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한 장면을 CF에서 패러디하여 방영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오히려 대단히 효과가 높은 방법이기도 하다. 특정 브랜드 같은 경우는 아예 그런 쪽으로 전략을 세워서 제품 홍보보다는 CF 자체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제는 꽤 오래된 옛날의 광고가 되었지만 정우성과 고소영이 출연했던 지오다노 광고에서, 지금 이야기하려는 뮤지컬 <그리스>의 삽입곡 “Summer Nights”를 배경으로 영화 속 장면을 거의 그대로 패러디한 것이 꽤 화제가 되었었다.
사실 그 광고를 보고 지오다노를 사입을만한 세대는 뮤지컬 <그리스>를 본 적이 없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나중에 정우성이 출연했었던 영화 <태양은 없다>를 패러디한 광고(정우성이 광고에도 나오지는 않았다… 나왔던가?)를 내놓은 것과는 전략이 좀 다르다는 이야기다. 쉽게 말하면 뮤지컬 <그리스>를 패러디한 목적이 대중성/익숙함 같은 걸 노린 게 아니라 그런 이미지가 먹힐 것 같아서 그냥 훔쳐다(?) 쓴 거라는 말이다. 1970년대에 나온 뮤지컬의 구닥다리 춤을 그대로 추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들려오는 노래들은 호화찬란하지만, <그리스>라는 영화가 사실 뭐 그렇게 작품성이 대단하거나, 스타일이 좋거나(즉 화면빨이 좀 되거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나쁘지 않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라고 쓰려다가 조금 꼬리를 내렸다) 그냥 새파란 청춘들의 별 것 아닌 사랑 이야기가 주제고, 거기에 당시 유행하던 록큰롤 음악/댄스들을 잘 버무려놓아서 히트친 것 정도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극 중 등장하는 수많은 노래 중 가장 유명한 곡이 아마 이 “Summer Night”일 거다. 템포는 느린 듯 해도 경쾌하게 흘러가는 곡도 곡이지만, 극 중에서 이 노래가 불려지는 상황이 꽤 재미있다.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 두 남녀 주인공이 각자 다른 장소에서 자신의 친구들에게 지난 밤에 만났던 여자/남자에 대해 노래하는 이 장면은, 전혀 다른 상황이 하나의 노래로 묶여있는 방식으로 편집되어있다. 화면은 이 장소 저 장소를 상당히 정신없게 왔다갔다 하는데도, 노래로 장면이 이어지기 때문에 전혀 혼란스럽지 않게 장면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노래 자체가 워낙 그렇다보니 어쩔 수 없기도 하겠지만, 단순히 장면의 넘김만이 아닌 음악과의 조화까지 생각해야하는 이 장면의 편집을 보고 있으면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된다.
여기서 그럼 당연한 의문 하나. <그리스>의 원작은 뮤지컬이고, 뮤지컬은 공연예술이다. 영화처럼 일방적으로 컷을 넘길 수 없다는 말이지. 그럼 원래 이 장면은 무대에서 어떻게 처리됐을까? 하나의 무대를 둘로 분할해서 조명의 강약으로 처리했을 가능성 아주 높지만 직접 무대를 본 적이 없으니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지난 주부터 <그리스 2006> 앵콜공연을 한다는데 직접 확인해보려면 확인해볼 수도 있겠지만, 글쎄 그러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