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덧글과 트랙백

2006년 8월 12일



홈페이지를 블로그처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은 대충 2003년부터 시작이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그때도 “블로그”라는 말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지금의 블로그 형태와 유사한 컨셉으로 바꿔보려는 시도는 그때부터였다는 말이다. 디자인 등등은 기존 홈페이지에서 크게 변할 수 없었지만, 그동안 메뉴별로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글들을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묶어서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 2003년부터였다.

모양까지 블로그처럼 변한 것은 11번째 버전을 내놓은 이번 개편부터인데, 처음에 내가 가졌던 개념은 그후로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유감스럽게도 블로그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서비스“는 그 사이 많은 변화를 겪었고, 국내의 인터넷 서비스에 정착하는 단계에서 부가적인 이상한 특징도 주렁주렁 많이 달게 되었다. 덕분에 예전에 만들어놨던 데이터베이스를 다시 털고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로 설계해야했고, 아직도 사실 주력섹션인 영화음악과 건담 섹션은 완전히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대충 뽀다구(?)는 블로그와 비슷해졌지만, 블로그라면 당연히(?) 있어야할 두 가지가 그 당시에는 없었다. 첫 번째는 방문객이 글마다 멘트를 달 수 있는 기능(소위 덧글 기능)이었고, 두 번째는 내가 내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다른 블로그를 운영하는 누군가가 관련글을 쓰고 그 흔적을 남기는 소위 트랙백 기능이었다. 홈페이지용 프로그램을 통째로 내가 만들어야하는 형편이라(시간이 남아돌아서 그러니 이해하시길) 그런 세세한 것까지 만들 여유+능력이 안되기도 했지만, 저 두 기능은 내가 애시당초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내세웠던 운영원칙에 별로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강해서 빠진 탓도 있었다.

수 차례 얘기한 것 같지만 다시 되풀이하자면, 내 홈페이지는 철저하게 내 홈페이지로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다.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나는 내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어떤 방문객의 편의도 봐주겠다는 의지가 없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이다. 몇 번의 개편을 거듭하면서 이런저런 서비스가 추가된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런 서비스(기능)를 추가한 목적 자체가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불편해서, 내지는 프로그램 공부, 이런 차원이었었다. 개인 홈페이지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우를 여러 차례 보아왔지만, (건담 섹션도 일정부분 그런 기능을 하긴 했지만) 일정 부분 내 손을 벗어나버린 영화음악 & 건담 섹션을 별도의 사이트 형태로 분리해버린 이유 중 하나가 나머지 영역은 정말 나만의 공간, 이렇게 운영하기 위한 목적도 분명 있었기 때문에, (영화음악과 건담 섹션을 제외한) 내 홈페이지에 일종의 커뮤니티가 생겨나는 것은 그다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공용 게시판이었던 “낙서장“을 내가 쓴 글만 남기고 과감하게 정리해버린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혹 방문객이 뭔가 글을 남기고 싶다면 방명록을 이용하던가… 그 외의 다른 ”외부침입(?)“ 수단을 만들어줄 생각은 별로, 별로 없었다.

특히나 글마다 달리는 댓글 같은 경우는, 아무나 욕하는 취지의 글을 아무렇지도 않게 팍팍 올려대는 (요즘은 뭐 글도 별로 못올리고 있긴 하지만) 내 성향으로 봤을 때 만만찮은 공격형 댓글이 예상되었던 바, (물론 나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렇게 쉽게 쌈을 걸어오진 못하겠지만) 원만하고 평안한 인터넷 생활을 위해 그런 기능은 굳이 올리고 싶지 않았고, 트랙백 같은 경우는 막말로, 누가 관련글 퍼가고 그럴 일 전혀 없을텐데, 트랙백이라고 올려놓고 어쩌고 하는 것 자체가 우습게 보이고 뭐 그런저런 이유였던 거다.

그래도 뭐랄까, 블로그형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면서 남들 다 해놓는 기능이 없는 건 정말 없어보인다는 생각이 또한 불끈불끈 들기 시작하는 바람에, 우선 별로 어렵지 않은 덧글 기능은 일단 추가해놓았다. 무엇보다 기존 낙서장에 달려있던 방문객들의 덧글까지 없애버리고 싶지 않았던 기분이 커서였는데, 요즘 워낙 방문객이 바닥을 쳐주시다보니 (매일 2~300명 방문하는 것처럼 카운터에는 찍히는데, 1~200명 이상은 외국의 검색엔진로봇이 와서 카운터만 올리고 정보 긁어가는 경우다. 이거 씨잘데기없이 숫자만 부풀리는 거 같아서 카운팅에서 분리하는 기능 넣고 싶은데 귀찮아서 손을 못댄다) 지금껏 우려할만한 댓글은 없었지 싶다. 역시, 도메인 바꾸긴 정말 잘했다니까.

트랙백은, 이게 처음엔 네이버나 엠파스, 다음 블로그나 이글루 블로그처럼 같은 서비스를 받고 있어야만 트랙백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 (나야 독립도메인을 가진 독립서비스니까) 그런데 이른바 설치형 블로그(태터툴즈같은)에서도 트랙백이 되는 걸 보고 어라, 저건 무슨 원리일까? 싶어서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마구마구 뒤져보고, 만들어보고, 테스트해봤다. 네이버나 엠파스 같은 블로그에서는 외부 트랙백이 잘 안되는 측면이 분명 있더라. 하지만 왠만하면 트랙백 잘 걸린다. 프로그램 다 만들어서 메인에 붙이기만 하면 되는 상태로 해놓은게 벌써 몇 달 되었다.

다 만들어놓은 트랙백을 붙이지 않은 이유. 앞서 트랙백을 빼고 싶었던 이유 그대로다. 트랙백 해놓은다고 누가 내 글 관련글 쓰고 뭐 그런 일 거의 없을 거고, 그런 거 뻔히 알면서 마치 “제 글에 트랙백 좀 걸어주세요”라고 구걸하듯 트랙백 기능 넣을 생각 별로 없어서다. 그랬는데… 요즘 들어서 몇 가지 고민이 생기면서 트랙백을 넣을지 말지에 대한 문제가 좀 심각해졌다.

첫 번째 이유는 자체 트랙백. 내가 홈페이지에 글을 쓰면서 예전에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과관련된 글일 경우 내 홈페이지 내에서 트랙백을 걸 수도 있다. 이거는 나름대로 필요한 기능이 아닌가 싶은 거다. 방문객도 방문객이지만 내가 다시 글을 읽다가도 예전 참고링크를 봐야할 필요가 있을 수 있으니까. 두 번째 이유는 몇몇 검색엔진을 디비다가 우연찮게 (출처는 다 밝혀주셨지만) 내 홈페이지에 있는 글을 통으로 퍼간 것들이 몇 군데 있다는 걸 발견하고 부터다. (되게 많은 것처럼 보이게 쓰고 있지만 사실 서너 군데밖에 안된다) 황우석 관련 글이나 영화 관련 글은 뭐 나름 퍼간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음악 앨범 이미지 교체한 이야기는 왜 퍼갔는지 잘 이해가 안가는데, 하여튼 스스로 카피레프트를 지향하고 출처만 밝힌다면 굳이 퍼가는 행위에 대해서 뭐라고 안하는 입장으로서 퍼간 것 자체에 대해 뭐라고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퍼가는 것에 대해 무감하다면, 트랙백이란 것 자체에 대해서도 좀더 자유롭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든 거다. 세 번째로는 트랙백 기능이 없으니 이게 아무리 봐도 블로그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아주 주관적인 이유가 있다.

요새 블로그나 카페 돌아다녀보면, 태그라는 개념이 대세다. 사실 주제어를 정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까지 색다른 개념은 아닌데, 그 태그를 가운데 모아서 올록볼록 알록달록 보여주는 것이 트렌드가 된 모양이다. 또 할 일 없어지면 이거나 추가해볼까 생각인데, 태그 기능 추가하면서 트랙백 기능도 같이 붙여버릴까, 고민 좀 더 해봐야겠다.