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터넷을 접하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인터넷을 주 업으로 삼고 살고 있으면서, 항상 느끼고 항상 불만이었던 것 중 하나가 “한국사람들은 인터넷을 너무 낭비한다”는 것이었다. 사연을 모르고 들으면 대단히 민족비하(?)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인터넷을 하면서 늘상 느끼는 불만이고, 그러면서도 절대 고쳐지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 “낭비”라는 네거티브스러운 단어에 대해서부터 설명을 해보자. 나이로는 PC통신세대이긴 하지만 PC통신을 즐겨보지 못한 본인은(당시에는 심각한 컴맹이었다) 일반 전화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가 보장된 학교 전산실의 인터넷 환경에서 인터넷을 처음 입문했었다. 그러면서 혼자 386 컴퓨터를 가지고 내 홈페이지를 낑낑(말그대로, 낑낑이었다) 만들어 올려놓는 과정에서, 항상 내가 고민해야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내 홈페이지를 좀더 빨리 브라우저에 띄울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었던 거다.
잘은 모르지만 요즘 홈페이지 쓰는 사람들 중 저런 거 고민하는 사람 있을까. (전혀 없진 않겠지) 나는 저 문제가 무진장 심각했었다. 왜? 내 컴퓨터가 386이었으니까. 내 컴퓨터에서 당시 내가 만든 별 것도 아닌 홈페이지를 띄우려면, 하드가 바바박 요란스럽게 돌아가면서 최소 몇 초는 기다려야 완전한 화면이 뜨곤 했다. 이미지도 별로 없고, 순 텍스트 위주인 내 홈페이지가 왜 이리 늦게 뜨는 것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내가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주제에 멋 좀 부려보겠다고 텍스트 전체를 테이블로 묶어놓아서 그렇게 느리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자아, 이해 안가시는 분들 조금 계실 거다. 왜냐하면 요즘 잘 나간다는 왠만한 홈페이지들은 아예 첫머리부터 <table>로 시작할테니까. 하지만 HTML문서에서 테이블을 쓸 경우, 브라우저는 테이블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들인 후에야 화면에 보여주기 때문에, 실제로 읽어오는 시간보다 보여지는 시간이 느려지게 된다. 요즘은 그때랑 비교하면 인터넷이 비교도 안될 정도로 허벌나게 빨라져서 티가 안나는 것뿐이지.
뭐, 나같은 경우는 워낙 내 컴퓨터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집에서 볼 때나 좀 많이 느리지, 앞서 말했던 학교 전산실 같은 곳에서는 뭐 펑펑 잘도 떴으니까. 그런데 아무리 학교 전산실이라고 하더라도 내 홈페이지가 아닌 다른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버벅거리기가 일쑤였는데, 그 이유는 다른 홈페이지들은 거의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홈페이지들이라서 이미지 로딩하는데만도 한참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었다. 본 내용인 이미지만 해도 그렇게 한참 걸리거늘, 뒷배경이미지까지 큼지막한(그래도 보기는 좋은) 이미지를 떡 박아놔서 배경이미지 뜨는 데에도 한참 걸리게 만들어놓은 건 말해 무엇하랴. 다른 사람들은 집에서 돈 내고 모뎀접속해서 (그때는 메가패스 뭐 이딴 거는 나오기도 훨씬 전이다) 시끄러운 연결음과 함께 홈페이지에 접속하실텐데, 무슨 똥배짱으로 본 내용도 아닌 배경이미지에 이따위 시간(=돈)을 투자하게 만들어놨냐 이거다. 다른 나라 인터넷 홈페이지를 뒤져보면 이미지도 별로 없고 전달하려는 내용만 깔끔깔끔하게 잘도 보여주던데, (혹여 이미지가 나와도 작은 이미지(일명 썸네일) 먼저 보여주고 클릭해서 크게 보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가 무서워서, 아니 뭐가 무섭지 않아서 이렇게 용량 대빵인 이미지들을 겁도 없이 올 사이즈로 퍽퍽 올려놓는지 지금도 그 이유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모뎀 접속하던 시절에도 그랬는데 광케이블 날라댕기는 요즘에는 뭐 오죽 하겠나. 온갖 리소스 잡아먹는 스크립트로 치장해놓고 배경음악 깔아놓고 마우스 따라다니는 별 집어넣고… 유치뽕짝일지언정 뽀다구는 겁나 내놓는 것이 요즘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블로그/미니홈피라는 것들이다. 좀 실력있다 싶은 넘들은 플래시로 온 사방을 다 도배해놓아도, 별로 지루하지 않게 기다렸다가 홈페이지를 볼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이 받쳐주니까 가능한 일일테지만, 일정부분, 그정도의 딜레이에는 만성이 된 탓도 있을 거다. 아직도 난, 이런 저런 정보를 뒤지기 위해서 짧은 외국이 실력 동반해서 외국 사이트 뒤질 때마다 철저하게 텍스트 위주로 만들어진 외국 사이트의 극악함에 혀를 내두르곤 하니까.
자아, 여기까지는 본론과 상관없는 넋두리였다. 본론과 굳이 연관성을 찾자면, “…이러이러한 이유로 내가 지금껏 이 일을 하지 않았다”는 변명의 토대 정도일까. 하여튼 홈페이지를 만든 이래 내 홈페이지에 이미지를 삽입하는 문제에는 지나치게 엄격해지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어서, 꼭 필요한 이미지도 사이즈를 줄이고 줄여서 집어넣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상한 습성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내용보다는 사진빨로 좀 어필해야되는 컨텐츠에서도 사진을 줄이고 줄이는 결과를 낳은 것이 몇 개 있었다.
“건물이야기” 컨텐츠는 솔직히 내가 건축에 대해서 쥐뿔이나 뭘 안다고, 진작부터 보기 좋은 건물의 뽀사시한 사진빨로 승부했어야 하는 컨텐츠였다. (…쓰다보니, 무슨 포털사이트 기획팀장 같은 소리 하구 앉았네. 승부를 걸거나 말거나 돈 한 푼 안되는 홈페이지 갖구 지랄하기는) 그런데도 브라우저를 열자마자 한가득 달려드는 이따시만한 사진들에 워낙 노이로제끼가 있다보니, 그런 사진들을 일부러 외면하고 사진이 있어도 줄이고 줄여서 가로세로 200 픽셀 정도로 맞춰 집어넣는 짓을 해왔던 거다. 그러다가 오늘, 건물이야기에 올릴만한 무슨 꺼리 없나 이런저런 사이트들을 뒤지다보니, 내 홈페이지에 사진만 시원시원하게 올려도 훨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던 거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동안 올린 건물들 사진 큰 걸로 다 바꾸고 하는 김에 아예 몇 장 더 집어넣기로. 뭐, 한다고만 해놓고 언제 완결될지야 모르는 일이지만.
혹시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들은, 내가 글깜도 떨어지고 하니까 대충 사진 몇 장 올리는 걸로 건물이야기 업데이트하려는 수작이라고 지레짐작하실 수도 있겠지만, 물론 나도 그렇게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 절대 아니라고 딱 잡아뗄 생각도 없지만, 현재로선 그럴 생각은 없다. 명색이 건물 이야기를 하는 곳에서 말빨은 못세울지언정 건물이라도 제대로 보여주자는, 그 생각이 거의 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