런 겁쟁이 똥꿍이 같으니라고.



[su_youtube url=”https://www.youtube.com/watch?v=-cVZQWvTmHo”]
갑자기 물장난에 푹 빠져버린;;

일어나려던 참에 애기가 갑자기 물장난에 흥미를 느껴버려서
잠시 놔뒀다가 가기 전에 모래 묻은 것만 씻어내려고 소윤이를 안아 조금 깊은 곳으로 옮겨놓는 순간
갑자기 파도가 크게 바위에 부딪히더니 소윤이를 와락 덮쳐버렸음.
놀란 소윤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우는 것도 우는 거지만 옷이 홀딱 젖어버린 난감한 상황.
(갈아입힐 옷을 가방 안에 다 싸버렸기 때문에… 그나마 다 입혔던 옷임)
일단 차로 데려와 홀딱 벗기고ㅠㅠ 물티슈로 닦고 마른수건으로 닦고 기저귀부터 차근차근 갈아입힘.
그 와중에 옷에서 모래가 계속 떨어져 렌터카 시트 틈새로 계속 들어가고ㅠㅠ
렌터카 반납할 때 한소리 들을까봐 그거 긁어내고 있자니 소윤이는 짜증내며 드러눕고 있고
생각지도 않게 한 30분 뒷정리하느라 날려버렸음.


짜증부릴 땐 일단 드러눕는 거죠


뒷트렁크에서 입힐 옷을 찾고있는 엄마를 찾는 중

기분 많이 상하신 소윤이를 일단 스마트폰에 담아둔 뽀로로 동영상으로 누그러뜨리고
해안도로 드라이브나 하자고 출발.
북쪽 해안도로는 왠지 다른 곳보다 바다가 훨씬 가까운 느낌이라
경치도 훨씬 좋아보였음.
(그래서 그런지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해안도로를 달리는 사람들도 많이 만난 듯)
이런 것도 사진을 좀 찍어뒀어야 했는데.





그래서 다시 네이버거리뷰를 긁었다

네비게이션은 제주공항을 목적지로 찍어둔 터라 계속 우회전해서 큰 길로 빠지라고 하는데
무시하고 해안도로만 따라 쭉 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큰 길로 나옴.
네비게이션에 찍힌 도착예정시간을 보니 제주공항까지 1시에 도착하는 건 무리일 것 같고
1시반 전에만 도착하자고 맘먹고 느긋하게 운전.
(렌터카 반납이 1시까지인데 30분 정도는 늦으셔도 된다고 했음)

가다보니 어젯밤 들렀던 제주이마트가 보이던데
그 근처가 신도시라 좀 차량 통행이 많다더니 확실히 차가 좀 밀리는 듯.
이러다 1시반까지도 도착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1시10분 정도에 무사히 도착.

제주공항 주차장 들어가는 표지판과 네비게이션이 가라는 방향이 달라서 입구에서 잠깐 헤맸다가
표지판 믿고 그냥 들어가니 그게 맞음.
(하여튼 이놈의 네비게이션 끝까지…)
많이 늦으면 공항 입구에 마누라랑 소윤이만 내려주고 나만 렌터카 반납하러 주차장까지 갈까 했는데
그렇게 늦은 것 같지는 않아 그냥 주차장으로 직행해 렌터카 업체에 렌터카 반납.
처음 빌렸을 때랑 가스량이 기가막히게 맞아서 추가로 돈 내지도 않고.

어느새 잠들어버린 소윤이를 둘러메고 공항청사 안으로 들어가
일단 제주항공 카운터에서 수속 마치고
아직 점심도 못먹은 관계로 윗층 푸드코트에서 밥부터 해결.
후다닥 먹어치우는 사이 소윤이가 잠이 깨서
유사시에 먹이려고 싸둔 (아침에 먹다 남긴) 전복죽을 조금 먹이고
늦을까봐 서둘러 탑승구까지 가고나서야 조금 여유가 생김.
(그래봐야 한 5분? 10분?)



공항에서 셀카 재시도… 그러나…

잠깐 숨만 돌리고 바로 비행기 탑승.
이번엔 올 때와 달리 우리가 창가 자리라
마누라가 소윤이를 안고 창가에 앉았음.
올 때는 창가와 멀어서 짜증이 많으시더니 이번엔 창 밖을 내다보는 게 재밌는 모양.


아직 비행기도 안떴는데 뭘 그리 보시나



비행기가 뜬 뒤 창 밖 풍경


창문 내리기에 재미를 붙인 소윤이




비행기 착륙한 후

중간에 승무원들이 아이들한테는 요술풍선을 나눠주는 이벤트 하던데
때마침 소윤이가 짜증을 부리고 있어서-_- 못받았음.

김포공항에 내려서 수하물 찾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지난 번에는 바로바로 나오더니 이번엔 뭐가 문제가 있었는지 한참을 기다린 후 수하물이 나오기 시작.
기다리기 지루했는지 소윤이는 그 넓은 수하물 찾는 곳 안을 누비고 다니고
잃어버릴까봐 계속 뒤를 따라다니다보니
이 녀석은 아까 비행기 안에서 요술풍선 받은 애를 따라다니고 있었음.
사람 많고 자리 넓고 풍선 많으니 기분이 좋아서 으갹으갹 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승무원들이 귀엽다며 한 번 더 쳐다봐주긴 하더라.
한참을 기다린 끝에 우리 가방을 찾아서 밖으로 나왔음.

지하철에서 또 답답해하는 소윤이를 역시 뽀로로 동영상으로 누그러뜨리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벌써 오후 5시…
금방 저녁 먹고 자고 나면 내일 출근.
다음에 여행 가게 되면 다녀와서 하루 정도 더 놀다가 출근하도록 일정을 짜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언제 또 여행을 가긴 가겠냐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