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20100113140658

2010년 1월 14일

2009년 8월 3일

전날(일요일)부터 뭔가 찜찜해하던 엄마가 아침에 임신테스트기를 사용.
처음엔 흐릿했는데 점점 임신이 맞는 상태로 돌변.
다음날 아침에 병원 가보기로 함.

2009년 8월 4일

엄마아빠가 압구정 함춘산부인과 내원.
여선생님한테 진료받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임시로 남자선생님이 봐주심.
질초음파 검사결과 아기집이 보인다고.
임신 축하한다는 말 들음.
양쪽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모두 기뻐해주심.

강이
이제 겨우 0.43cm인 애기집


2009년 8월 8일

엄마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옴.
인터넷을 뒤져보니 비슷비슷한 증상들이 많은데
별일 없다는 사람도 있고 유산했다는 사람도 있고
아무래도 불안해서 일단 병원으로.
초음파검사결과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고
지난 내원때 못들었던 아기 심장소리만 듣고 왔음.
의사선생님은 계속 체크해보고 일단 일주일 뒤에 보자고.

집에 와서 아기 태명을 “건강하게 무사히 태어나라”고 “강(康)이”라고 지음.

2009년 8월 14일

그 사이 간간이 피가 비치긴 했지만 특별한 통증 같은 건 없어 엄마 휴식.
병원에 가니 아기는 여전히 잘 크고 있음.
심장소리만 우렁차게 듣고 왔음.
갑자기 나빠질 것 같지는 않으니 2주 뒤에 보자고 하심.

강이
콩알처럼 변신한 애기집

2009년 8월 23일

가벼운 입덧 증상을 보이던 엄마가 구토 시작.
“엄마는 힘들어도 좋으니 제발 건강하게 태어나라”며 위로.
주위 사람들도 입덧이 심하면 애가 똑똑하고 건강하다며 덕담해줌.

2009년 8월 28일

초음파로 처음 사람답게 생긴 아기 모습을 봄.
머리 – 손 – 몸통 – 발 전부 확인.
아직 손가락 발가락까진 안보임.
뭐 다 잘 있겠지.

강이
2cm로 큰 강이 모습

2009년 9월 1일

엄마의 입덧/구토가 점점 심해짐.
보통 한 달 정도 더 고생한다고 하니 눈 딱 감고 꾹 참아보자고 위로.
강이는 건강하게 잘 크고 있으니 안심.

2009년 9월 23일

엄마 구토는 여전하지만 오늘은 처음 입체초음파 보는 날.
아기 얼굴도 막 다 보인다고 그래서 엄마아빠 모두 기대에 부풀어 병원행.
생각보다 아기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손가락 열개 발가락 열개 모두 확인하며 신기.
엄마는 아기 배가 볼록하다고 괜한 걱정.

2009년 10월 8일

엄마한테 한동안 안비치던 피가 다시 비치기 시작한 지 1주일.
아무래도 찜찜해져서 다시 병원에 갔지만
여전히 아이는 잘 크고 있고 왜 피가 나는지는 모르겠다고.
초음파에 나온 아이는 앉아서 기도하는 모습.
엄마 빨리 피 멈추라고 기도하는 건지.

2009년 10월 22일

강이가 여자아기라는 소식 들음.
양가 할머니 모두 급실망.
왠지 구박덩이를 낳는 것 같아서 엄마는 울고.
그런데 왠지 우리 딸은 공부나 시켜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긴 드네.

강이
강이가 맞는지도 잘 모르겠네

2009년 11월 4일

강이 태동 처음 느낌.
엄마가 이상하다며 아빠 손을 가져다 배에 대보니
뭔가 꿀럭꿀럭하는 이상한 느낌.
이름처럼 건강하게 크고 있다는 증거겠지.

2009년 11월 23일

아빠 생일인데 중기정밀초음파 보는 날.
오늘은 얼굴이 보이려나…하고 가봤더니 얼굴이 정말 잘 나옴.
사실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서 정확히 안보이는데
엄마아빠들은 다 잘보인다고 생각하는 법임.
선생님이 엄마아빠보다 아기 인물이 못하다고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죽어라 공부시켜야겠음.

강이
강이 얼굴

의사선생님이 아기 몸무게가 표준보다 1주 정도 적다며 2주 뒤에 다시 보자고 하심.

2009년 12월 7일

아기 몸무게 보러 다시 병원 내원.
선생님 말씀이 아기가 작지만 성장속도는 같다며 그냥 작은 아이인 것 같다고.
그런데 아기 심장에 물이 살짝 차있다며
이런 경우 아기가 태어날 때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니
큰병원으로 가볼 것을 권유.

겁먹은 엄마는 울기 시작하고
의사선생님이 서울대학병원으로 바로 내일 예약을 잡아주심.
부디 건강하게 태어나게 해달라고 엄마아빠 기도.

2009년 12월 8일

서울대학병원 내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병원답게 접수시키는데만 30분, 기다리는데만 한시간.
그렇게 기다려서 겨우 진찰받고 다시 초음파검사 받으러 기다리는데만 한시간 반.
다시 진찰실로 가서 담당교수님과 면담.

아기 심장에 물이 2mm 가량 차있는데
이 정도면 보통은 정상으로 보지만 어제 본 병원에서는 2.5mm 정도 나왔고
다른 이상부위는 없는지 점검도 해봐야한다며
소아과에서 정밀심장초음파를 볼 것을 권유.
뭐 의사가 겁주는데 안볼 수 있나.
금요일로 정밀초음파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옴.

2009년 12월 11일

다시 서울대학병원 방문. 이번엔 산부인과가 아니라 어린이병동.
한시간 정도 기다려서 태아정밀심초음파 검사.
머리 희끗희끗한 남자선생님이 혼자 뭐라고 중얼중얼하며 한참을 보시더니
물이 조금 차있지만 그래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심장동맥이 조금 구부러져있는데 그것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심.

역시 우리 강이는 건강하게 태어날 거라고 엄마아빠 좋아함.

2009년 12월 22일

다시 서울대학병원 내원.
별 이상 없으니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가도 된다고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이가 계속 작게 크고 있으니 계속 지켜보자는 말씀만.

서울대학병원에서 애기 낳으려면 왠지 골치도 아프고 비용도 비싸서
다음에 올 때는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옮기는 쪽으로 물어보기로 함.

2010년 1월 4일

서울에 역사적인 폭설이 내린 날, 다시 서울대학병원 내원.
눈이 많이 와서 병원을 미룰까 했는데
담당교수님이 원래 휴가인데 오늘 특진을 하는 거라길래
그냥 조심조심 가기로 했음.

이번엔 엄마 혈압이 높은 편이라며 1주 뒤에 다시 보자고.
강이가 문제가 아니라 엄마가 문제라고 아빠가 구박.
아마 눈길에 미끄러질까봐 엄마가 조마조마해서 그런게 아닐까.

2010년 1월 6일

갑자기 엄마 팬티에 많은 양의 물같은 것이 묻어나옴.
엄마는 양수가 새는 거 아닐까 걱정하는데 아빠는 분비물이 많이 나올 시기라며 무시.
엄마가 걱정된다며 혼자 서울대병원 다녀옴.
담당교수님은 안계셔서 다른 선생님들이 내진하고 초음파보고 했는데
그냥 분비물인 것 같다고 돌려보냄.

2010년 1월 7일

엄마가 구청에서 하는 임산부요가프로그램 처음 하는 날.
딱히 동작이 힘들진 않았는데 어제부터 나오던 분비물이 계속 나온다고.
피 같은 것도 섞여나오기 시작.
아빠는 이제 피나온다는 소리는 지긋지긋해져서 눈하나 꿈쩍않음.

2010년 1월 8일

계속 분비물/피가 나온다며 엄마는 걱정걱정.
그렇게 걱정되면 병원 가보라고 했더니
엄마는 아빠가 짜증내는 줄 알고 그냥 더 심해지지 않으면 안가겠다고 함.
딱히 더 심해지진 않아서 그냥 하루 보냄.

2010년 1월 9일

새벽부터 엄마에게 심한 배뭉침 증상.
요맘때 배뭉침이 온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너무 자주 온다고. 분비물도 많고.
하필 토요일이라 병원에 선뜻 가기가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가며 이게 조산기미가 있는 건지 흔한 배뭉침인지 검색검색.
그래도 아직 통증이 심한 건 아니고 금방금방 그쳐서 조금은 안심.

2010년 1월 10일

토요일 저녁부터 배뭉침증상이 조금씩 심해져서
아무래도 안되겠다, 괜찮다는 이야기라도 듣고 오자며 엄마아빠 새벽1시반에 서울대병원으로 택시타고 감.
새벽이라 응급진료를 위해 엄마는 분만장으로 들어가고
아빠는 혼자 분만장대기실에 앉아서 오만잡생각을 함.
30분 정도 지나 인터폰으로 간호사들이 아빠를 찾고
엄마가 입원해야하니 응급수속을 하고 오라고.
허둥지둥 입원수속을 하고 오니 엄마가 누워있는 분만대기실로 안내해줌.

산소호흡기 달고 태동검사기 달고 있던 엄마가 아빠 보고 울음.
양수가 상당히 샜고 가진통이 진행된 상태라고.
아직 아기가 28주밖에 안된 상태라 지금 낳으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일단 자궁수축을 억제하는 약을 계속 투여하며 가진통이 멎는지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
그 와중에 응급수술상황을 예상해 심전도 검사도 하고
태아 폐를 얼른 키워주는 주사 4방을 12시간 간격으로 맞아야 한다며 일단 한방 맞음.
그러니까 아기 폐가 어느정도 기능을 하려면 앞으로 48시간은 더 이렇게 버텨줘야 한다는 이야기.

언제 수술을 할지 모르는 상태라 금식 중이었는데
새벽 5시 정도 되니 일단 위급한 상황은 지났다고 생각했는지
물이라도 조금씩 먹으라고 하며 분만대기실이 아닌 분만장 안의 임시병실로 엄마를 옮김.
엄마가 잠깐잠깐 침대에 누운 채 잠을 청할 동안
아빠는 마땅히 누울 자리도 앉을 자리도 없어서
엄마 침대 귀퉁이에 앉아 벽에 기대 꾸벅꾸벅 졸았음.

날이 밝고 보니 옆 침대에는 11월22일에 조산기가 있어 입원한 이후 지금까지 자궁수축억제제를 맞고계신 아주머니가 계심.
나중에 들어보니 7년간 임신을 못하셔서 인공수정으로 쌍둥이를 임신하셨는데 조산기가 온 거라고.
7주째 입원중인데 이번 주까지만 버티면 애기를 낳아도 안전하므로 약 끊고 퇴원하실 예정이라고.

우리는 저렇게 오래 버티지 말고 금방 좋아져서 빨리 퇴원하자고 엄마아빠가 얘기함.
다행히 약도 시간당 48cc 넣다가 자궁상태도 좋고 많이 쓰면 산모에게 부작용도 좀 있을 수 있다며 시간당 8cc까지 낮춤.
초음파검사도 해보니 양수는 좀 부족하지만 강이도 잘 놀고 있고 자궁경부도 많이 짧지 않다고 함.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니 어른들께는 알리지 않기로 하고
아빠만 잠깐 엄마 혼자 두고 집에 가서 살짝 눈 좀 붙인 후
급히 병실에서 쓸 물건 몇 개 챙겨서 다시 병원으로 옴.

병원에 와보니 엄마 상태는 다시 심각해져있고 약도 시간당 48cc로 복귀.
아빠가 잠시 지켜보고 있으니 다시 상태가 좋아지고 병원에서 식사도 하게 해줌.

밤 늦게까지 엄마 옆을 지키다가
분만장 안에선 잠을 잘 곳이 없어 아빠는 일단 집으로 갔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오기로 함.

2010년 1월 11일

아침 일찍 와야 되는데 아빠 늦잠 자느라 늦게 옴.
약은 여전히 시간당 48cc.
분위기를 보니 일반병실로 못옮기고 계속 분만장 안에 있어야 할 것 같아
일단 부모님들께 알리기로 함.

소식을 들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얼른 병원으로 달려오심.
가운 입고 슬리퍼로 갈아신던 외할머니는 실수로 “정자채취실”로 들어가실 뻔-_-;;
일단은 외할머니가 계속 엄마 옆에 계시기로 하고
외할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점심먹고 회사로 출근.

원래 하기로 했던 회의를 일단 미루고
퇴근 후 아빠가 병원으로 와보니 상태는 계속 그대로.
그 사이에 담당교수님이 세 번이나 왔다 가셨다고 함.
양수가 상당히 많이 빠지고 아기도 거꾸로 있는데
현재 28주에서 29주로 넘어가는 시기니 32주까지는 버텨야 확률이 높고
34주까지만 버티면 아주 성공적이라고 하셨다 함.
아무래도 일찍 집에 가는 건 포기하고 최소 32주까지 입원해야겠다고 생각함.
외할머니가 먼저 집으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늦게까지 있다가 집으로 옴.

2010년 1월 12일

이번엔 아빠도 아침 일찍 일어남.
아침 일찍 병원에 들러보니 엄마 약은 시간당 40cc로 낮춰져있음.
상태가 좋아서라기보단 부작용증세가 심하게 나타나고 강이 맥박도 빨라져서 그렇다고.
그래도 이렇게 약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아 아빠는 내심 뿌듯.

담당교수님 오전회진하실 때 뵙고 가려고 기다렸는데
오늘은 담당교수님이 외래보시는 날이라 오전회진을 안하시는 모양.
다른 의사선생님들과 이야기해보고 할 수 없이 출근.

외할머니가 오후 3시쯤 다시 병원으로 오셔서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옆에서 엄마를 돌봐주심.
외할머니가 가신 후 아빠도 밤 9시쯤 일어나려는데
엄마가 화장실을 다녀온 후 다시 가벼운 가진통 증상을 느낌.
아빠가 옆에서 같이 시간을 체크해주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간호사들을 부름.
다시 태동검사가 시작되지만 큰 변동없이 약한 가진통만 계속됨.
금방 그칠 거라고 엄마를 달래주고 아빠는 병원을 나옴.

2010년 1월 13일

일찍 일어난 아빠가 병원에 도착해보니
엄마는 산소호흡기에 태동검사기를 아직도 달고 누워있다가
아빠를 보고 울음을 터뜨림.
새벽에 위급상황이 올 정도로 나빠졌는데 의사선생님이 아직은 지켜볼 때라며 아빠를 부르지 말라고 했다 함.
아빠는 그런 줄도 모르고 밤새 잘만 잘 잤는데.

약은 시간당 64cc로 대폭 올라가 있고
태동검사로 잡히는 강이 맥박도 190~200을 오르내릴 정도로 상태가 나쁨.
다행히 아빠가 도착한 후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긴 했는데
어제도 이 상태로 두고 나갔다가 갑자기 나빠졌기 때문에
아빠는 출근을 못하고 담당교수님 오시길 기다렸음.

담당교수님이 드디어 아빠와 만나고 (“남편분은 처음 뵙네요”, 라고 인사)
사실 일요일 새벽에 오셨을 때도 최악의 상황을 예상해야될 정도로 안좋았는데 다행히 약이 잘 들었고
어제 새벽에도 좀 위급했는데 어쨌든 지금 상황은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다만 강이 맥박이 높은 편이고 양수가 많이 부족해져서
자궁이 수축할 때마다 탯줄을 압박한다는 말씀.
자궁만 수축하지 않아도 탯줄은 눌리지 않을테니
일단 자궁이 수축되지 않도록 하는게 최선이라고 하심.
하지만 약을 64cc까지 올린 상황에서도 자궁수축은 꾸준히 진행중.

예감이 좋지 않아 아빠가 외할머니에게 전화.
그 사이 담당교수님이 다시 오셔서
자궁수축은 줄지 않지만 탯줄이 눌리는 증상은 좀 완화된 거 같다고.
계속 자궁수축이 줄어들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약을 다른 약으로 교체해야되겠다고 하심.
부작용이 없는 다른 약으로 바꾸면 일단 강이 맥박은 정상으로 뛸 확률이 높고
기존 약이 만성이 되어 안듣는 거라면 새 약을 넣어서 자궁수축을 잡을 수도 있다고.
다만 그 약은 보험이 안되는 약이라 80만원 정도 한다고 함.
자린고비 엄마아빠는 순간 핼쭉해져서 남은 한달 동안 80만원짜리 약을 맞으면 병원비가 얼마인지 재빠르게 계산.

하지만 밤새 금식하고 화장실도 못간 엄마가
잠깐 검사를 중지하고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다시 탯줄이 눌리는 증상이 보이고 강이 맥박도 여전히 빠름.
상태가 나빠졌다고 생각한 담당교수님은 약을 바꿀 것을 지시.
바뀐 약을 보니 한 팩 다 맞는데 4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음.
80만원 X 하루 6팩 X 30일을 계산해보니 무려 1억4천4백만원?
약을 맞으면서도 엄마는 황당해서 어쩔줄 몰라함.
그러나 다른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다시 설명해주시는데 이틀 맞을 수 있는 분량에 80만원 정도라고 함.
그럼 하루 40만원 X 30일이니 1200만원 정도.
그것도 장난 아닌데-_-;;

그 와중에 외할머니 도착해서 현재 상황을 들으심.
아빠는 아무래도 오늘은 회사 못갈 것 같아 회사에 연락하고
외할머니와 함께 엄마 상태를 지켜봄.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시 한번 화장실에 다녀온 엄마 상태가 다시 나빠지면서
심한 통증의 자궁수축이 진행되기 시작.
아빠가 옆에서 시간체크를 해보니 대략 5분 간격에서 조금씩 짧아지는 식으로 통증이 찾아옴.
의사선생님을 부르니 내진을 해보시고 어디론가 부리나케 나가심.

다시 돌아온 의사선생님이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씀하심.
이미 진통은 시작되고 자궁도 계속 열리고 있는데 아기는 거꾸로 앉아있으니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다행히 꾸준히 금식을 해와서 더 위급해지기 전에 바로 수술할 수 있다고.
아빠는 급히 잠깐 밖에 나가계시던 외할머니를 모셔오고
겁에 질린 엄마를 미처 위로해줄 틈도 없이 간호사들이 들이닥쳐 엄마의 수술준비를 시작.
아빠와 외할머니가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의사선생님이 수술진행내용에 대해서 설명해주심.
오후1시반에 수술실에 들어가면 담당교수님이 오셔서 직접 수술하실 것이고
강이는 바로 인큐베이터로 옮겨져 소아병동으로 인계되니
아빠가 따라가서 입원수속을 하셔야한다고 말씀해주심.
강이가 나오는 시간은 오후2시 정도가 될 것이고 엄마는 2시간 정도 더 있다가 회복실로 올 거라고 함.

강이가 엄마 몸 안에 있는게 너무 힘들면 빨리 나오는 것도 좋다고 아빠는 생각하기로 함.
정확히 1시반에 엄마 침대가 수술실로 향하고
아빠가 잘될 거라고 격려해주니 엄마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수술실로 들어감.
아빠와 외할머니는 오랜만에 분만장 밖 대기실로 나와서
여태껏 남의 이야기 같았던 분만장 모니터를 통해 엄마 이름과 수술중이라는 문구를 지켜봄.

30여분이 훌쩍 지나가고
분만장이 열리더니 인큐베이터와 선생님 두 분이 나오면서 아빠를 찾음.
아빠가 후다닥 달려가 인큐베이터 안을 보려고 했지만 강이는 꽁꽁 싸여서 잘 보이지 않음.
두 선생님을 따라서 소아병동으로 달려가는 사이에
강이에게 호흡기를 대주는 과정에서 강이 예쁜 얼굴이 아빠에게 살짝 보임.

하지만 강이는 금방 신생아중환자실로 들어가버리고 아빠는 밖에서 기다려야 했음.
꽤 긴 시간이 지나 간호사분이 나와서 입원수속서류를 주고 절차를 설명해줌.
입원수속 다 마치고 오면 강이 면회가 가능하다고.
부랴부랴 수속을 마치고 올라왔더니
지금은 간호사 교대시간이고 강이에게 긴급치료가 진행 중이라 면회가 안된다고 함.
면회가 가능해지면 연락준다며 아빠 전화번호를 적어감.

시간을 꽤 잡아먹어 엄마는 벌써 회복실로 나왔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엄마는 수술실 안에 있고 외할머니만 아직도 기다리고 계심.
아빠가 강이 입원수속하러 간 사이에 분만실 모니터에 강이 탄생 축하 빵빠레가 울렸다고 함.
모니터를 보니 14시6분58초에 강이가 태어났다고 되어있음.

2010년 1월 13일 14시 6분 58초, 강이 탄생.

잠시 후 회복실로 나온 엄마는 마취가 덜 풀린 상태긴 했지만
하반신마취만 했기 때문에 강이가 처음 태어나서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우는 소리가 너무 힘없고 약하게 들렸다며 엄마는 울지만
담당교수님은 폐로 호흡을 하니 아기가 우는 거라며 아주 만족스러워하심.

잠시 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연락이 와 아빠 혼자 입원설명듣기 및 면회를 하러 감.
중환자실 인터폰이 고장났는지 아무리 눌러도 응답이 없어 십여 분을 헛으로 기다린 뒤
겨우 안에 들어가 입원 설명도 듣고 강이 얼굴도 봄.
다만 주치의 선생님이 회진 중이라 강이 상태에 대한 설명은 그 자리에서 못듣고
나중에 할머니와 함께 설명을 들으니 상태는 전체적으로 양호한 편인데
다만 호흡을 좀 힘들어해서 호흡기를 꽂아놓았다고.

강이
강아 안녕?

뒤늦게 할아버지 할머니께 강이가 태어났다고 전화드림.
너무 일찍 나와버린 손녀 덕분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걱정이 많음.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빠 모두 강이가 이 세상에 나온 걸 축하축하.

29주+1일만에 910g으로 태어난 강이는
아직 검사받을 것도 많고 치료해야할 것도 많고
세상 밖으로 나와 엄마아빠 품에 안길 때까지 많은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함.

하지만 아직 강이 상태는 다른 이른둥이들과 비교해서 양호한 편이라고 하고 앞으로도 계속 양호할 것임.
신생아중환자실 벽에 붙어있는 수많은 사진 속 아가들처럼
강이도 언제 이렇게 아팠냐는 듯 벌떡 일어나 엄마아빠 앞에서 재롱을 부릴 것임.

그때까지 조금만 참고, 힘들겠지만 씩씩하게 열심히 싸워서 이겨보자.
아빠가 너무너무 사랑한다, 우리 딸 강아.

그리고
뱃 속에 있을 때 동화책 한 번도 읽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강이
일단 호흡기부터 빨리 떼자

20100113140658에 아빠가 된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