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만우절 특집… 되겠습니다.
1. 유주얼 서스펙트 (1995)
“거짓말”이라고 했더니 이 영화가 바로 생각나네요. 2시간 가량 펼쳐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결국은 한 사람의 거짓말로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 여러차례 이야기하지만
영화 보다가 딱 얼어붙어서 한참을 멍 때린 경험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니깐요. 생각해보면 전체 줄거리를 막판에 다 거짓말이야~라며 확 뒤집어버리면 왠지 사기당한
기분도 들고 그럴 법 한데, 이 영화는 말하자면 부실한 시나리오(?)를 연출기법으로 커버한 경우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드네요.
2. 피노키오 (1940)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 피노키오입니다. 원작은 이탈리아 동화인데 나무인형 피노키오가 목매달려 죽는 걸로 끝난다더군요. 나중에
그 뒷부분을 계속 이어서 현재의 이야기가 완성된 거고…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진다” 정도가 아니라 “거짓말하면 목매달려 죽는다”라는 교훈(?)을 주려고 한 걸까요.-_-
하긴 요즘 뉴스를 보고 있다보면 정말 목매달아 죽여버리고 싶은 사람들이 줄줄이 나오던데.
3. 굿바이 레닌 (2003)
영화에서 보통 “거짓말”이 주요 장치로 작용하는 장르는 거의 코미디영화죠. 별뜻없는 거짓말이 오해를 사서 큰 사건을 몰아온다거나, 어쩔 수 없이 한 거짓말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면서 점점 커지게 된다거나. 대부분 단순한 해프닝의 연발로 이어가기 일쑤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죠. 아직 동독이 건재하다는 아들의 거짓말을 통해
독일 통일, 통일 후 구 동독 주민들이 겪는 혼란, 변화하는 사회주의에 대한 이야기까지 상당히 깊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는 한국영화
<간큰 가족>은 반에 반도 못하죠.
4. 빌리지 (2004)
이것도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전부 다 거짓말~ 이렇게 줄거리가 뒤집어지는 이야기인데, (거짓말이라는 거 말고도 반전이 하나 더 있지만) 별도의 리뷰로도 썼지만
이 영화는 거짓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그 거짓말 속에 스스로 갇혀버리는 경우를 보여주고 있죠. 사람들이 모르는게 약이 되는 경우도 분명 있지만,
그건 임시방편일 뿐이지 결국엔 진실과 마주하게 될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5. 라이어 (2004)
솔직히 원작이랄 수 있는 연극이 재미있어서 순위에 넣어봤지, 영화만으로는 순위에 넣기 좀 그렇네요.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에
완벽하게 감정이입하려면, 역시 관객과 배우가 같이 호흡하는 연극무대가 더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영화는 재미는 있는데 뭐랄까, 감독이 의도한 템포대로 영화가 흘러가서
군데군데 긴박감이 떨어진다는 느낌?) 아직 이 연극 안보셨으면 꼭 보시길. 영화는 안보더라도.
주제가 광범위한 탓인지, 5편의 영화를 고르려고 머리 썩어보기도 오랜만이네요. (보통은 다섯편을 찾아내기도 바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