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으로 분명히 어렸을 때는, 눈을 좋아하는 어린이였다.
지금도 비가 오면 괜히 밖에 나가서 조금 맞고 들어오는데
눈도 뭐 비슷했었다.
그러다가 군대를 공군으로 가고 하필 계획계에 근무하면서
눈과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일단 눈만 내리면 (왜 눈은 꼭 밤에 내린단말이냐) 잠자리 박차고 나와서
삐걱거리는 자전거 타고 눈내리는 단본부 언덕을 기어올라가길 수 차례.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활주로 앞의 소방본부에서 꾸벅꾸벅 졸며 보낸 그 겨울의 추억.
이따위 기억들밖에 없으니 제대하고도 한참은 눈만 온다고 하면 가벼운 경기를 일으키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제대한 지 대충 십년.
지난 주말 눈이 간만에 푸짐하게 내렸던데
창밖으로 구경하고 있으려니 예전처럼 심장이 뻑뻑하고 그런 일은 이제 없더라.
역시 세월이 약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