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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나스타워] 건축의 한일전

2001년 5월 19일



어떤 건물인가?

페트로나스 타워는 말레이지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이다. 말레이지아 국영 석유회사(석유회사라니 얼마나 돈이 많겠는가?)의 사옥으로 쌍둥이 빌딩이며, 높이 (첨탑 포함) 451.9m로 층수는 88층이지만 중층이 있기 때문에 92층 정도로 볼 수 있다.
이 건물을 얘기함에 있어서 두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첫번째는 쌍둥이건물 중 2관(정면에서 왼쪽) 건물을 우리나라의 삼성건설이 시공했다는 점이다. (내가 알기로는 삼성건설과 극동건설인가? 하고 일본의 어느 회사, 이렇게 3개 회사가 공동입찰했을 거다) 여기에 1관(정면에서 오른쪽) 건물은 일본의 건설회사인 하사마가 시공했다는 사실에 이르면 이 건물의 시공현장이 얼마나 피튀겼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가? (우리나라 사람들, 일본하고 경쟁 붙여놓으면 괜히 피튀기지 않는가) 빨리 짓는다고 건물주가 돈 더 준다고도 안했을텐데, 우리나라 사람들, 참으로 열심히 지었다고 한다. (이 얘기는 조금 있다가 하겠다) 하지만 열심히만 지으면 뭐해. 지금 페트로나스타워에 입주해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일본회사들이라고 한다. 죽쒀서 개줬다, 뭐 그런 속담이 생각난다.

두번째는 이 건물이 세계최고(最高)라는 사실에 논란이 많았다는 점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인정받았으나 대부분의 미국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버팅기고 있다. 그 이유는 실제 거주공간이 아닌 상부의 피나클과 첨탑의 높이를 건물 높이에 포함시켜야 겨우 세계최고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92층의 층수도 시어즈타워의 110층과 비교하면 상대도 안되고, 시어즈타워도 옥상의 안테나를 포함할 경우 무려 520m나 되기 때문에 페트로나스타워보다 높다. 시어즈타워의 공식높이 442m는 지붕까지의 높이인데, 페트로나스타워의 경우 지붕까지의 높이는 379m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피나클과 첨탑 높이가…73m 되겠다) 하지만 건물 높이 평가 공인 기관인 (참 별놈들이 다 있다) Council on Tall Buildings and Urban Habitat에서 시어즈 타워의 안테나는 구조적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높이 산출에서 제외하지만 페트로나스 타워의 첨탑은 인정해줌으로써 공식적으로는 페트로나스 타워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으로 공인받았던 것이다. (말레이지아의 오일달러가 로비에 사용됐다는 의혹은 당연히 있다)
페트로나스타워를 세계최고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미국인들의 생각에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인 말레이지아에 세계최고건물을 뺏겼다는 쫀심의 문제가 훨씬 큰 거 같아 기분나쁘긴 하지만, 역시 세계최고라는 이름값 때문인지, 숀 코네리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주연한 <엔트랩먼트>라는 영화에 당당하게 배경으로 등장한다.

어떻게 지어졌나?

어떻게 지어지긴 뭐… 석유팔아서 돈 좀 번 말레이지아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콧대 한번 세워보겠다고 돈 쏟아부어서 지었겠지. 설계는 그 유명한 (건축에 관련없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시저 펠리가 했는데, 시저 펠리는 처음 33개월 정도의 공사기간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말레이지아의 마하티르 수상이 정치적인 이유로 공기 단축을 주장했는데, 두 개의 건물을 하필 한-일에 나눠맡긴 이유는 한일간의 민족감정을 이용해 경쟁심을 유발시켜 공기를 단축하겠다는 의도가 충분히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시 이 건물의 건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시공은 일본이 빨리 시작해 중간 정도를 지을 때까지 일본이 조금씩 앞서 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쌍둥이 건물 사이에 두 건물을 이어주는 스카이 브리지가 하나 있고 그 시공을 삼성에서 맡았는데(이 스카이 브리지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 – 177m – 에 위치한 다리가 되는데, 하사마 건설측이 시공이 어렵다며 포기했다고 한다), 스카이 브리지의 부분 준공식이 있던 날 하늘에 태극기 날리고 축포 터뜨리면서 건설현장 분위기를 무슨 광복절 분위기(?)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날 이후로 조금씩 일본을 따라잡아 마침내 한국이 일본보다 일주일 빨리 완공시켰다나 어쨌다나…

더 재밌는 사실은 철골철근콘크리트 복합구조인 이 건물에 콘크리트를 쏘아올리는 과정에 있다. 그때까지 지상에서 논스톱으로 시멘트를 쏘아올린 최고 높이는 홍콩 센트럴 플라자 빌딩 건설 당시의 308m였었다. 그런데 페트로나스 타워는 450m나 되니 논스톱으로는 절대 쏘아올릴 수 없는 높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삼성건설은 오직 “일본을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독일제 최신 펌프를 동원, 일본이 안전하게 나눠서 쏘아올릴 동안 꼭대기까지 논스톱으로 쏘아올려버리고 말았다. (기네스북에 올라갔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세계기록이다)

진짜 재미있는 얘기가 하나 더 있다. 페트로나스 타워에게 세계최고빌딩이라는 영예를 안겨준 그 첨탑은 65m나 되는 높이 때문에 한꺼번에 올리지 못하고 밑부분에서 한단 한단 쌓아가듯 지었다고 하는데, 일본측이 별 생각없이 그냥 쌓아갈 때 우리나라는 약품까지 써가며 박박 닦아 올렸다고 한다. 그 결과 준공식날, 우리나라가 지은 2관 건물의 첨탑만 유달리 빤짝거려서 현장에 모인 한국인들을 뿌듯하게 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암튼 이 난리를 친 덕분에 지금 페트로나스 타워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은 한국이 일본보다 2관을 1주일 빨리 지었다는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단다.

시대의 한마디?

뭐…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 남의 나라 건물만 잘 짓지 말고 우리나라 건물이나 똑바로 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